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퇴직연금 ‘실물이전 서비스’ 시행이 3개월을 경과한 가운데, 약 2조4000억원의 적립금이 이동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 은행에서 증권사로 이동한 금액은 6491억원을 기록했다. 순유입 기준 증권사가 4051억원의 순증을 기록한 반면, 은행은 4611억원의 순유출을 보였다.
23일 금융감독원과 고용노동부는 이전된 적립금 중 75.3%(1조8000억원)는 상품이 그대로 이전돼 기존보다 투자자가 적합한 퇴직연금 사업자를 고를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반면 나머지 24.7%(6000억원)는 실물 이전이 불가능해 현금화된 것으로 확인됐다.
실물이전은 퇴직연금 가입자가 계좌 내 운용 중이던 상품을 매도하지 않고 다른 사업자의 계좌로 그대로 옮기는 방식으로, 중도해지 비용과 금융시장 변동에 따른 기회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업권별로는 은행 간 이동(7989억원)이 가장 큰 규모를 차지했으며, 은행에서 증권사로 이동한 금액도 6491억원에 달했다. 반대로 순유입 기준으로는 증권사가 4051억원의 순증을 기록한 반면, 은행은 4611억원의 순유출을 보였다. 이는 개인투자자가 더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며 다양한 금융상품에 접근하려는 수요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제도별로는 개인형 IRP(9229억원, 38.4%)와 확정급여형(DB, 8718억원, 36.2%), 확정기여형(DC, 6111억원, 25.4%)이 고르게 이전됐다.
특히 IRP와 DC의 경우 증권사로의 순유입이 각각 3753억원, 2115억원으로 가장 컸으며, DB의 경우 보험사(1050억원)와 은행(768억원)으로의 유입이 많았다. 이는 IRP·DC는 근로자가 직접 운용 수익을 관리하는 구조이므로 더 나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사업자로 이동하는 경향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가입자의 편의를 높이기 위해 상반기 중 실물이전 신청 전에 상품 이전 가능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사전조회 서비스’를 도입하고, DC 계좌에서 다른 금융사의 IRP로도 이전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할 계획이다.
이 같은 제도 개선으로 금융기관 간 경쟁이 촉진되고, 장기적으로 퇴직연금의 수익률 개선과 소비자 혜택 확대에 기여할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와 금융감독원은 “실물이전 서비스의 안정적인 운영과 함께 가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홍보·교육 활동도 지속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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