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초 정부는 오는 2030년까지 3만장의 고성능 서버용 GPU를 구축하겠다는 방침이었다. 기한을 여유 있게 둬 중장기적으로 AI 인프라 경쟁에 대비하겠다는 차원이었다. 그러나 미국·중국은 물론 프랑스 등 후발 주자들도 공격적인 AI 인프라 구축에 나서면서 정부도 마음이 급해졌다. 2027년까지 AI 3대 강국(AI G3)에 진입하겠다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GPU 조기 확보가 필수적이라고 봤다.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지난 4일 브리핑에서 "올해 1만5000장 정도 2026년 말, 가급적 늦어도 2027년 초까지는 3만장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하며 조기 인프라 구축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결과적으로 올해 1만장, 내년 상반기까지 1만8000장의 GPU를 확보하기로 하며 사활을 걸었다. 정부는 올해 예정대로 GPU 1만장을 구한다면 오는 2027년 정식 개소 예정인 '국가 AI컴퓨팅 센터' 서비스를 연말쯤 수요 기업들에게 조기 개시할 계획이다.

AI 인프라 구축 경쟁은 올해 들어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미국은 오픈AI·오라클·소프트뱅크를 필두로 미국 곳곳에 AI 데이터센터를 신설하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 민·관 합쳐 총 5000억 달러(약 720조원)를 투입한다고 밝혔다. 초기 비용으로 투입되는 비용만 1000억 달러(약 143조원)에 이른다. 프랑스도 지난 11일(현지시간) 파리에서 마무리된 'AI 행동 정상회의'에서 1090억 유로(약 163조원) 규모의 AI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이 중 상당 부분이 AI 인프라 관련 투자로 GPU 구입에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AI 데이터센터 신설과 관련해 이미 아랍에미리트(UAE)가 500억 유로, 캐나다 투자회사인 브룩필드가 200억 유로를 프랑스에 투자하기로 했다.
개별 빅테크 기업 차원에서의 각축전도 치열하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자신의 스레드에서 "올해 600억~650억 달러의 설비투자를 단행할 계획이며 연말까지 130만장 이상의 GPU를 확보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설비투자 대다수는 대규모 AI 데이터센터 구축 등에 투입한다. 구글 역시 올해 예정된 750억 달러의 지출 중 대부분을 데이터센터 등 AI 인프라에 투자할 예정이며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AI 데이터센터 구축에 올해에만 800억 달러를 쏟아붓겠다고 공언했다. 이들 역시 비용의 상당 부분이 GPU 구입이 될 전망이다.
반면 한국의 경우 2023년 기준으로 국내 1441개 업체가 총 1961장의 엔비디아 H100을 보유한 것으로 추산된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이보다는 수량이 늘어 수천대 수준이 됐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여전히 미국 등에 비하면 절대적으로 작은 규모다. 개별 기업 중에서는 광주 국가 AI데이터센터를 구축한 NHN클라우드가 가장 많은 1000장을 모은 것으로 파악된다. 이렇듯 AI 인프라 규모에서 절대적으로 밀리기에 정부 차원에서 팔을 걷어붙인 모습이다.
정부는 앞으로 AI컴퓨팅 인프라 특별위원회에서 수시로 AI 인프라 구축 추진 상황을 점검한다는 방침이다. 첨단 반도체가 집적된 AI컴퓨팅 인프라는 적정 투자 규모를 사전에 예측하기 어렵고, 기술·시장의 변화도 빠른 만큼 민관 합동으로 유연하게 대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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