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음 달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금융권에 큰 폭의 이사진 변화가 예상된다. 금융감독원이 금융회사의 이사회 역량 강화와 내부통제를 강화한 만큼 금융지주사도 이에 초점을 맞춘 이사회 물갈이가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지주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전날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하면서 차은영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와 김선엽 이정회계법인 대표를 신임 사외이사 후보로 결정했다.
차 후보는 이화여대 정책과학대학원장, 사회과학대학장을 맡고 있는 국내 대표 경제학자이고, 김 후보는 한국과 미국 공인회계사 자격증을 보유한 회계 전문가이자 ESG(환경·사회적 책무·기업지배구조 개선)를 전공한 경영학 박사인 점에서 이사회의 전문성과 다양성을 제고했다는 분석이다.
우리금융지주는 금융사고로 흔들린 고객 신뢰를 회복하고 윤리 경영을 강화하기 위해 사외이사 7명 중 4명을 바꿀 것으로 예상된다. 신임 사외이사 중 최소 1명 이상은 과거 다른 곳에서 준법 감시, 윤리 경영 등의 업무를 맡은 내부통제 전문가로 발탁할 방침이라는 게 회사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정찬형 우리금융 이사는 최장 임기 6년을 다 채워 퇴진하고, 지성배 이사는 자신을 추천한 IMM PE가 과점 주주 지위를 상실해 물러난다. 지난해 2년 임기로 처음 선임된 박선영·이은주 이사를 제외한 나머지 신요환·윤수영·윤인섭 이사 중 2명이 새 인물로 교체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13일 사외이사의 내부통제 역할 강화를 주문한 데 부응하는 조치로도 풀이된다. 정진완 우리은행장이 지주 이사회에 합류할 수 있다는 관측도 일각에서 나왔지만, 구체적으로 검토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사회 의장의 변화도 예상된다. 그간 KB금융지주 의장을 맡았던 권선주 전 IBK기업은행장이 자리를 떠났고 우리금융의 정찬형 이사와 하나금융의 이정원 의장이 6년 최대 임기를 채워 자리에서 물러나게 되면 이사진은 대대적인 변화의 바람을 맞을 전망이다.
다만 잇단 금융사고로 내부통제 과제를 안고 있는 금융지주는 100명 안팎의 후보군을 두고 새 이사진을 고심하고 있지만 당국 눈높이가 너무 높고 인재 풀은 좁아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아직 사외이사진이 구체화되지 않은 신한금융지주는 의장을 포함해 9명 중 7명이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으며, 하나금융지주도 9명 중 5명의 임기가 끝난다. 이사회가 거수기 역할을 했다는 지적을 받은 상황이라 내부통제 부실 지적에 따라 이들 회사도 사외이사가 대폭 개편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은 큰 폭의 사외이사 교체를 바라고 있지만 인재 풀이 좁아 다양성과 전문성을 충족하기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면서도 "지주사들이 사외이사 연임을 당연시하지 않고 이사회 구성을 새롭게 하면서 자연스럽게 순환 구조를 가질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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