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문제를 겪으며 적자 늪에 빠져 있는 저축은행 업계가 인수합병(M&A) 규제 완화 등의 조치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수도권 저축은행이 비수도권 저축은행을 인수하기 어려워 구조조정이 활발히 이뤄지지 않고 있는 데다 지방과 수도권 간의 양극화 문제가 가속화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업계는 해당 조치가 이뤄지면 수도권·지방 저축은행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19일 저축은행 업계에 따르면 다음 달 금융당국이 발표할 예정인 '저축은행 규제개선 및 영업역량 제고를 통한 경쟁력 강화 방안'에 포함될 유력한 대책으로 저축은행 M&A 규제 완화가 거론되고 있습니다.
현재 규정상 수도권과 비수도권 저축은행 간 M&A는 막혀 있습니다. 2023년 비수도권 저축은행은 영업 구역을 확대해 동일 대주주가 최대 4개의 저축은행까지 소유할 수 있도록 완화됐지만, 수도권 저축은행에 대한 규제는 그대로인 상황입니다. 수도권 저축은행은 적기시정조치를 받는 경우에만 영업 구역을 확대해 인수합병을 할 수 있는데, 적기시정조치를 받은 저축은행이 극소수라 대부분의 경우 인수가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현재 저축은행은 수도권 2개, 비수도권 4개로 총 6개 권역으로 영업 구역이 구성돼 있습니다.

저축은행 M&A 규제는 2011년 저축은행 사태 이후 생겼습니다. 저축은행 사태로 부실 저축은행 30여개가 파산했는데, 그 원인으로 저축은행의 무분별한 인수합병이 지적됐기 때문입니다. 당시 업계 1위였던 솔로몬저축은행은 부산한마음저축은행 등 여러 지방 저축은행을 인수하며 규모를 키웠는데, 저축은행 사태 이후 본점뿐 아니라 인수한 지방은행도 연달아 문을 닫게 되자 사태가 더 심각해졌다고 본 것입니다. 금융당국은 지역 자금 공급책인 저축은행이 줄지어 파산하는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M&A에 엄격한 제한을 두게 됐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저축은행 업계에 부동산 PF 부실과 지방 양극화 문제가 커지자, M&A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주장이 더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은행권의 디지털화로 인해 영업 구역에 대한 의미가 퇴색됐다는 업계 변화도 이 주장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지방 경기가 악화하면서 지방 저축은행에 대출 여력이 없는 상황"이라며 "인수 능력이 되는 수도권 대형 저축은행의 자본이 지방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만들어 구조조정이 활발하게 일어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수도권과 지방 저축은행 간의 양극화는 심화하고 있습니다. 수도권 권역 저축은행이 전체 79개사 중 절반이 넘는 42개사입니다. 비수도권 권역은 부산·울산·경남 12개사, 대구·경북·강원 11개사, 대전·충남북 7개사, 광주·전남북 7개사에 불과합니다.
M&A 규제 외에도 업계는 영업 구역 내 의무 여신비율 완화를 촉구하고 있습니다. 저축은행은 개인과 중소기업 대출을 총대출 대비 수도권 50% 이상, 비수도권 40% 이상을 유지해야 합니다. 영업 구역이 비교적 넓은 수도권은 각 구역의 대출을 합해 비율을 채울 수 있지만, 지방 소형 저축은행은 경기 침체 심화로 대출 수요가 감소하며 비율을 준수하기 어려워졌습니다. 여기에 지방 저축은행이 지방 중소기업 대출 비율을 늘리게 되면 건전성이 더 악화할 우려도 있습니다.
2년째 지속되는 저축은행 업권의 실적 부진과 양극화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당국의 규제 개선이 중요하지만, 업계의 자구적인 노력이 선행돼야 합니다. 전문가들은 저축은행이 적극적인 경영혁신을 이뤄낸다면 충분히 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최희재 하나금융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저축은행은 급변하는 시장 환경 가운데 본연의 역할이 약화했음을 인지하고 적극적으로 새 활로를 찾아야 한다"며 "기존 영업 범위를 넘어선 신사업 발굴을 위해 혁신금융서비스 등을 활용하고, 대면·비대면 영업에 적합한 전문 인력을 확보하는 방안이 필요할 것"이라고 조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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