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북한의 비핵화를 천명했지만 북한은 미국을 포함한 국제 사회 요구에 핵무력을 더 고도화하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이런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대화 의지를 지속해서 드러내고 있다. 또 북핵 문제에 한·미·일이 공조해 대응해야 할 상황에서 탄핵 정국을 겪는 우리는 정상외교 역할이 부재한 상태다. 이에 아주경제는 정계, 학계 등 외교·안보 분야 전문가를 대상으로 북한 비핵화 문제 해결을 위한 진단과 전망을 청취하는 연속 인터뷰를 진행한다. [편집자주]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4일 여의도 국회에서 아주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박 의원은 "북한 핵 문제는 미·북 간에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대화 시기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말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국가정보원장 출신이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정보위원회 소속인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북한의 비핵화는 북·미 관계와 남북 관계를 위해 필요한 최대의 지상 목표"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지난 24일 여의도 국회에서 진행된 아주경제 인터뷰를 통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대화 시기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며 이같이 밝혔다.
우크라이나 전쟁 참전으로 경제적·군사적으로 러시아의 지원을 받고 있는 북한이 내년 중간선거가 예정된 미국보다는 여유가 있으므로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담보를 보면서 대화에 응할 것이란 예상도 내놨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하노이 회담에서 합의가 깨져 트럼프 대통령에 불신이 강할 것"이라며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 참여를 통해 러시아의 도움을 받아 경제 문제도 해결되면서 김 위원장은 급한 것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중간선거를 기점으로 임기가 2년 남아 있을 때 레임덕 등이 발생할 수 있다"며 "무엇인가 해결하는 것을 하나라도 보여줘야 하는데, 우크라이나 종전, 북한 비핵화 진전 등 성과라면 가능하다"고 부연했다.
다음은 박 의원과의 일문일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첫날 북한을 '핵보유국(nuclear power)'으로 지칭하면서 파장이 일었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열린 한·미·일 외교장관회담에서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공감하며, 공식 외교 문서에서 비핵화 원칙을 포함했다. 이러한 상황을 포함한 현시점에서 북한 비핵화의 의미와 당위성에 대해 논한다면.
"북한의 비핵화는 지구 평화를 위해, 북·미 관계와 남북 관계, 동남아시아 세력 균형을 위해서도 반드시 이뤄져야 할 최대의 지상 목표다. 그렇지만 북한 핵 문제는 미·북 간에 해결해야 할 문제다. 트럼프 대통령이 우선 북한의 핵을 인정하면서 비핵화의 길로 가겠다고 표명했기 때문에 어떻게 됐든 김정은 위원장과 대화할 것 같다. 그 시기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비교적 북한의 핵을 잘 아는 앨리슨 후커 미 국무부 차관이나 알렉스 웡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수석 부보좌관이 등이 행정부에 들어와 양국의 대화에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
-북한의 비핵화를 한·미·일이 주도할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이미 미국과 일본의 정상은 회담을 진행했다. 향후 한·미·일은 어떻게 움직일 것으로 보나.
"미국은 일본과 함께 북한을 상대하려고 하겠지만, 북한은 일본의 개입을 반대할 것이다. 과거에도 6자 회담에서 일본은 포함되지 않았다. 그러나 미국의 새 대외 정책이 인도·태평양을 중시하고, 중국 견제를 위해서도 일본의 역할을 강화하려고 하고 있어 미·북 간, 즉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 간에 어떻게 합의가 이뤄지느냐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기간 "양키 스타디움에서 야구를 보자"고 말하면서 친분을 강조한 것에 대해 김 위원장도 싫지는 않을 것이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확실한 담보를 보고 움직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4일 여의도 국회에서 아주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박 의원은 "북한 핵 문제는 미·북 간에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대화 시기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말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북한과 협상하는 과정에서 비핵화가 아닌 핵 동결 또는 핵 군축 등 이른바 '스몰딜' 가능성을 제기하는 견해가 있는데, 이럴 때 제재 해제 등 설득할 방안으로 어떤 것이 있다고 보나.
"지난 2000년 8·15 때 김정일 당시 북한 국방위원장이 저를 만나 김일성 수령으로부터 두 가지 유훈을 받았다고 말했다. 하나는 '미국과 외교 관계를 개선해 체제 보장 약속을 받아라'. 두 번째 역시 '미국으로부터 경제 제재 해제를 받아서 경제를 발전시켜라'. 모두 미국과의 관계다. 그러한 유훈 통치가 실질적으로 지금도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김정은 위원장도 굉장히 바라고 있다고 본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어떻게 나올지는 모른다. 지난 대선 때 민주당과 공화당의 정강·정책에 모두 북한의 비핵화가 삭제됐다. 북한의 핵을 인정하면서 비확산으로 가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미국의 정책이 아직 거기까지는 안 나왔으니 조금 더 두고 봐야겠다."
-최근 국제 정세 중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전이 현실화하자 미국과 북한의 대화가 속도를 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양국 대화의 시기와 양상을 어떻게 예측하는가.
"북한의 핵은 장기적인 문제다. 김 위원장은 현재 급한 것이 없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하지 않았다면 경제적 사유로 급할 수 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북한은 러시아와의 특별한 관계로 우크라이나 전쟁 참여를 통해 경제 문제도 해결되고, 원유나 생필품에 대해서도 도움을 받고 있다. 또 부족한 ICBM 미사일 능력 등 기술적 문제도 러시아의 지원을 받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호락호락하게 넘어오지 않을 것 같다. 반면 지금부터 협상을 해나가더라도 트럼프 행정부 2기는 중간선거를 기점으로 임기 2년이 남아 있을 때는 레임덕 등 여러 가지 문제가 나올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전쟁을 하고 있지만, 무엇인가 해결하는 것을 하나라도 보여줘야 한다. 노벨 평화상도 간절할 것이다. 우크라이나 종전, 북한 비핵화 진전 등의 성과가 있으면 가능하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했지만, 우리는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로 인한 외교적 공백 상태다. 불확실성의 상황 속에서 우리 정부는 외교 전략을 어떻게 세워야 한다고 보나.
"최상목 권한대행과 트럼프 대통령이 통화를 못 하게 방해하는 것은 윤석열 대통령 아닌가. 최근 포린 폴리시가 민주주의 파괴자들과 손잡지 않고, 실용주의자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기대를 건다고 하는 것을 보면 지금 80~90일 정도 남은 정부가 아닌 새 정부를 기다리고 있다는 의미가 아닌가. 그래서 외교뿐만 아니라 경제나 민생 문제를 위해 빨리 헌법재판소가 종결해 줘야 한다. 그러지 않고는 진전이 없을 것 같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불을 보듯 뻔하게 정권 교체가 이뤄질 텐데, 그게 되겠나."
-국내 일각에서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북핵 용인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자체 '핵무장론'이 계속 거론되고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기분 같아서는 핵무장을 하는 것도 좋을 수 있다. 그렇지만 국제 정세가 그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우리는 팔아야 먹고사는 나라인데, 가능하겠나. 우리가 하면 일본도, 대만도 한다. 동남아시아에서는 핵창구가 되는데, 그게 될 수 있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