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 이후 세계 관광 수요가 회복되면서 유명 관광지가 '과잉관광(오버투어리즘)'으로 몸살을 앓자, 각국에서 관광객을 대상으로 숙박세와 관광지 입장료 인상을 도입했다. 하지만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오버투어리즘은 주민 생활의 질 저하, 부동산 가격 상승, 자연경관 훼손, 관광 수익 불균형 등 다양한 사회 문제를 유발하고 있다. 2019년의 99% 수준까지 회복한 외래관광객 수요가 올해는 더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각국이 관광세 도입을 확대하는 이유다.
17일 아사히신문 등 현지 보도에 따르면 일본 히메지시는 현행 1000엔(약 9500원)인 입장료를 내년 3월부터 2500엔(약 2만4000원)으로 인상한다. 일본 인기 관광지인 오사카성과 나가노현 마쓰모토성 입장료도 오는 4월부터 인상된다.
일본 지자체들은 숙박세 인상을 통한 관광세로 오버투어리즘 문제 해결에 나섰다. 교토시는 현재 숙박세를 200~1000엔 수준으로 받고 있다. 1박 숙박비가 높아지면 관광객들은 많게는 1만엔의 숙박세를 내야 한다. 게다가 올해는 히로시마현, 삿포로시, 센다이시 등 14개 지역에서 관광세 도입을 논의하고 있어 숙박세를 징수하는 지역이 더 많아질 전망이다.
특히 지난해 가장 많은 관광객이 다녀간 여행지는 유럽이다. 유럽은 전 세계 여행객의 절반가량이 다녀가며 오버투어리즘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에 유럽 국가들도 문제 해결을 위해 관광세 도입에 박차를 가하는 상황이다.
이탈리아 베네치아는 숙박하지 않는 당일 방문객에 관광지 입장료를 5유로(약 7500원)에서 올해 10유로(약 1만5000원)로 인상한다. 지난해에는 공휴일과 주말 등 29일만 입장료를 받았지만 올해는 매주 금요일을 포함해 54일 동안 입장료를 걷는다.
독일 주요 도시는 호텔비의 5%를 문화세와 숙박세라는 명목으로 징수하고 있다. 프랑스 파리는 올 초부터 관광세를 최대 3배까지 인상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이 외에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는 15만 루피아(약 1만3000원)이었던 관광세를 5배 올린 75만 루피아(약 6만5000원)로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관광세와 입장료 인상 배경에는 오버투어리즘으로 인한 현지인의 고충을 해결하겠다는 취지가 담겨 있다. 하지만 관광세 도입이 폭증하는 외래관광객 수요를 잠재우는 데 큰 영향을 미치진 못할 것으로 보인다.
관광 전문가들 역시 관광세 도입에 대한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훈 한양대 교수는 "입장료와 관광세 도입도 (오버투어리즘) 해결 방법의 하나지만, 이것에만 의존하고 있는 것이 아쉽다"고 토로했다.
이 교수는 "궁극적으로 복합적이고 장기적인 해결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관리 가능한 관광객 수 제한 △지역민의 일상권 유지를 위한 재원 지원 △지역민과 관광객 간 상호 존중문화 정립 등 세 가지 차원의 접근방법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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