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현장] "극장에서 안 보면 후회"…봉준호 감독 '미키 17', 韓 극장 살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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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송희 기자
입력 2025-02-20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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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키 17 2월 28일 개봉 사진연합뉴스
영화 '미키 17' 2월 28일 개봉 [사진=연합뉴스]
영화 '미키 17'을 위해 할리우드 스타들이 한국을 찾았다. 로버트 패틴슨을 시작으로 나오미 애키, 스티븐 연, 마크 러팔러가 줄줄이 한국을 방문해 적극 영화 홍보에 나선 상황. 영화 '미키 17'이 침체한 극장가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20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메가박스 코엑스점에서는 영화 '미키 17'(감독 봉준호)의 내한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이날 행사에는 봉준호 감독과 할리우드 배우 나오미 애키, 스티븐 연, 마크 러팔로가 참석했다. 

이날 한국을 처음 방문한 나오미 애키는 오래전부터 한국에 오고 싶었다. 봉준호 감독님과 함께 오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고 인사했고, 영화 '어벤져스2' 이후 10년 만에 한국을 찾은 마크 러팔로는 "다시 방문하게 돼 기쁘다. 지난번에 한국을 방문했을 때도 큰 환대를 받았다. 봉 감독의 고국에 오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스티븐 연은 "다시 한국에 오게 돼 기쁘다. 이 자리에 훌륭한 동료들과 함께하게 되어 기쁘고 봉 감독님과 다시 재회하게 돼 기분이 좋다"고 인사했다. 

앞서 영화 '미키 17'은 위험한 일에 투입되는 소모품(익스펜더블) '미키'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죽으면 다시 프린트되는 '미키'가 17번째 죽음의 위기를 겪던 중, 그가 죽은 줄 알고 '미키 18'이 프린트되며 혼란을 겪게 되는 내용이다. 
영화 미키 17 포스터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영화 '미키 17' 포스터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봉 감독은 영화 '미키 17'이 SF 장르지만, '사람 냄새'가 물씬 난다고 계속해서 강조해 왔던 바. 

그는 "클론은 이미 많은 SF에서 다룬 소재다. 하지만 '미키 17'은 자세히 들여다보면 핵심 콘셉트가 다르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건 '휴먼 프린팅'이다. 여러 유기물로 사람을 출력하는 거다. 마치 사무실에서 서류를 출력하듯이. '휴먼 프린팅'이라는 콘셉트가 희비극이 담겨있다고 보았다. 인간은 존중받아야 하는 존재인데 이름 자체가 휴먼 프린팅이라니. 쓰라리고 웃기기도 하다. 다른 복제인간과 다른 점이라고 보았다. 게다가 출력되는 인간은 로버트 패틴슨이다. 착하지만 바보 같은 면이 있는 인물이다. 슈퍼 히어로나 천재적인 인간을 출력하는 게 아니라 정말 평범한 우리 주변에 있을 법한 착하고 가여운 인간이다. 거기에서부터 여타 SF와 차별점을 가진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영화 '미키 17'은 환경 오염 등으로 몰락한 지구를 배경으로 인간 존엄과 자본주의 사회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그동안 봉 감독이 전작들을 통해 사회적 비판을 던져왔던 만큼 이번 작품의 메시지에도 관심이 쏠린바. 

봉 감독은 "'기생충'도 자본주의에 대한 풍자, 비판을 했다고 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저는 영화를 만들 때 어떤 목표, 깃발을 들고 만드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기생충'은) 반지하에 하는 최우식의 하루를 생각하고, 부잣집 잔디밭을 보고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하고 접근한다. 그런 게 쌓이고 쌓여서 두시간짜리의 영화로 만들어지는 거다. '미키 17'도 그렇다. 미키가 프린트되는 자신의 몸을 볼 때 어떤 기분일까? 이런 식으로 하나하나씩 쌓는다. 구체적인 여러 감정을 나누고 싶다. 자본주의 분석이나 메시지는 사회 과학 하시는 분들이 내는 책에서 더 명확하고 효율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영화는 그 틈바구니에서 숨 쉬는 인간들의 감정을 나누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동료 감독이 '마음의 위로를 받았다'고 감상평을 전해줬는데 굉장히 기뻤다. 저는 이 영화를 보며 사람들이 공감과 위로를 받길 바란다. 여러 힘든 상황에도 부서지지 않고 살아남았다는 것. 연약하고 불쌍한 청년이 파괴되지 않았다는 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였다"고 덧붙였다. 
영화 미키 17 2월 28일 개봉 사진연합뉴스
영화 '미키 17' 2월 28일 개봉 [사진=연합뉴스]

특히 영화 '미키 17'은 로버트 패틴슨부터 나오미 애키, 스티븐 연, 마크 러팔로 등 친숙한 배우들에게 낯선 면면을 끌어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영화 '트와일라잇' 시리즈의 로버트 패틴슨에게 지질한 캐릭터를, 정의로운 역할을 주로 해왔던 마크 러팔로에게 처음으로 악역을 안기기도 했다.

