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이 17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회담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이 17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를 찾아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회동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가자지구 장악·개발’ 구상 관련 논의가 오갔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18일 사우디에서 예정된 미국·러시아 간 고위급 대화에 대해서도 의견 교환이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미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중동을 순방 중인 루비오 장관은 이날 사우디 수도인 리야드에서 빈 살만 왕세자와 회담하고 양국 경제·방위 협력 증대를 포함한 양자 협력관계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두 사람은 가자지구 휴전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인질 석방 합의 이행에 미국과 사우디 양국이 전념하고 있음을 재확인했다.
특히 루비오 장관은 지역 안보에 기여하는 가자지구 관련 해법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NYT는 “루비오 장관 등은 사우디 지도부에 가자지구에 대한 향후 비전을 제시하도록 압박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 가자지구 주민을 주변국으로 이주시키고 미국이 이곳을 장악해 휴양지로 개발하겠다는 구상을 발표한 바 있다.
아울러 18일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사우디에서 열릴 미·러 고위급 대화에 대해서도 이날 회동에서 양측 간 의견 교환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에서 출발한 마이크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스티브 위트코프 백악관 중동특사도 이날 사우디에서 루비오 장관과 합류했다. 러시아의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외교담당보좌관 등 러시아 인사들도 리야드에 도착했다.
이에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은 일단 당사국인 우크라이나를 뺀 채 시동이 걸리게 됐다.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외교담당 보좌관은 이날 사우디 리야드에 도착해 “우리는 미국 측과 협상하러 왔다”며 “이건 순전히 양자 협의다. 리야드에서 3자 간 회담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같은 날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을 방문한 자리에서 미·러의 사우디 회동과 관련해 “우크라이나는 참여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이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없이 이뤄진 우리에 대한 모든 합의를 인정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키스 켈로그 미 대통령 우크라이나·러시아 특사는 “우크라이나에 평화 협정을 강요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며 “모든 것이 여전히 논의 대상”이라고 말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러시아의 요구 사항만 일방적으로 수용하는 이른바 ‘더티 딜’을 할 수 있다는 우려를 불식하기 위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한편 미·러의 사우디 회담에 유럽이 제외된 것을 두고 프랑스·독일·영국·이탈리아·폴란드·스페인·네덜란드·덴마크 정상과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 등이 이날 프랑스 파리에서 긴급 회동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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