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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교 칼럼] 대미 접촉에서 핵심을 건드려 담판을 짓는 방안을 준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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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교 GS&J 인스티튜트 원장
입력 2025-02-26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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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교 GSJ 인스티튜드 원장
[서진교 GS&J 인스티튜트 원장]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및 투자 정책이 점차 그 모습을 구체화하고 있다. 취임과 동시에 ‘미국 우선 무역정책’을 발표한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에는 ‘상호주의 관세와 정책’과 ‘미국 우선 투자 정책’을 제시하면서 중국을 비롯하여 미국과의 상품무역에서 흑자를 누리고 있는 국가에 대한 압박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특히 상호주의 관세는 기존 관세만의 차이에서 비관세 및 보조금과 그밖에 공정 경쟁에 영향을 주는 각종 규제와 관행까지 포함한 상호주의로 확대되어 그 파장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동시에 마약과 불법 이민 등 사회적 이슈에 대해서도 관세 부과를 언급함으로써 관세가 사실상 전가의 보도처럼 활용되고 있다. 관세맨(tariff man) 이라는 말이 결코 과장된 것이 아님을 여실히 느낄 수 있다.
 
자연 우리나라를 포함한 미국의 주요 무역상대국들도 각자 대응책 마련에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그러나 보복관세를 부과해 미국과 전면전을 벌여도 버텨낼 수 있는 국내시장이 없는 한 미국을 정면으로 상대하기는 어렵다. 설령 미국에 버금가는 국내시장이 있다고 해도 대결로 인한 피해는 국민 고통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대결보다 타협을 선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GDP 규모로는 미국을 넘어서는 유럽연합(EU)이 미국과 타협을 추구하는 것도 타협에 따른 이익이 대결로 인한 피해보다 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미국의 주요 무역상대국 대부분은 적절한 선에서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고 서로 타협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문제는 미국의 요구를 어디까지 들어주어야 미국이 만족하고 타협에 나설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이러한 이유로 각국은 미국의 진정한 의도가 무엇이고 어느 수준이면 미국이 타협에 응할지를 알아내고자 백악관의 일거수일투족을 세밀히 분석하고 고위급 접촉을 계속 추진한다.

그러나 어떤 협상도 상대방이 원하는 핵심을 건드리지 않고서는 결코 타협에 도달할 수는 없다. 핵심이 아닌 곁가지를 건드리며 상대방의 의중을 떠볼 수는 있겠지만 그것이 문제의 키(key)가 될 수는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과 동시에 캐나다와 멕시코에 부과하기로 한 25% 관세 유예도 핵심이 문제를 해결한 사례다. 미국의 관세 부과 이유는 캐나다와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들어오는 마약과 불법 이민이 핵심이었다. 따라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산 상품에 보복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적절한 대응이 될 수 없다. 멕시코가 국경에 군대를 파견하는 등 캐나다와 멕시코 양국이 마약 유통과 불법 이민 문제 해결을 위해 구체적인 행동을 취하는 것이 바른 대응이며, 이를 통해 관세 부과가 한 달 유예될 수 있었다.
 
이에 우리 정부도 미국과의 접촉에서도 핵심을 건드려 담판을 짓는 방안을 준비해야 한다. 특히 상품무역수지 흑자 축소 해결에서 섣부른 미국 설득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대미 수출상당 부분이 중간재로서 미 기업의 최종재 생산 및 경쟁력 제고에 도움이 된다는 식의 설득은 별 효과가 없을 것이다. 미국의 관심이 한국으로부터 수입에 따른 긍정적 효과에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미국은 한국이 대미 수출 축소나 대미 수입 증가를 통해 현 수준의 무역흑자를 빠른 기간 안에 얼마만큼 줄일 것인지에 관심이 크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미국 상품을 더 많이 구매해 올 연말에는 한국과의 무역수지 적자가 대폭 줄어들 것임을 미국민에게 알리고 싶을 것이라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따라서 우리가 미국산 상품을 얼마나 수입할 수 있는지 검토하여 감내할 수 있는 수준에서 우리 제안을 미국에 관철시키는 것이 대책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
 
우리 제안이 미국을 만족시킬 수 있는 수준이라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추가 제안이 필요하다. 추가 제안은 미국의 또 다른 핵심 관심인 미국 내 일자리 창출과 직결된 투자 또는 미국의 군사력과 직결된 서비스 제공 등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도 한국의 미국 내 직접투자가 미국의 한국 내 직접투자보다 많고 미국의 일자리 창출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는 과거 투자 실적은 별 의미 없다. 지금부터 트럼프 임기 내 얼마나 많은 투자가 이루어지고 그로 인해 미국 내 고용이 얼마나 늘어나는지가 관건이다, 따라서 향후 추가 투자 규모를 가지고 미국을 대하든지 아니면 군사적 가치를 입증할 수 있는 구체적인 서비스 제공을 중심으로 미국을 설득해야 한다.
 
한편 핵심을 건드려 미국을 만족시키는 과정에서도 우리가 얻어낼 것을 찾아 확보하는 전략도 중요하다. 통상 큰 틀에서 원하는 것을 얻으면, 남은 세부 이슈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낮기 마련이다. 그러나 때로는 세부 내용이 전체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따라서 세부 이슈를 우리에게 유리한 내용으로 만드는 전략도 중요하다. 미국산 상품을 수입한다고 해도 수입 이후 국내에서 관리를 우리가 원하는 방식으로 할 수 있다면 우리로서는 수입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다. 투자 액수가 결정되었다고 해도 투자에 따른 혜택과 투자 세부 조건 등이 실제 투자 종료 시점까지의 기간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시간을 고려한 전략도 중요하다. 취임 첫 1년인 올해가 가장 중요하며, 트럼프 행정부가 중간 평가를 받는 데 공헌할 수 있는 내년까지가 핵심이다. 그 이후는 트럼프 대통령도 내리막길이니 공세의 강도가 약해지고 그에 따라 틈이 생길 가능성도 높다. 핵심을 중심으로 담판을 짓는 대담하면서 치밀한 정부 대책을 기대한다.




서진교 필자 주요 이력 

△고려대 농업경제학과 △미국 메릴랜드대 자원경제학 박사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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