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환율 급등 여파 하반기까지…물가 0.35%p 이상 오를 수도"

'환율의 장단기 물가 전가효과 분석' 보고서 발표

환율 10% 오르면 연간 물가 0.35%p 상승

환율 급등기 3개월 이상 지속되면 영향 더 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비상계엄 여파로 치솟았던 원·달러 환율이 떨어지더라도 환율 급등 여파가 하반기까지 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원·달러 환율이 10% 상승하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35%포인트 상승하는데 환율 급등기가 3개월 이상 지속되면 이보다 더 크게 물가에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다.  

26일 한국은행 조사국은 '환율의 장단기 물가 전가효과 분석: 개별 품목을 통한 파급경로를 중심으로' 보고서에 따르면 소비자물가에 대한 원·달러 환율 전가효과는 환율 변동률 10%포인트 상승 시 단기효과는 0.28%포인트, 장기효과는 0.19%포인트로 추정됐다. 연간 누적 기준으로는 0.47%포인트 물가를 끌어올리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2025년 연평균 원·달러 환율이 2024년 대비 10% 상승 시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35%포인트 상승하는 것과 동일한 효과다. 월별 누적효과를 보면 환율의 소비자물가 전가는 환율 변동 후 9개월에 가장 커졌다가 점차 줄어드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최근과 같은 3개월 연속 이어진 환율 급등기에는 장기 효과의 증가 폭이 훨씬 큰 것으로 나타났다. 환율 변동률 10%포인트 상승이 3개월 이상 이어진 경우엔 단기효과는 0.31%포인트, 장기효과는 1.3%포인트에 이르렀다. 연간 누적으로는 1.61%포인트나 물가를 끌어올리는 것이다. 가격 인상을 미루던 기업들도 환율 상승이 장기화되면 가격 인상에 동참하면서 환율의 물가 전가 효과가 확대되기 때문이다. 
 

[표=한국은행]

보고서에서는 환율 급등기를 2000년 이후 월 평균 원·달러 환율이 3개월 연속 상승하고 기간 중 누적 상승률이 10% 이상이었던 시기로 잡았다. 특히 환율의 단기(3개월), 장기(4~12개월) 전가 효과 추정을 통해 조만간 환율이 안정되더라도 일단 높은 수준까지 올랐던 환율이 근원품목을 중심으로 보다 긴 시계에 걸쳐 물가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를 분석했다.

구체적으로 △2000년 9월~2001년 4월 월평균 상승폭 26.4원(지속기간 8개월) △2007년 11월~2008년 11월 36.5원(13개월) △2021년 7월~2022년 10월 19.1원(16개월) 등 세 차례다.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는 4개월간 월 평균 30.2원 상승해 누적 상승률이 약 7% 정도지만 이전 세 차례 급등기와 함께 비교했다.

환율 변화의 품목별 영향도 함께 분석했다. 먼저 환율 변동 후 3개월 안에 물가가 움직이는 품목 45개를 단기 민감 품목, 이후 9개월 동안 천천히 움직이는 품목 73개를 장기 민감 품목으로 분류했다. 이어 각 품목의 가격을 가중 합산해 환율 단기 민감 물가와 환율 장기 민감 물가를 산출하고 두 지표의 흐름을 비교했다.

그 결과 환율 급등기에는 환율 단기 민감 물가가 크게 급등락한 반면에 환율 장기 민감 물가는 등락폭이 훨씬 작으면서도 시차를 두고 오랫동안 환율 영향을 받았다. 환율 민감 품목은 생산 과정에서 수입 중간재가 많이 투입되는 품목이었다. 

보고서를 작성한 조강철 조사국 물가동향팀 차장은 "향후 환율이 다소 하락해도 그간 환율이 급등했던 것이 올해 하반기에도 잠재적인 물가 상승 요인으로 남아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하반기 물가 상방 요인이긴 하지만 규모로 따졌을 땐 물가를 끌어올리는 정도가 크지 않을 수 있다"며 "앞선 환율 급등기 세 차례(10% 이상 상승)와 달리 지난해 10월 환율과 올해 1월 환율을 비교해보면 6~7%가량 올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한은은 25일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와 내년 물가성장률을 각각 1.9%로 전망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기자간담회에서 "환율이 높은 수준에서 유지되면 당연히 물가 상승률에도 영향을 주지만 경기가 높지 않기 때문에 어느 정도 저희들이 관리할 수 있을 거라고 보고 있어서 1.9%를 예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