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와의 광물협정 체결을 서두르며 핵심 광물 확보에 나서는 배경으로는 중국 견제가 첫손에 꼽힌다. 중국이 미국과의 패권 경쟁 속 갈륨·희토류 같은 희소 광물 자원을 무기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현재 세계 최대 희토류 생산국이자 수출국이다.
중국에너지보는 24일 중국이 향후 트럼프발 광물 패권 경쟁에 맞서 핵심 광물 공급망 통제를 강화하고 제련·가공 처리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국에너지보는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출판하는 에너지 전문지다.
신문은 우크라이나 광물 자원 채굴권이 미국에 개방되면 장기적으로 미국 우크라이나 유럽연합(EU)까지 서방 주도의 긴밀한 에너지 금속 공급망을 형성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미국이 우크라 희토류 광산의 50%를 확보하면 국제 시장에서 연쇄 반응이 촉발돼 치열한 광물 경쟁이 펼쳐질 것이란 관측이다.
량윈펑 중국국제경제교류중심 연구원은 매체를 통해 “이로써 미국의 희토류 시장 입지가 강화되는 반면, 다른 희토류 공급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압력이 커질 것”이라며 “(중국 등은) 시장 점유율 유지를 위해 희토류 수출 전략을 조정할 수 있다”고 관측했다.
중국은 이미 생산 및 수출 통제, 기업 통폐합, 가공 기술 수출 금지 등을 통해 희토류를 비롯한 희귀 광물 통제를 강화하면서 자원을 무기화하고 있는데 이러한 움직임이 한층 거세질 수 있단 얘기다.
량 연구원은 “중국은 희토류 등 우크라이나 광물 자원을 확보하려는 미국의 노력에 맞서 기술·자원 등 다각적 방면에서 대응책을 마련할 것”이라며 “특히 중국 내 관련 산업 업그레이드를 통해 자국 이익과 희토류 산업의 전략적 지위를 수호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간 중국은 정부 차원에서 희토류 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해 자원을 정제·가공할 수 있는 탄탄한 공급망 인프라를 갖췄다. 또 희토류 자원 채굴·가공 기술 경쟁력도 높다. 량 연구원에 따르면 중국의 제련 기술을 통한 희토류 추출률은 95%로 서방의 30%를 훨씬 웃돈다. 희토류를 99% 이상 고순도 정제하는 기술력도 갖췄다.
량 연구원은 “중국이 희토류 등 광물자원 기술 연구개발(R&D)에 자금을 투입해 분리·정제·심화가공 등 분야에서 대체 불가능한 지위를 갖고 있는 만큼, 미국이 우크라 희토류 광산을 확보한다 해도 중국의 제련 기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짚었다.
희토류는 자성과 광학적 특성을 가진 광물에서 찾을 수 있는 17개 희귀 원소를 일컫는다. 형광등에서 LED(발광다이오드), 스마트폰, 전기·하이브리드 자동차, 풍력 터빈, 첨단 무기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쓰여 ‘첨단산업의 비타민’이라 불리기도 한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중국의 2023년 말 기준 희토류 생산량은 24만톤(t)으로 전 세계의 70%를 차지했다. 희토류 매장량도 4400만t으로 전 세계 매장량의 약 40%를 차지하고 있다.
한편, 미국과 우크라이나 간 광물협정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하는 28일(현지시각) 공식 서명될 예정이다. 우크라이나 종전 논의 과정에서 양국은 희토류 등 우크라이나 광물 자원을 공동 개발하는 방안을 놓고 협상했으며, 특히 미국은 그간 우크라이나에 지원해온 무기 등의 대가로 희토류 개발 지분을 요구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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