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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는 20일 제457차 무역위를 열고 '중국산 탄소강 및 그 밖의 합금강 열간압연 후판 제품'이 덤핑 수입되고 있다고 예비 판정하고 관련 조치를 기획재정부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무역위는 예비 판정 이후 본조사 기간 발생하는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잠정 덤핑 방지 관세 27.91%~ 38.02% 부과를 기재부 장관에게 건의하기로 했다.
우리나라의 덤핑 방지 관세 부과 체계는 무역위가 조사를 거쳐 건의하고 이후 기재부 장관이 30일 이내 잠정 조치 여부를 결정 및 집행한다. 최종 판정은 오는 7월쯤 나올 예정이다.
두께 6㎜ 이상으로 두꺼운 철판인 후판은 선박 제조용이나 건설용 철강재로 주로 쓰인다. 철강 업계에서는 미국의 대중 규제 강화 등 미·중 갈등 여파로 중국의 밀어내기식 저가 수출 탓에 사업 피해가 크다고 꾸준히 지적해왔다.
무역위의 이번 잠정 반덤핑 조치로 중국의 저가 물량 공세에 신음하던 철강 업계는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해관계가 얽힌 '고차원 방정식'을 풀어야 할 정부로서는 고심이 깊어진 모습이다.
당장 조선·건설 업계의 반발을 직면해야 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반덤핑 관세 부과는 곧바로 이들 업체의 비용 인상으로 직결된다.
이와 관련해서 무역위 관계자는 "무역위는 산업 피해를 입은 국내 업계가 신청한 건에 대해서 국제 규범과 국내 법령에 따라 객관적이고 엄정하게 조사를 해서 조사 결과를 내놓는다"며 "수입자나 수요자의 피해 여부를 참고하고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하지만 결정적인 판단의 근거는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에 정부는 조선 업계에 대한 피해도 들여다볼 계획이다. 정부 관계자는 "21일 조선 업계 간담회를 개최해 반덤핑 관세에 대한 영향 등에 대해 현장 목소리를 듣고 지원할 부분이 있는지 점검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제재를 받은 중국의 보복 관세에도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다. 익명을 요청한 한 전문가는 "과거 사례를 살펴보면 한국이 반덤핑 관세 카드를 꺼내도 중국이 특별한 보복조치가 있었던 적은 없었다"면서도 "다만 최근 글로벌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된 만큼 중국은 우리 주력 수출 품목에 대해 제재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관세 전쟁의 대처도 마뜩잖은 상황에서 추가 무역 장벽이 생기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 것이다. 그럼에도 국내 산업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관세 등 다양한 무역 조치를 활용해 방파제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이재윤 산업연구원 탄소중립산업전환연구실 실장은 "주요국 보복 관세에 대한 우려 때문에 그간 우리 정부가 소극적으로 대처해왔던 것은 사실"이라며 "무역구제가 글로벌 추세인 만큼 세계무역기구(WTO) 규정하에서 취할 수 있는 권리는 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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