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가 미국과 중국에 비해 양자기술에 있어서 10년 이상 늦게 시작했을 뿐더러 기술력도 뒤쳐져 있지만, 우리가 잘하는 분야도 분명히 있다. 국내 기술력을 키우기 위해선 정부 차원에서 지속적인 연구 지원이 필요하다."
이종호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25일 아주경제와 전화 인터뷰에서 "국내에도 IBM 등 양자 선두기업에서 주목하는 양자 기술력이 있고, 우리가 잘하고 있는 반도체 기술과도 연관된 부분이 많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대표적으로 안도열 서울시립대 석좌 교수 연구팀의 성과를 설명했다. 그는 최근 아마존웹서비스(AWS)와 협력해 새로운 양자 알고리즘을 개발했으며, 안 교수가 공동 설립한 퍼스트퀀텀은 한국 스타트업 최초로 IBM 퀀텀 네트워크에 가입한 바 있다.
이 교수는 "이러한 강점을 앞세워 미국이나 유럽연합(EU) 등 양자를 잘하고 있는 외국 기관들과 적극 협력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면서 "지난해 3월 호라이즌 유럽에 참여함으로써 유럽과 양자 기술을 공동 연구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장관 재임 기간 동안 양자 기술을 국가의 미래 혁신 기술로 보고 정부 지원 강화에 힘썼다. 당시 양자기술 관련 통합된 지원 부서가 없는 현실에서 장관 직속 양자반을 만들어 관련 내용을 직접 챙기기도 했다. 이 교수는 "양자컴퓨팅은 1차관, 암호와 통신은 2차관에서 따로 담당했는데, 이들의 기본적인 과학적 원리가 비슷하기 때문에 효율적인 연구개발을 위해 통합관리가 필요했다"고 전했다. 이러한 노력의 결실로 이날 과기정통부 내 정식 부서로 '양자혁신기술개발과'가 신설됐다.
또 그는 양자를 포함한 대형 과학기술 분야 연구·개발(R&D)의 예비타당성 조사(예타) 면제를 적극 추진했다. 그 결과 지난해 8월 '양자과학기술 플래그십(대표) 프로젝트'의 예타 면제가 확정됐다. 이 프로젝트는 양자컴퓨터, 양자통신, 양자센서 등을 선도 수준으로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정부는 8년간 9960억원을 들여 1000큐비트(양자컴퓨터의 기초 단위)급 양자컴퓨터 개발을 추진할 방침이다.
이 교수는 "양자기술의 핵심은 큐비트 수를 늘려가는 것인데, 우리 정부는 내후년까지 50큐비트급 양자컴퓨터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연구개발에 오랜 시간이 필요한 분야인 만큼 국가 차원에서도 지속적인 연구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양자 기술이 있는 나라와 없는 나라의 차이는 크다고 본다"면서 "지난해 양자 등 R&D 예산이 예산이 깎여서 아쉬움이 있고, 정부가 이러한 부분에서도 각별히 신경써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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