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기고] 양극화 시대 무엇이 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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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
입력 2025-02-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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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 [사진=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3.3㎡(1평)당 2억원.’ 명동 땅값 아니고 강남 아파트 가격이다. 그것도 아파트 한 채가 아닌 한 평 가격이 2억원이다. 이제 평당 1억원은 강남에서 흔히 볼 수 있고, 강남 3구(강남구·서초구·송파구)인 송파구 잠실동 아파트도 토지거래허가 해제 호재로 호가 기준 평당 1억원에 육박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따뜻한 봄날은 일부 지역에 국한된 이야기고 대다수 지역은 거래가 실종되거나 하락 거래가 늘어나는 등 겨울 찬바람이 여전히 불고 있다. 이로 인해 서울 상위 20% 고가 아파트 평균 가격은 전국 하위 20% 아파트 평균과 가격 차이가 23.6배로 벌어졌다. 

서울과 지방, 서울 내에서도 강남 3구와 용산 한강벨트 핵심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 간 양극화는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지난 4년간 상위 20% 아파트 평균 가격이 4억원 오를 때 하위 20% 아파트 평균 가격은 1억원 떨어졌다.

청약시장도 양극화의 예외가 될 수는 없다.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된 강남 신축 분양단지에서는 수백 대 1의 경쟁률이 나오는가 하면 침체가 깊다는 세종에서도 무순위 청약에 120만명이나 몰리는 이상 과열이 발생했다. 

그러나 지방 청약시장은 심각하다. 2024년 지방 청약경쟁률은 2023년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고, 전체 미분양 중 약 80%가 지방에 몰려 있다.

소득 격차가 커지고 인구 감소와 저성장 시대에 진입한 대한민국에서 양극화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 흐름이다. 하지만 양극화 속도가 빨라도 너무 빠르다는 것이 문제다.

비정상적으로 빠르게 진행되는 양극화의 원인은 정책 실패에서 찾을 수 있다. 강남 집값을 잡기 위해 대출 규제를 강화하자 소득수준이 높은 지역은 별다른 영향이 없는 반면 상대적으로 소득수준이 낮은 지역은 직격탄을 맞았다.

또 투기를 막겠다는 이유로 다주택자 규제를 강화하자 주택을 많이 가질수록 두들겨 맞는 세금폭탄을 피하기 위해 시장의 수요자들은 똘똘한 지역, 똘똘한 한 채라는 카드를 선택했다.

결과는 강남 3구와 마·용·성(마포구·용산구·성동구) 등 서울 한강벨트는 수요가 늘어나는 반면 나머지 지역들은 매물은 늘어나고 수요는 감소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토지거래허가구역도 양극화에 한몫을 했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렵다. 지난 1월 오세훈 서울시장이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힌 후부터 강남권 집값 분위기는 바뀌었다.

지난 12일 국제교류복합지구(잠실·삼성·대치·청담동) 등 일부 지역에 대한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가 발표되자 대다수 집주인들이 호가를 더 올리거나 매물을 회수하면서 현장은 마비되고 말았다. 토지거래허가구역 규제가 풀리면 전세를 끼고 투자하는 갭 투자 수요가 증가하면서 집값이 올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

집값 안정에 효과가 없는 토지거래허가구역은 해제 과정도 문제였지만 처음 시작부터 잘못된 정책이었다. 서울 청담, 대치, 삼성, 잠실, 여의도, 압구정, 목동, 성수, 용산 등 이름만 들어도 사고 싶은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어 둔다고 잡히겠는가? 돈 있고 사고 싶은 사람은 실거주의 불편함을 감내하더라도 산다. 오히려 좋은 지역이라는 좌표를 찍어준 결과가 됐다.

분양가상한제도 아쉬움이 남는다. 집값 안정을 유도하겠다는 당초 취지와는 달리 로또 아파트 현상을 만들어 투자심리를 더욱 자극했다. 투자수요까지 몰리면서 청약경쟁률은 올라가고 과열 분위기를 조성했기 때문이다.

이 모든 정책들이 돈을 벌고 싶어하는 자연스러운 심리를 무시하고 시장의 가격 형성 구조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 없이 만들어 낸 이론적인 탁상행정이라는 것이 문제다.

대출 규제 설계에 참여했던 사람이 막상 자기 집을 사려고 은행에 가니 대출받기가 힘들었다는 이야기가 이상과 현실이 맞지 않는 부동산 정책의 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상대방보다 내가 먼저 움직여야 조금이라도 더 경제적 이득을 얻을 수 있는 경제학 게임이론에서 보듯이 현실은 절대 이상적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오히려 자극을 주면 줄수록 시장은 반응을 하고 왜곡이 된다. 부동산 시장이 더 이상 정책으로 인해 자극을 받아 왜곡되지 않도록 상식적이고 합리적이면서 일관성 있는 부동산 정책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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