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삼남인 김동선 한화비전·한화세미텍 미래비전총괄 부사장이 반도체 장비 사업 확대에 팔을 걷어붙였다. 한화세미텍은 고대역폭메모리(HBM) 제조 핵심 장비를 시장에 처음 공개하며 SK하이닉스와 미국 마이크론에 대한 납품 의지를 다졌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비전의 반도체 장비 자회사인 한화세미텍은 국내 최대 반도체 전시회인 '세미콘코리아 2025'에서 자체 기술로 개발한 TC본더 'SFM5-익스퍼트'를 공개했다.
특히 호텔·요식업·로봇·반도체 등 한화그룹의 미래 신사업을 이끄는 김 부사장이 직접 현장을 찾아 눈길을 끌었다. 반도체 장비 사업을 차세대 먹거리로 키우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김 부사장은 고객사와 협력사, 경쟁사 부스를 일일이 둘러보며 반도체 장비 시장 상황과 기술 현황 등을 꼼꼼히 살폈다. 김 부사장은 "한화가 HBM TC본더 등 후공정 분야에서는 후발 주자에 속하지만 시장 경쟁력의 핵심은 오직 혁신 기술에 있다"며 "한화세미텍만의 독보적 기술을 앞세워 빠르게 시장을 넓혀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부사장은 앞서 한화정밀기계 사명을 한화세미텍으로 바꾸면서 무보수 경영과 연구개발 투자 대폭 확대를 약속했다.
한화세미텍은 전시회 기간 중 생성 인공지능(AI) 학습·추론에 필요한 HBM 제조 후공정에 필수로 사용되는 TC본더와 반도체 첨단 패키징에 쓰이는 3D스택 인라인 솔루션 등 다양한 자체 반도체 장비 기술을 시연했다. 3D스택은 반도체 다이 여러 장을 수직으로 쌓고 전도성 물질을 활용해 각 다이를 연결하는 기술로, 칩 크기를 줄일 수 있어 반도체 미세공정 과정에 꼭 필요하다.
한화세미텍은 과거 삼성테크윈(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때부터 표면실장, 후공정, 공작기계 등 다양한 반도체 제작 장비를 제조하며 40여 년간 기술 노하우를 축적했다. 관건은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 등 HBM 제조사를 고객으로 끌어들일 수 있을지다. TC본더와 함께 차세대 HBM 패키징 기술인 하이브리드 본딩에 필요한 하이브리드 본더 장비 연구개발과 납품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HBM용 TC본더 장비는 한미반도체와 ASMPT에 이어 한화세미텍까지 출사표를 내며 삼파전이 벌어지는 상황이다. SK하이닉스가 청주 M15X팹에 필요한 TC본더 발주를 1분기 중에 완료할 계획이어서 시장 주도권을 쥐기 위한 세 회사 간 물밑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수주 성과에 따라 반도체 장비 시장에서 김 부사장이 이끄는 한화세미텍 입지도 한층 탄탄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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