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중견 벌크선사인 폴라리스쉬핑이 자금난을 이기지 못하고 '차이나 머니'까지 수혈했다. 지난해 4분기 BDI(발틱운임지수)가 크게 하락하며 수익성이 악화한 탓이다.
해운 업황 둔화가 장기간 이어지면 경영 정상화에 어려움을 겪으며 다시 매물로 나오거나 중국 기업으로 넘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25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폴라리스쉬핑은 올해 초 최대 8척의 선박을 담보로 중국교통은행(BOCOM)과 중국공상은행(ICBC)에서 3000억원을 차입했다. 이번 자금은 회사 운영과 지난해 메리츠증권에서 빌린 단기 차입금 1000억원 상환 등에 쓰일 전망이다.
폴라리스쉬핑은 2023년 10월 회사 매각 방침을 세우고 HMM·한국해양진흥공사 등과 협상을 진행한 바 있다. 중견 벌크선사 인수로 선복량 확대를 꾀하려는 HMM 측 의지가 강하게 반영됐다.
하지만 민영화를 앞두고 HMM 몸값이 지나치게 커질 것을 경계한 산업은행 등이 반대해 협상은 무산됐다. 이에 폴라리스쉬핑은 지난해 10월 메리츠증권에서 연 12.5%의 고금리로 3400억원을 2년 만기로 대출받아 기존 부채를 상환하는 등 독자 생존을 모색 중이다.
시장 여건은 녹록지 않다. 벌크선사 수익성을 나타내는 지표인 BDI는 지난해 12월 1000선이 무너진 후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 철강업계가 수익성 부진으로 대량의 철광석 신규 구매를 기피하면서 벌크선사 운송 물량이 감소한 영향이다.
다수의 선사는 다운턴(불황기)을 견뎌내기 위해 업턴(호황기)에 사내 유보금을 비축했지만 폴리리스쉬핑은 영업이익 중 상당 부분을 부채 상환 등에 썼다. 이번에 들여온 중국 자금의 만기 도래 시에는 추가 외부 투자를 유치하거나 보유한 선박 중 일부를 매각해야 한다. 김완중·한희승 폴라리스쉬핑 회장이 지난해 8월 검찰에 배임 혐의로 불구속 송치되는 등 최대주주 사법 리스크도 여전하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폴라리스쉬핑이 시장에 다시 매물로 나올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거론한다. 인수 능력을 보유한 HMM이 '2030 중장기 전략'을 발표하며 인수합병 등을 통한 선복량 확대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건 긍정적 요소다.
다만 산은이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개선을 위해 HMM 민영화를 조속히 추진해야 하는 상황이라 거래 성사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나온다. 국내 철광석 수급을 책임지는 중견 선사가 중국 등 해외로 팔려 나갈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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