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양대 빅테크(대형 인터넷기업)인 알리바바와 텐센트가 중국 생성형 인공지능(AI) 업계 투자 '큰손'으로 떠올랐다. 최근 생성형 AI 기업 딥시크의 출현으로 중국 생성형 AI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 기업)의 급속한 발전세가 두드러진 가운데서다.
여섯 마리 AI 호랑이에 앞다퉈 투자
17일 홍콩 명보 등에 따르면 최근 중국에서 '여섯 마리 AI 호랑이'로 불리는 중국 대표 생성형 AI 유니콘 기업 6곳은 모두 알리바바와 텐센트로부터 거액의 투자를 받고 있다.'여섯 마리 AI 호랑이'는 각각 즈푸(智譜), 미니맥스(MiniMax), 바이촨(百川), 문샷(月之暗面), 스텝펀(階躍星辰), 01.AI(零一萬物)를 일컫는다.
이 중 알리바바와 텐센트 둘 다 투자한 유니콘은 문샷, 미니맥스, 즈푸, 바이촨까지 모두 4곳이다. 이밖에 01.AI는 알리바바가, 스텝펀은 텐센트가 각각 투자했다.
특히 알리바바가 가장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중국 IT매체 36kr에 따르면 알리바바가 앞서 언급한 생성형 AI 유니콘 5곳에 투자하는 데 걸린 시간은 고작 반년에 불과하다. 이 중 문샷, 미니맥스, 01.AI 투자의 경우 알리바바 주도로 펀딩이 이뤄졌다.
‘AI 시대 인프라’ 노리는 알리바바
알리바바는 현재 문샷의 최대 주주이기도 하다. 알리바바는 지난해 2월 문샷에 약 8억 달러를 투자해 지분의 36%가량을 매수했다.문샷의 대표 상품은 2023년 11월 출시한 AI 모델 '키미'다. 키미는 단일 대화에서 200만자까지 입력이 가능할 정도로 장문처리에 특화된 AI 챗봇이다. 최근 발표한 키미 K1.5는 미국 오픈AI GPT-4o 수준에 도달했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다. 키미는 지난해 말 기준 월간활성화이용자 수(MAU)만 3600만명을 자랑하며 바이트댄스 '더우바오'에 이은 중국 AI챗봇 2위로 단숨에 떠올랐다. 덕분에 문샷의 현재 기업가치는 30억 달러가 넘는다.
36kr은 알리바바가 이들 생성형 AI 유니콘과 컴퓨팅 파워 방면에서 협력할 뿐만 아니라, 생성형 AI의 폭발적 증가세 속에서 자사 클라우드 컴퓨팅을 AI 시대의 인프라로 깔려는 데 투자 목적이 있다고 짚었다. 현재 알리바바의 전자상거래 사업의 성장 둔화에 따른 병목현상을 생성형 AI로 뚫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알리바바 클라우드 부문 실적은 4개 분기 연속 성장세를 이어갔다. 이 중에서도 AI 관련 제품 매출은 5개 분기 연속 전년 대비 세 자릿수 증가세를 보이며 알리바바의 새 성장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알리바바 주가도 고공행진 중이다. 미국 뉴욕거래소에서 알리바바 주가는 최근 한 달 새 50% 넘게 뛰었다.

문샷 급성장에 놀란 텐센트…위챗+키미 협업?
텐센트는 알리바바보다 투자에 다소 신중한 모습이다. 텐센트가 투자를 주도한 경우도 드물다. 문샷의 경우, 텐센트는 알리바바보다도 한발 늦은 지난해 5월에야 투자를 단행했다. 당시 업계는 텐센트 산하 '국민 모바일 메신저' 웨이신(微信 위챗 중국버전)과 문샷 AI챗봇 '키미'의 긴밀한 협업을 위한 길을 열었다고 관측하기도 했다. 텐센트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게임, 금융 등 다양한 비즈니스에 생성형 AI를 적용해 이용자 경험을 높이는 데 투자 초점을 맞추고 있다. 36kr은 "텐센트는 SNS와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늘 강자였다”며 “특히 웨이신을 앞세워 SNS 방면에서 부동의 1위를 지켜온 텐센트가 키미의 급부상에 긴장해 문샷에 투자한 것"이라고 짚었다.
사실 텐센트는 바이두, 알리바바보다 한발 늦은 2023년 9월에야 자체 AI 모델인 ‘훈위안(混元)’을 선보였다. 통계 사이트인 AICPB의 올해 1월 생성형 AI 제품 순위를 살펴보면 텐센트 AI챗봇 위안바오의 월간 활성이용자 수는 359만명으로, 1위 바이트댄스 더우바오(8761만명)의 24분의1에 불과하다. 3위인 문샷 키미(1943만명), 4위 바이두(1305만명), 10위 알리바바 퉁이(419만명)에도 못 미쳤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