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형 붕괴 사고에도 시공사 현대엔지니어링의 모회사 현대건설의 주가에 큰 변동이 없을 만큼 투자자들이 건설주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건설주들은 올 초부터 금리 인하와 정부 건설 경기 부양책 등 호재로 꾸준히 상승 중인데, 사고와 같은 대형 악재도 투자자들의 투심을 꺾지 못했다.
27일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KRX 건설지수는 올 들어 이날까지 14.56% 상승하며 KRX 300 산업재, 반도체, 기계장비 등 지수에 이어 4번째로 상승 폭이 컸다. 같은 기간 코스피 200 건설지수도 18.55% 상승했는데, 이는 코스피 지수 상승률(9.14%) 대비 2배가 넘는 상승률이다. KRX건설지수와 코스피200 건설지수에는 현대건설, 삼성중공업 등이 포함됐으며, 이들 종목도 같은 기간 각각 38.78%, 32.92% 오르는 등 강세를 보였다.
증권가에서는 건설주 상승세에 대해 금리인하 기조, 부동산 정책, 지정학적 리스크 해소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한국은행은 지난 25일 기준금리를 연 3.00%에서 연 2.75%로 0.25%포인트 낮췄다. 올해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2기의 관세 정책과 계엄 이후 국내 정치 불안이 이어지는 상황 속 시중에 돈을 풀어 민간 소비·투자 등 내수를 살리겠다는 의도다. 금리 인하는 건설주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낮은 금리 아래서 수요자들의 주택 구매 여력은 커지고, 건설사 또한 적은 금융비용을 쓰고도 건물을 지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건설 사업 환경 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정부는 미분양 아파트 매입(3000가구), 공사비 현실화, 책임준공 개선 방안 등 미분양 대책을 내놓기도 했다. 서울시도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해제하며 잠실을 필두로 매물이 잠기고 호가가 오르는 등 집값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박새라 신영증권 연구원은 “서울 상급지에서의 거래 상승은 정비사업 단지 사업 여건(분양가 상승) 개선으로 이어지고, 미분양 대책 역시 긍정적인 신호”라며 “수주 성장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이 더해진다면 (건설주) 주가가 상승할 여력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트럼프 2기 출범 후 커지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전망 또한 건설주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는 요인 중 하나다. 건설업은 건축물, 도로, 교량, 댐 등의 구조물을 설계하고 시공하는 산업 분야로 종전 시 재건사업 수혜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 속 투자자들은 사망자가 발생한 서울세종고속도로 붕괴 등 악재에도 불구하고 현대건설 주식을 사들이기도 했다. 붕괴 사고가 있었던 25일 현대건설의 주가는 2%가량 빠졌으나 바로 다음 날 다시 3.05% 오르며 다시 반등했다.
다만 미분양이 속출하고 있다는 점과 붕괴 사고 여파가 건설업계에도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은 우려된다. 해당 사고에서 사망자가 다수 발생했기 때문에 시공사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가능성도 있으며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시에는 영업정지에 따른 수주 중단 등 조치 또한 이어질 수 있다. 이 같은 조치가 이어진다면 건설업계 전반의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한편 지난 2022년 광주 아파트 공사 현장 외벽 붕괴 사고 이후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 주가는 열흘간 40%가량 빠졌고 그 기간 KRX 건설지수는 6%가량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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