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나완비' 이준혁 "로맨스, 액션 같아…장르 달라도 설득 과정은 비슷"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최송희 기자
입력 2025-02-19 17:01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배우 이준혁, 드라마 '나의 완벽한 비서'로 로맨스 도전

  • "'성반전' 남자 비서 캐릭터, 자연스러운 흐름…멋지게 만들고파"

  • "메인 보컬보다는 베이스 같은 역할…튀지 말고 조화롭게 하려해"

배우 이준혁 사진에이스팩토리
배우 이준혁 [사진=에이스팩토리]
마침내 팬들의 염원이 이루어졌다. 배우 이준혁의 로맨스를 부르짖었던 팬들은 SBS 드라마 '완벽한 나의 비서' 캐스팅 소식에 환호했다. 그동안 누아르, 스릴러, 범죄 장르에서 강렬한 연기를 선보여왔던 이준혁이지만, 팬들은 "얼굴, 눈빛, 재능 낭비"라며 아쉬워해 왔던바. 이준혁은 '나의 완벽한 비서' 속 '유은호'를 통해 팬들의 바람을 이뤄주었다. 첫 방송부터, 마지막 방송까지 그야말로 '완벽한 남자 주인공'이었다.

"그동안 로맨스 장르가 참 어렵다고 생각해 왔어요. 이 작품을 통해 어떤 (어려움은) 해소를 했고 어떤 건 아직도 어렵다고 느껴요. 평소와는 달리 로맨스 작품을 많이 보게 되었는데 (멜로 장르만의) 규칙과 문법을 찾아냈어요. 그 안에서 벌어지는 액션도 마찬가지죠. '범죄도시' 속 액션도, '나의 완벽한 비서' 속 키스신도 액션이에요. 정확하게 (상대 배우와) 포인트를 나눠야 하죠. 장르는 달라도 설득의 과정은 비슷하다고 여겼습니다."

SBS 드라마 '나의 완벽한 비서'는 일에만 몰두하는 헤드헌팅 회사 CEO 강지윤(한지민 분)과 일과 가사 모두를 완벽하게 해내는 비서 유은호(이준혁 분)의 밀착 케어 로맨스를 그린 작품이다. 지난 1월 3일 5.2%(닐슨 코리아 전국 기준)로 시작해 2월 14일 최종회 12.0%, 순간 최고 시청률 12.7%를 달성하며 유종의 미를 거두었다.

"흥행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어요. 조금도요. 그동안 드라마를 할 때 시청률이 많이 나온 적이 없었어요. '적도의 남자' 이후 두 번째로 좋은 시청률을 거두게 된 거라 얼떨떨합니다. (흥행에 대한) 기대는 안 했었어요."
배우 이준혁 사진에이스팩토리
배우 이준혁 [사진=에이스팩토리]

극 중 이준혁은 완벽한 비서 '유은호' 역을 맡았다. 대기업 인사팀에서 근무하던 엘리트 사원이었지만, 모종의 음모로 퇴사한 후 헤드헌팅 회사 CEO인 강지윤의 비서로 합류한다. 어린 딸을 혼자 키우는 싱글 대디로서, 일과 육아 모두에 능숙한 인물이다.

"은호 역할의 어려움은 목적을 상실한다는 점이에요. 극 중 은호의 목표는 일자리죠. 아이가 우울해 회사를 그만두게 되지만 생계를 위해 다시 취업해야 하는 인물인데 2화 만에 일자리를 찾아요. 보통 드라마는 캐릭터가 자신의 목적을 끝까지 가져가잖아요. 그런데 초반부터 목적을 잃으니 어렵게 느껴지더라고요. 제가 내린 결론은 은호가 모든 장면의 조연이라는 것이었어요. 모든 캐릭터에게 쿠션 역할을 하는 인물인 거죠. 은호는 튀어서는 안 되고 조화로워야 했어요. 음악으로 치자면 베이스처럼요. 은은하게. 메인 보컬이 아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이준혁의 말처럼 은호는 은은하고 조화롭게 극에 녹아있다. 그럼에도 한 번씩 자신만의 리듬을 그려내며 인간적인 면면을 보이고 현실에 발붙이며 시청자들의 설렘을 극대화하곤 했다.

"어떤 문제가 생기면 은호는 정답을 내놔요. 하지만 그게 자칫하면 뻔하고, 불편하게 보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중간중간 클리셰를 깨는 행동, 이상한 움직임들로 그를 재밌어 보일 수 있게끔 했어요. 은호가 처음 혼났을 때, 동기와 대화할 때, 뛰어나갈 때 등 동선 같은 걸 고민했고 그의 움직임에서 리듬감을 살리려고 했어요. 개그를 치며 애드리브를 하기도 했어요. '농구 좋아하세요?' 같은 패러디('슬램덩크')나, 매운 걸 먹고 나서 사탕을 양 볼에 물고 있는 모습 같은 데서 위트를 살리려고 한 거죠."
배우 이준혁 사진에이스팩토리
배우 이준혁 [사진=에이스팩토리]

여성 시청자에게 열렬한 사랑을 받았던 '은호'는 기존 한국 콘텐츠에서는 만나기 힘든 설정을 가진 인물이기도 하다. 일밖에 모르는 까칠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허술한 여자 상사를 보필하는 조신한 남성 비서. 간단한 '성 반전'으로도 여러 클리셰를 깨며 시청자에게 신선한 재미를 안겨주었다.

