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재 보존 등 이유로 활용하지 못했던 용적을 다른 지역에 양도할 수 있도록 하는 ‘서울형 용적이양제’ 도입이 가시화하고 있다.
서울시는 25일 서소문청사에서 ‘공간의 혁신, 도시의 진화 서울형 용적이양제’라는 주제로 콘퍼런스를 열고 용적이양제와 관련한 발표와 토론을 진행했다. 행사에서는 용적이양제 도입 필요성과 해외 사례, 법적 쟁점과 제도화 방향 등에 대한 발표가 이어졌다.
용적이양제는 문화제 등으로 고도 규제가 있는 곳의 용적을 다른 곳에 팔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예컨대 용적률이 200%인 픙납동 2종 일반주거지역에서 규제로 인해 용적률을 100%밖에 사용할 수 없었다면, 나머지를 인근 상업 지역에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식이다.
미국과 일본은 용적이양제를 적극 활용해 성과를 냈다. 뉴욕 원밴더빌트 빌딩은 그랜드센트럴역의 미사용 용적률을 이전받아 93층 규모 초고층 빌딩으로 지어졌다. 도쿄 마루노우치 지구에 위치한 신마루노우치와 그랑도쿄 빌딩도 도쿄역에 남은 용적률을 매입해 조성됐다.
기조연설을 맡은 김세신 시 도시계획상임기획과장은 “(용적이양제는) 재산 손실을 최소화하고 개발이 필요한 지역의 성장을 촉진할 수 있는 성장 유도 수단”이라며 “도시공간을 혁신적으로 배분하는 도시관리 수단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남진 서울시립대 교수는 ‘도시경쟁력 향상을 위한 용적이양제의 새로운 전략’이라는 주제로 발표하면서 “(용적이양제는) “개발 필요 지역 활성화와 보존·규제 지역의 지속 가능한 관리를 동시에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남 교수는 다만 용적이양제 적용에 앞서 양도·양수 지역 선정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봤다.
남 교수는 양도 지역 선정 기준으로 장기적인 미래 도시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보전이 필요한 지역, 도시계획적으로 규제 완화가 불가능한 지역 등을 언급했다. 양수 지역은 전략적으로 육성이 필요하거나 정비구역·지구단위계획구역 등 공공에서 지정·관리할 수 있는 지역을 꼽았다.
전문가들은 용적이양제 도입을 위해 법·제도적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지엽 성균관대 교수는 "안정적 제도 도입과 운영을 위해 장기적으로 국토계획법과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국토계획법)에 따르면 토지의 법적 상한용적률 이내 적용 방식은 지방자치단체장 권한으로 정해져 있다. 이 때문에 서울시가 관련 조례만 제정하면 바로 용적이양제를 시행할 수 있다.
시는 용적이양제를 속도감 있게 추진할 계획이다. 연내 선도 사업지에 서울형 용적이양제도를 적용해 제도를 보완하고 구체적인 운영기준도 마련키로 했다. 시 관계자는 “용적이양제도가 국내 최초로 도입되는 만큼 해당 제도가 꼭 필요한 지역부터 단계적으로 적용해 나갈 것”이라며 “올해 추진 예정인 선도사업을 통해 세부 운영기준을 마련하고 국토교통부와 협력해 법적 기반 구축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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