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글로벌 해운 업황에 대한 전문가들의 냉정한 평가다. 미·중 관세 전쟁과 중동발 홍해 사태 완화 등으로 전 세계 교역량이 위축되면서 해운 시장도 또다시 불황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다.
전문가들은 향후 시장 불확실성이 높아질 것에 대비해 적극적인 투자를 통한 추가 생존 전략 추진에 나설 때라고 입을 모은다.
류동근 한국해양대학교 해운경영학부 교수는 "글로벌 해상운임 하락과 물동량 감소는 최소 5~6년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간 지정학적 이슈, 미·중 무역 분쟁 등에 가려졌던 선복량 공급과잉 후폭풍이 본격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구교훈 한국국제물류사협회 회장은 "최근 몇 년간 이어진 국내 해운업 호황은 해운사들의 탁월한 경영 능력 때문이 아니라 팬데믹 등 예기치 못한 변수로 인한 결과"라며 "여러 변수가 사라진 지금부터가 현실이고 진짜 경쟁인데 우리 기업들은 미래에 대한 투자를 게을리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불황 중에 무분별하게 몸집을 불리라는 게 아니다. 업황이 좋을 때 성장 가능성이 있는 액화천연가스(LNG)·액화석유가스(LPG) 운반선 등 선박 발주에 적극 나서야 한다"며 "다만 HMM은 과거 LNG사업을 정리하면서 경업 금지 제약이 달렸던 만큼 제약이 풀리는 2029년에 맞춰 선박을 인도 받을 수 있도록 내년쯤 LNG 운반선 발주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투자 방향에 대한 의사 결정은 신중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구 회장은 최근 HMM이 벌크선 사업 확대로 경쟁력 강화를 모색 중인 것을 예로 들며 "미국의 원유 시추 증가와 에너지 수출 확대로 인해 탱커와 LNG 운반선 수요 증가가 예측되는 상황에서 건화물 전문 벌크선사를 늘리거나 관련 회사를 인수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종길 한국해양대 교수도 "무분별한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는 단기적으론 효과가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 관점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며 "에너지 세일링, 남미·아프리카 등 신규 항로 개척, 육상 부문 사업 강화 등 선사별 맞춤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