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일(현지시간) 치러진 독일 총선에서 예상대로 '중도 우파' 성향인 기독민주당(기민당)·기독사회당(기사당)이 승리를 거뒀다. 차기 독일 총리로 유력한 프리드리히 메르츠 기민당 대표는 '미국으로부터의 독립'을 외치면서 연일 유럽을 압박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맞설 전망이다.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DW)에 따르면 이날 최종 개표 결과 기민당·기사당 연합은 28.5% 득표율로 1위를 차지했고, 그 뒤를 이어 극우 성향인 독일대안당(AfD)이 20.8% 득표율로 2위를 기록했다. 올라프 숄츠 현 총리가 이끄는 사회민주당은 16.4% 득표율로 3위로 주저앉았다.
이에 기민당·기사당 연합은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 이후 3년 만에 정권을 탈환한 가운데 앞으로 연정을 구성해 메르츠 대표를 총리로 선출할 계획이다. 과거 메르켈 총리와 정치적 라이벌이기도 했던 메르츠 대표는 경제력과 국방력 강화를 통한 '강한 독일'과 '강한 유럽'을 주장하고 있는 인물로,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그를 '유럽의 가장 강력한 지도자'로 평가했다.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 주요국들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 중단, 중국의 저가 공세 등이 맞물리며 경제적 부담이 가중되어 왔다. 여기에 트럼프 2기의 압박 및 국내 정치적 혼란까지 더해지며 사면초가에 처한 만큼 독일과 유럽 모두는 메르츠 대표의 강력한 지도력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총선 결과 발표 이후 이날 아시아 금융시장에서는 유로화와 독일 증시 DAX지수 선물이 강세를 나타냈다.
미국 싱크탱크 유라시아그룹의 무즈타바 라만 유럽 책임자는 "메르츠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지속되어 온 독일의 방향성이 그의 정부에서 바뀔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며 "메르츠는 트럼프가 초래하는 위협을 이미 이해한 듯 보인다"고 진단했다.
반면 메르츠 대표가 트럼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친기업 및 대중국 강경 성향인 데다 그가 주장한 국방력 강화 등은 트럼프 측이 원하는 바이기도 해 양측 관계가 한층 순탄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독일 기민당·기사당 연합의 승리 소식을 반기며 "오늘은 독일에 좋은 날"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의 스튜어트 존스 연구원은 "백악관은 메르츠의 승리를 양국 이익에 부합하는 좋은 거래를 할 수 있는 기회로 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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