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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지브 쿠마르 한국외국어대학교 인도연구소 연구교수]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신임 대통령과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 간의 고위급 회담은 인도-미국 관계에 있어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이번 회담의 핵심 내용 중 하나는 반도체, 인공지능(AI), 기타 핵심 신흥 기술을 중심으로 한 기술 협력 강화였다. 특히, 인도와 미국 간의 기술 협력을 심화하기 위해 미국-인도 TRUST(Transforming the Relationship Utilizing Strategic Technology) 이니셔티브가 출범했다. 이 이니셔티브는 정부, 학계, 민간 부문 간 협력을 강화하여 양국 간 핵심 및 신흥 기술의 연구 개발 및 적용을 촉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번 회담은 인도-미국 기술 관계에 있어 중요한 이정표라고 할 수 있다. 첫째, 이는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 기조를 계승하면서도 새로운 차원을 추가했다. 바이든 행정부 시기에는 반도체 및 AI 분야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여러 협약이 체결되었다. 그중 가장 중요한 협약 중 하나는2023년 체결된 미국-인도 핵심 및 신흥 기술 이니셔티브(iCET)로, 양국 간 연구 개발 및 핵심 기술 생산 협력을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이 시기는 여러 주요 미국 기술 기업들이 인도 시장에 진출하고, 인도 내 생산 시설을 설립한 시기이기도 하다. 고급 기술 산업을 위한 인재 개발 협력도 바이든 행정부 기간 동안 더욱 활발해졌다.
전반적으로, 인도-미국 기술 협력은 바이든 행정부 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트럼프 신임 행정부는 인도와의 강력한 기술 파트너십 구축을 주요 우선순위 중 하나로 삼겠다는 입장을 확고히 밝혔다.
포스트 팬데믹 시대에 인도는 반도체와 인공지능(AI)과 같은 핵심 신흥 기술 분야에서 자국의 지경학적 비전을 실현하는 데 있어 미국이 주요 파트너라는 사실을 인식하게 되었다. 이러한 인식은 팬데믹으로 인한 공급망 붕괴라는 배경 속에서 형성되었다. 반도체와 같은 핵심 기술 분야에서 발생한 공급망 붕괴는 제조 공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으며, 이에 따라 인도는 첨단 산업의 생산 및 수출, 특히 저가형 반도체 칩 분야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새로운 지경학적 목표를 설정하게 되었다.
또한, 인도 정책 결정자들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기술 자립 강국이 되지 않고서는 인도의 경제적 잠재력을 완전히 실현할 수 없다는 점을 인식하게 되었다. 이러한 맥락에서, 인도는 미국을 가치 있는 파트너로 여기며, 미국이 인도의 지경학적 목표에 기반한 정책적 비전을 실현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 또한 자국의 지경학적 목표를 달성하는 데 있어 인도를 핵심 파트너로 인식하게 되었다. 두 가지 주요 트렌드가 이를 보여준다. 첫째, 미국 기업들은 인도를 중국의 대안으로 보고 있으며, 안정적이고 확장 가능한 기술 투자 시장으로 인도를 주목하고 있다. 둘째, 인도의 숙련된 노동력은 반도체 제조를 포함한 첨단 산업에서 인력 부족을 겪고 있는 미국에 매우 중요한 이점을 제공한다. 따라서, 미국 정책 결정자들은 인도의 인재풀을 활용함으로써 자국 내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국내 반도체 생산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게 되었다.
지경학적 요인 외에도, 지정학적 요인 또한 미-인도 기술 파트너십을 심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미-중 기술 전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미국은 전략적 입지를 유지하고, 중국의 글로벌 기술 지배력이 확대되는 것을 견제하기 위해 인도를 핵심 파트너로 인식하고 있다.
미국의 인도와의 전략적 협력에는 여러 측면이 존재한다. 미국은 인도를 중국이 주도하는 공급망을 재편하는 핵심 파트너로 보고 있으며, 또한 인도를 글로벌 기술 표준화를 주도할 중요한 국가로 간주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로 글로벌 기술 표준을 설정하기 위한 QUAD(쿼드) 내 미-인도 협력이 있다.
중국과 관련된 지정학적 요인 또한 인도의 미-인도 기술 파트너십 형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다른 많은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이 중국의 기술 발전을 기회로 보는 것과 달리, 인도는 중국의 기술 부상을 전략적 우려로 인식하고 있다.
시진핑 정부 아래에서 중국의 기술적 야망은 인도의 경제 및 안보에 대한 우려를 증폭시켰으며, 최근 DeepSeek과 같은 중국 기술 기업들이 초래한 글로벌 기술 질서의 교란으로 인해 이러한 우려는 더욱 강화되었다. 이는 인도에게 있어 중대한 문제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많은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이 중국과의 기술 협력을 강화하는 상황에서도, 인도는 중국과의 기술 협력에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대신, 미국 및 그 주요 동맹국들과의 기술 파트너십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핵심 요점은 미국-인도 기술 협력이 트럼프 행정부 아래에서도 계속해서 상승 곡선을 그릴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이 파트너십은 향후 몇 년 동안 새로운 글로벌 기술 질서를 정의하는 핵심 요소가 될 가능성이 높으며, 두 나라는 첨단 기술 분야의 주요 리더 및 핵심 이해관계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미-중 기술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인도와 미국은 전략적으로 기술적 목표를 조정하고 있으며, 공급망 회복력을 강화하고, AI, 반도체 및 기타 첨단 산업에서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이러한 협력이 더욱 심화됨에 따라, 글로벌 혁신과 경제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며, 인도와 미국은 변화하는 기술 환경에서 주요한 플레이어로 자리 잡을 것이다.
라지브 쿠마르 필진 주요 이력
▷인도 델리대학교 학사 ▷성균관대학교 박사 ▷ 한국외국어대학교 인도연구소 연구교수 ▷ 전 하와이대학교 동서문화센터 객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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