봉 감독은 "제가 성격이 이상해서 사람을 볼 때도 이상한 면을 보게 되는 것 같다. 누군가 흔히 알려진 모습과 다른 모습을 보일 때 집착이 생긴다"고 말했다.

이어 "마크 러팔로는 악역을 한 번도 안 했다는 게 신기했다. 첫 기회가 나에게 왔다는 게 신나고 재밌어서 영광이라고 생각한다. 처음 (마크 러팔로에게) 시나리오를 드렸더니 낯설어하더라. '왜 나에게?' '내가 뭘 잘못했어요?' 이런 느낌이었다. 저는 마크 러팔로가 이 역할을 하면 멋질 거로 생각했다. 독재자 마셜 역인데 독재자는 이상한 매력이 있지 않나. 역사 속 독재자를 돌이켜 보면 대중을 휘어잡는 기묘한 매력과 애교가 있다. 그래서 위험한 거다. 그걸 마크 러팔로가 잘 해줬다"고 칭찬했다.

정예 요원 나샤 역을 맡은 나오미 애키에 관해서는 "나오미 애키는 에너지가 대단한 배우다. 이런 에너지를 가진 배우를 알아봤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 영국에서 진행한 시사회에서 나샤가 마셜에게 엄청난 에너지로 소리를 지르며 제압하는 장면을 보고 박수가 터져 나오더라. 그 장면을 훌륭히 연기해 냈다"고 칭찬했다. 

봉 감독은 티모 역의 스티븐 연을 두고 "이미 '옥자' 때 즐거운 작업을 했다. 내가 생각 '미키 17'의 톤은 SF 장르지만 인간 냄새, 땀 냄새가 나는 장르였다. 스티븐 연의 도움 없이는 할 수 없었다. '티모'는 일반적인 SF 장르에 나오는 캐릭터가 아니지 않나. 아주 현실적이다. '배바지'를 입고 사채업자에게 쫓기는 진귀한 캐릭터를 실감 나게 연기해 줄 수 있는 배우라서 그런 면을 주목했다"고 말했다.
영화 미키 17 2월 28일 개봉 사진연합뉴스
영화 '미키 17' 2월 28일 개봉 [사진=연합뉴스]

마크 러팔로는 "출연 제안을 받고 놀라웠다. 이 역이 내게 주어진 게 맞나? 자세히 읽었다. 결국 (출연 제안을) 감사하고 있다. 나조차 나를 의심하고 있을 때 봉 감독은 저를 믿어주었다. 처음 시도하는 역할이라 무섭기도 하다. 아직 리뷰는 읽어보지 않았다. 어떤 반응이 나올지 모르지만 영화 취지에 맞게 연기하는 게 중요한 책무라고 여긴다"고 전했다.

나오미 애키는 "나샤는 저를 자유롭게 만들어준 역할이다. 나샤는 진정성 있고 진실한 사람이다. 다른 캐릭터들은 비밀이 있고 진심을 숨기지만 나샤는 솔직하게 내보인다. 이런 캐릭터를 현실화하는 작업에서 신이 났다"고 소감을 밝혔다.

스티븐 연은 "티모는 흥미로운 캐릭터다. '성난 사람들'을 끝낸 직후였는데 당시 자신의 어두운 면을 포용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티모는 대본을 보면 모두 그를 싫어한다. 미움받는 캐릭터다. 제가 타인의 어떤 시각을 무시하며 살지 못했는데 그런 개인적 경험을 바탕으로 티모를 이해하려고 했다. 그를 탐구해 볼 수 있었다. 전체적으로 재밌는 캐릭터"라고 평가했다.

마지막으로 봉 감독은 "어떤 작품이 스크린에 걸리길 기다리며, 설레는 마음으로 개봉일을 카운트다운 하는 것, 어느 장소로 달려가는 흥분감이 시네마 자체의 힘이라는 생각이 든다. '미키 17'은 우주선도 날아다니고, 크리퍼도 뛰어다니는 스펙터클함이 있지만 배우들의 풍부한 연기력이 만드는 스펙터클도 있다. 극장에서 안 보면 후회하실 거다"라며 관람을 독려했다.

한편 봉준호 감독이 영화 '기생충' 이후 5년 만에 내놓은 신작 '미키 17'은 2월 28일 한국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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