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의 '참혹한 현실'…16세 입대, 극한 환경서 노동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최윤선 기자
입력 2025-02-20 09:32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조선일보 인터뷰로 드러난 북한군 생활

  • 북한군 "홀어머니, 내가 전쟁터 있는지도 몰라"

우크라이나군에 생포된 북한군 사진연합뉴스
우크라이나군에 생포된 북한군 [사진=연합뉴스]

러시아 쿠르스크로 파병됐다가 우크라이나군에 포로로 붙잡힌 북한군의 조선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북한군이 처한 참혹한 현실이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부분의 병사가 한국의 중·고등학생 정도인 10대 중·후반의 어린 나이에 입대하고, 극한 환경에서 비(非)인간적 노동에 노출됐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북한군 저격수 리모(26)씨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이미 복무 10년 차이며 제대를 앞두고 러시아로 파병됐다고 했다. 16세에 입대해 의무 복무 기간인 10년을 채우느라 20대 중반까지의 삶을 전부 군에서 보낸 것이다. 리씨는 "부모하고 전화상으로만 이야기를 했고 한 번도 못 만났다"고 밝혔다. 

리모씨에 이어 조선일보가 인터뷰한 또 다른 러시아 파병 북한군 백모(21)씨 또한 입대한 지 4년 동안 홀어머니를 한 번도 만나지 못했고, 어머니가 자신의 파병 사실조차 모른다고 밝혔다.

리씨의 인터뷰에선 북한군이 국방뿐 아니라 국가의 여러 사업에도 강제로 동원돼 노예와 다름없이 일해야 한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리씨는 자신이 속했던 '폭풍군단'이 "전투력이 높아 공사, 전투 임무 수행 등에 앞장섰다. 삼지연 건설에도 동원됐다"고 했다. 이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8~2021년 백두산 인근 량강도에서 벌인 대규모 '선전 도시' 건설 사업을 가리킨다. 이 지역은 겨울 기온이 영하 30도까지 내려갈 정도로 추위로 악명이 높은데 김 위원장이 병사들을 대거 동원해 체제 선전을 위한 공사에 투입했다는 사실이 리씨의 인터뷰로 확인됐다. 리씨는 "쿠르스크와는 추위가 비교도 되지 않는다"는 혹한의 겨울에 삼지연 공사에 투입돼 "곡괭이로 종일 요만한 돌망구(돌멩이) 하나씩을 캐느라 손이 얼어붙었다"고 했다.

지난해 10월쯤부터 러시아에 파병되는 북한군들의 피해는 계속 불어나는 중이다. 리씨에 따르면 북한군은 해외에서 "유학 훈련"을 한다는 거짓말을 듣고 러시아로 이송됐고, 상황 파악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무더기로 목숨을 잃고 있다. 약 1만2000명이 파병됐다고 알려진 북한군 중 약 4000명이 죽거나 중상을 입었다고 알려졌고, 북한군이 추가 파병을 준비 중이라는 이야기도 돌고 있다. 다만 미국과 러시아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종전 협상을 벌이는 상황이어서 북한군 추가 파병은 현실적으로 어려워졌다는 말도 나온다.

한편, 우크라이나군에 붙잡힌 북한군 포로가 한국으로 가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그의 귀순이 실현될지 주목된다. 북한군 포로가 한국으로 가겠다는 의지를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는 지난 19일 우크라이나군에 붙잡힌 북한군 포로가 한국으로 가고 싶다는 의사를 밝힌 것과 관련해 "한국행 요청 시 전원 수용한다는 기본 원칙과 관련 법령에 따라 필요한 보호와 지원을 제공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우리 정부의 입장을 우크라이나 측에도 이미 전달했으며, 계속 필요한 협의를 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