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업통상자원부가 중국산 후판에 대한 반덤핑 조치를 발표하면서 국내 철강업계의 가격 경쟁력 회복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그동안 저가 공세로 어려움을 겪어온 국내 철강업체들은 이번 조치를 통해 유리한 시장 환경을 맞이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산업부 무역위원회는 20일 회의에서 현대제철이 제소한 중국산 후판에 대해 덤핑방지관세 부과를 기획재정부에 건의했다. 예비조사 결과 중국산 후판이 덤핑 수입으로 국내 산업에 피해를 입힌 것으로 판단돼 잠정 관세율은 27.91%에서 38.02%로 제안했다.
이번 조치와 함께 중국, 인도네시아, 대만산 스테인리스강 평판압연 제품에 대한 가격 약속 연장과 폴리프로필렌 연신(OPP) 필름에 대해 2.50%에서 25.04%의 덤핑방지관세 부과도 제안됐다. 덤핑 재발 방지 조치도 함께 논의됐다.
국내 철강업계는 이번 반덤핑 조치가 가격 경쟁력을 회복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국산 후판의 급증으로 국내 철강업체들이 가격 경쟁에서 심각한 압박을 받아왔던 상황에서, 정부의 조치는 국내 기업들이 시장에서 보다 유리한 가격 조건을 확보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중국산 후판 수입 물량은 △2021년 32만6145t △2022년 64만7911t △2023년 112만2774t △2024년 117만9328톤으로 매년 급증했다. 중국산 후판은 한국산보다 10~15% 저렴한 가격에 공급되며 국내 시장을 잠식해왔다. 그러나 이번 반덤핑 관세 부과로 중국산 후판의 가격이 상승하면 국내 기업들은 가격 경쟁에서 한층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중국산 저가 제품과의 경쟁으로 국내 업체들이 수익성 악화와 생산 조정에 어려움을 겪어왔다"며 "반덤핑 조치로 가격 경쟁에서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산 후판의 저가 정책이 시장을 왜곡했다. 공정한 경쟁 환경이 조성되면 국내 철강업체들의 안정적 생산과 판매 전략 수립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조선·건설 등 후판 수요 산업의 가격 변동성이 큰 만큼, 이번 조치를 경쟁력 강화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중국이 보복 조치로 자국 제품에 추가 보조금을 지급하거나 수출을 늘릴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중국은 2015년 유럽연합과 미국의 반덤핑 조치에 대응해 자국 철강업체들에 보조금과 세금 감면을 제공하며 수출을 확대한 경험이 있다. 이로 인해 중국산 철강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져 국내 시장 경쟁이 치열해진 바 있다.
또 다른 철강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대응이 국내 철강업체들에 미치는 영향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반덤핑 조치는 국내 시장에서 중국산 저가 제품의 영향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글로벌 철강 수요 감소와 미국의 보호무역 정책은 여전히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며 "국내 철강업체들은 대미 수출의 어려움 속에서도 자국 시장에서 가격 안정성을 확보할 기회를 맞이한 셈"이라고 평가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