"시대는 바뀌니까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생각해요. 어느 시대나 역지사지의 마음이 있어야 하고요. 일을 하고, 꿈을 오래 좇다 보니 판타지에 대한 내공이 생겨요. 이제와 보면 (살림 등) 아름답고 멋진 건데 하찮게 이야기하는 지점들이 있었거든요? 그런 부분을 멋지게 만들어주고 싶다는 마음도 있었어요. 시청자분들이 그렇게 느끼셨으면 싶기도 했고요."

싱글 대디인 설정에 관한 이야기도 나누었다. 그는 "아빠 역할은 처음"이라며, "잘 모르는 분야라 무섭기도 했다"고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별(기소유 분)이랑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아이들에 대해 잘 몰라서 걱정이 많았어요. 이 나이대 아이들은 어떻게 행동할까? 웬만한 리스크로는 제가 흔들리지 않는데요. 아이들과는 호흡을 맞춰본 적이 없으니 어떤 일이 벌어질지 가늠이 되지 않아서요. 하지만 소유는 수많은 이슈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프로페셔널한 배우였습니다. 아역 배우가 아니라 완벽한 배우고요. 배우로서 공력이 느껴지는 수많은 대화를 나눴어요. 굉장히 고생했는데 잘 이겨냈고, 성장했고, 단단하구나. 멋진 배우라고 생각합니다."

로맨스 장르인 만큼 비주얼적인 면들도 화제가 됐다. 이준혁은 화제를 모았던 여러 등장신을 언급하며 "SBS에 감동받았다"고 말해 웃음을 유발하기도 했다.

"자꾸 업자로서 이야기하는 경향이 있는데요. 하하. 은호의 등장 신 중 예술의전당에서 찍는 장면의 경우는 '제작비가 상당한 신이다' 싶더라고요. '이건 무조건 살려야 한다!' 하하. 그 장면은 예술의전당에 백여 명 가까운 출연자들과 찍는 신이었거든요. SBS에 큰 감동을 받았어요. 이 많은 사람들에게도 고맙다고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배우 이준혁 사진에이스팩토리
배우 이준혁 [사진=에이스팩토리]

또 은호의 아름다움은 "모두 힘을 모아 만든 것"이라며 겸손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저의 노력만으로 예쁘게 담길 수는 없어요. 좋은 조명, 예쁘게 담기는 앵글을 모두 함께 노력해서 현실에 없는 가상의 비주얼을 만든 거예요. 현실에서 저를 보시더라도 편안한 마음으로 보실 수 있을 거예요."

이준혁은 강지윤 역의 한지민이 있었기에 로맨스를 완성할 수 있었다고 웃었다. 멜로는 배우들의 호흡이 중요한 장르. 이준혁은 "정말 든든했다"며 한지민을 치켜세웠다.

"지민씨는 이미 모든 검증을 끝낸 프로페셔널한 분이시죠. 어마어마한 내공을 가진 분입니다. 존경심이 더욱 커졌어요. 함께 작품을 하며 정말 든든했습니다. (한지민을 보면) 눈앞에서 블루레이를 보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어요. 제가 영화 블루레이를 보는 걸 좋아하거든요? 그런데 문득 (작품을 하면서) 주인공이 고화질로 내 눈앞에서 움직이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때마다 깜짝 놀랐어요. 그렇게 몰두하여 연기해 주니 상대 배우에 대한 고마움이 컸죠."
배우 이준혁 사진에이스팩토리
배우 이준혁 [사진=에이스팩토리]

앞서 이준혁은 "오래 나오는 주인공보다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카메오에 매력을 느낀다"고 말해왔던바. '범죄도시4'를 시작으로 점차 필모그래피에 변화가 생기는 시점에서, 배우로서 여전히 '매혹적인 조연'에 관한 갈증을 느끼는지 물었다.

"주연과 조연을 가리지는 않지만 (주연이 느끼는) 책임감과 무게감이 상당히 큰 거 같아요. 제가 굉장히 여유로운 사람이라면 조연을 선호할 거 같고요. 워라벨이라는 게 있잖아요. 주연은 할애해야 하는 게 많고 인풋 할 시간도 필요해요. 연기로서는 주·조연에 차이가 있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남들을 (조연으로) 상대를 비춰주는 것도 굉장히 좋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연기 외적으로도 관심을 두고 있는 부분에 관해 이야기했다. 그동안 반려견 팝콘을 주인공으로 한 동화, 게임 등 여러 방면에서 활동해 왔던 만큼 그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 터다.

"팝콘이 아니더라도 동화책이나 게임을 다시 만들어보고 싶어요. 그건 취미의 영역이기 때문에 좋은 마음으로 기부를 해왔는데요. 다시 만든다면 제작비 정도는 벌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다시 전액을 내기는 부담스러워서 제작비에서 10만 원 정도만 더 벌면 좋겠어요. 하하."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