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유일안 국적선사인 HMM 몸값이 SK해운 인수 시도와 미국 정부의 중국 선사 견제 등 영향으로 18조원 수준까지 뛰면서 민영화 지연 우려가 제기된다. 리더십 교체 가능성도 높아 연내 매각 작업 재개 여부가 한층 불투명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25일 기준 HMM 시가총액은 18조4137억원으로 코로나 팬데믹 등으로 해운업계 호황기였던 2021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HMM이 2조원을 투입해 SK해운의 △원유탱커선 △LPG선 사업부를 인수하려는 것과 연관이 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중국 해운·조선업 영향력 확대를 견제해 중국 선사·선박에 수수료를 부과하는 안을 추진하며 경쟁사인 HMM에 투자자들이 몰린 것도 주가 상승 요인이다.
HMM은 지난해 머스크·MSC·씨엠에이씨지엠·COSCO 등 4대 해운 업체가 지속해서 선복량을 확대하는 것에 대응해 2030년까지 컨테이너 사업과 벌크 사업에 각각 11조원, 5조6000억원을 투자하는 중장기 전략을 내놨다. 계획이 완료되면 HMM 선복량은 컨테이너 84척에서 130척, 벌크선 36척에서 110척으로 급증하게 된다.
업계에선 HMM이 선복량을 키울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국내 중견선사 인수를 꼽는다. 배에 묶여 있는 해운 계약도 함께 확보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SK해운 인수 시도도 이 같은 전략의 일환이다. 보유한 현금성 자산이 14조원을 넘는 만큼 대형 인수합병용 실탄도 충분하다.
다만 몸집 불리기 전략이 정부가 추진 중인 HMM 민영화에는 부정적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HMM 1·2대 주주인 한국해양진흥공사와 산업은행의 합산 지분율은 67.06%다. 오는 4월 잔여 전환사채(CB)를 모두 보통주로 전환하면 지분율은 71.68%까지 높아진다. 18조원 몸값을 여기 대입하면 해진공·산은의 HMM 지분 가치는 13조원에 육박한다. 2023년 매각 추진 당시 기업가치 6조원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재계에선 13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투입해 HMM을 인수할 수 있는 국내 기업은 거의 없다고 본다. 그나마 HD현대그룹이 유력한 후보로 꼽히지만 트럼프 시대를 맞아 조선·기계·정유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를 지속해야 하는 만큼 HMM 인수에 당장은 관심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운업계에선 산은 지분을 6조원 내외에 우선 매각하는 단계적인 민영화 방안이 조심스럽게 거론되고 있지만 민간 기업이 HMM 인수 후에도 해진공의 관리·감독을 받게 된다는 점에서 매력도가 크게 떨어진다.
강도형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17일 기자간담회에서 "절차적으로 (매각이) 잘 진행되고 있다는 보고는 받고 있다"면서도 "세세한 부분은 산은과 해진공에서 진행하는 일"이라고 말을 아꼈다.
갑작스러운 리더십 교체도 민영화를 어렵게 하는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현재 해수부와 해진공은 3월 28일 임기가 끝나는 김경배 HMM 대표 후임을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상선 시절 해운담당 주요 경영진 또는 관가의 해운 전문가를 후보로 놓고 물색 중이다. 후임 인선이 완료되면 3월 중순에 이사회를 소집해 정기 주주총회 안건으로 올릴 전망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