
배우 고(故) 김새론이 향년 25세의 나이에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가운데, 그의 힘겨웠던 생활 근황이 전해져 더욱 안타깝게 만들고 있다.
김새론은 지난 16일 서울 성동구 자택에서 사망한 채 발견됐다. 최초 신고자는 친구로 알려졌으며, 현장에서 외부 침입 흔적이 발견되지 않는 등 범죄 혐의점은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2000년생인 그는 2001년 잡지 '앙팡' 모델로 데뷔해 생의 대부분을 연예계에서 보냈다. 단순히 아름다운 외모로 주목받은 것이 아니었다. 어린 시절부터 남다른 연기력을 보여줬다.
2009년 영화 '여행자'를 통해 연기에 입문한 김새론은 대한민국 배우 중 최연소로 칸 영화제에 진출하는 영광을 누렸다. 한국과 프랑스의 합작 영화인 '여행자'의 캐스팅 경쟁률은 무려 1000대 1에 달했다.
어린 나이임에도 섬세한 연기를 펼친 그는 2010년 개봉한 영화 '아저씨'를 통해서도 자신의 이름을 대중에 확실히 각인시켰다.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정소미 역을 완벽히 표현한 김새론이 있었기에 배우 원빈이 맡은 차태식 역할이 더욱 돋보일 수 있었다.
이후 MBC 드라마 '내 마음이 들리니', '여왕의 교실' 등에 아역배우로 출연해 연기 내공을 연이어 쌓은 그는 2014년 영화 '도희야'를 통해 생애 두 번째 칸 영화제 공식 초청을 받았다. 만 15세 이전에 무려 칸의 레드카펫을 두 번이나 밟는 기염을 토했다.
아역 시절부터 연기 커리어를 쌓은 그는 세월이 흘러 어엿한 성인 연기자로 거듭났다. 순수한 매력부터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까지 연기 가능한 스펙트럼이 넓은 배우로 인정받았다.
잘나가던 그에게 위기가 찾아왔다. 지난 2022년 5월 18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서 음주운전이 적발된 것. 가로수와 변압기 등을 수차례 들이받고 도주한 혐의로 벌금 2000만원이 선고됐다. 당시 그의 혈중 알코올 농도는 0.2%로 면허 취소 수준(0.08%)을 훌쩍 넘었다. 이로 인해 SBS 드라마 '모범택시'에서 하차하고, 넷플릭스 시리즈 '사냥개들' 속 분량이 편집으로 대폭 축소됐다. 두 작품이 모두 흥행한 점을 고려했을 때, 김새론이 음주운전 물의를 빚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이뿐 아니라 지난해 3월 배우 김수현과 '셀프 열애설'을 유발해 논란이 일었다. 당시 김수현이 tvN 드라마 '눈물의 여왕'에 출연 중인 상태라 파장이 더욱 컸다.

이러한 상황이 겹친 여파였을까. 그는 2023년 재판에서 생활고를 호소하고, 지난해에는 카페 아르바이트를 하는 근황이 공개됐다. 지난해 4월 연극 '동치미'를 통해 연기자로 복귀할 예정이었으나, 건강상 이유로 하차했다. 지난달에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개한 사진으로 결혼설까지 제기됐다.
이에 김새론은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지인은 한경닷컴에 "김새론이 김아임이라는 이름으로 개명했다. 생계를 위해 카페에 지원했는데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김새론이라는 사실이 알려진 후 '김새론이냐'며 해고 통보를 받았다. 그런 일이 반복돼 고민이 많았었다"고 털어놨다.
또한 "유명세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연기자 복귀에 대한 꿈도 놓지 않았다. 아르바이트를 해 촬영 스케줄을 맞추기 쉽지 않으니, 지인들과 합정동 인근에 카페를 차리고 싶단 말을 하면서 근처로 이사하겠다는 말도 했다"며 "(김새론이) 꾸준히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 주변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었다"고 덧붙였다.
연기를 계속하고 싶었던 김새론은 지난해 8월 비터스위트(Bittersweet)의 뮤직비디오에 모습을 비쳤다. 그러나 누리꾼들은 너무 이른 복귀를 한 것 아니냐는 싸늘한 반응을 내비쳤다.
이제 김새론의 새로운 연기 모습은 유작이 된 영화 '기타맨'을 통해 확인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였다. 천재적인 기타리스트가 볼케이노라는 언더밴드에 가입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담긴 기타맨은 올해 개봉 예정이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 희망의 전화 129,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앱,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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