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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원 법무법인(유한) 대륙아주 입법전략센터장]
지난 해 5월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에 우리나라를 선진시장 지위 승격 후보군인 “관찰대상국”에 올려 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매년 MSCI는 전 세계 주요 증권시장을 선진시장, 신흥시장, 프런티어 시장, 독립시장으로 분류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아직 신흥시장에 포함되어 있다. 우리나라는 10대 경제 강국이자 AI(인공지능) 강국이지만 아직 금융산업에서는 선진시장에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2008년에 선진시장 승격을 위한 관찰대상국에 등재됐지만, 2014년에는 관찰대상국에서도 탈락했다. 이것이 상대적으로 낙후된 우리나라 금융시장의 현주소 이다. 따라서 투자은행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디지털화를 기반으로 하여 금융투자 산업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투자은행 육성 성과
우리나라 금융은 적재적소에 필요한 자금을 원활히 공급하고 부가가치를 창출함으로써 성장동력이 되도록 기능해야 한다.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을 비교하면, 상업은행(CB: Commercial Bank)은 수신을 통해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하여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로 대출하고, 예대마진을 수익 기반으로 한다. 반면, 투자은행(IB: Investment Bank)은 주식 등을 취득하여 투자가에게 판매하고, IPO(기업공개), M&A 자문 등 투자와 관련된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며, 자기자본을 통해 기업에 대한 직접금융(출자)의 역할도 담당한다.
투자은행은 상업은행에 비해 규제가 느슨하고 전문적인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여 높은 수수료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거래 상대방 위험(Counterpart Risk) 등을 감수하고 고수익을 추구하므로 고도의 인적 능력이 요구되는 분야이다. 투자은행은 한정된 투자재원을 모험자본(위험도가 높으나 혁신이 창출될 가능성이 높은 분야에 투입되는 재원)으로 공급하는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종투사 도입 당시 목표로 했던 대형화, 수익성 및 사업 차별화, 기업금융 서비스 확대, 모험자본 공급에 있어서 성과를 살펴보면, 지난 10년간 국내 종투사의 자기자본은 148% 증가했고, 순영업수익은 650% 증가하는 등 대형화와 수익성 측면에서는 양적 성장을 보였다. 반면, 종투사 수익의 70~80%는 위탁·자기매매로 구성되고 사업 차별화가 보이지 않는 등 질적 성과는 아직 미흡하다. 최근 10년간 기업 신용공여 규모가 20배 증가하는 등 양적 성장이 있지만, M&A 부문에서 국내 종투사의 아시아 순위는 각각 20~30위권, 60~70위권으로, 글로벌 IB들과 비교하여 기업금융 경쟁력이 뒤처지고 있다.
또한, 국내 종투사는 글로벌 IB와 비교하여 소매금융과 구조화 금융(Structured Finance) 등에서 강점이 있으나, 부동산 PF(Project Financing) 채무보증과 ELS(주가연계증권) 등의 사업에 편중되어 있고 기업금융 서비스의 다양성은 부족한 상황이다.
디지털 기반 금융투자
글로벌 IB들은 전사적 ICT(정보통신기술) 융합을 통해 자기매매 부문의 효율성을 높이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한 거래대상 범위 확대 및 오픈플랫폼 전략을 통해 기존 매매체결 플랫폼의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자사가 보유한 주요 데이터와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를 주요 고객들에게 공개함으로써 혁신적인 서비스 개발을 유도하고 있다.
또한, 장기 수익성 향상을 위해 미국과 유럽의 주요 IB들은 사내에 스타트업 지분투자를 전담하는 부서를 두거나, 스타트업 투자를 수행하는 벤처투자회사를 자회사로 두고있다. 골드만삭스의 전략적 투자부서(PSI: Principal Strategic Investment)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골드만삭스 외에 JP모건, 모건스탠리 등 주요 글로벌 IB들도 핀테크 스타트업에 초기부터 지분투자를 수행하여 M&A, IPO(기업공개) 등을 통해 높은 수익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 금융투자회사들은 이처럼 거래대상 상품의 범위를 확대하고 전사적 오픈플랫폼 전략을 구사할 필요가 있으며 이러한 모험자본 공급 확대를 위해 정부도 규제 완화를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인도,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신남방국가의 자본시장 부문을 적극 공략하여 해외 진출에도 힘써야 한다. 신남방국가들은 전 세계 인구의 약 절반을 차지하고 있으며, 스마트폰, SNS 등 ICT 혁신 기술을 체험한 20〜30대의 젊은 고객 비중이 높다. 이들은 선진국과 비교할 때 잠재성장률이 높아 자본시장의 성장 가능성도 높다. 따라서 한국 금융투자회사들이 보유한 첨단 ICT 플랫폼을 적극적으로 보급한다면 신남방국가에서 성공 가능성이 클 것이다.
금융투자 선진화 방안
우리나라 투자은행들은 대형화, 수익성은 어느 정도 실현하였으나, 글로벌 IB와 비교하면 아직 갈 길이 멀다. 금융산업의 선진화를 조기에 달성하기 위해서는 투자은행의 대형화에 박차를 가하고 기업금융 서비스를 다양화하는 한편, 스타트업 등에 대한 모험자본 공급과 수익성이 높은 해외투자 활성화를 통한 획기적인 성장전략이 필요하다. 더불어 연기금·국부펀드와의 동반 진출을 장려해야 하며 미래 금융산업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ICT 인력과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고 디지털금융에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 한국 투자은행들은 중장기적으로 기업금융 업무 범위를 확대하는 한편, IB 기업의 파산 등 손실 발생을 방지하기 위해 성과급 체계 및 컴플라이언스(Compliance) 점검 등 내부통제 개선을 통한 위험관리 역량을 강화하려는 노력이 따라야 한다.
권기원 필진 주요이력
▲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초빙교수 ▲ 前 미국 우드로윌슨센터에서 객원연구원 ▲ 前 국회 국방위원회 전문위원 ▲ 前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수석전문위원 ▲ 前 외교통일위원회 수석전문위원 ▲아주경제 로앤피 고문(아주경제 객원기자) ▲법무법인 대륙아주(유한) 입법전략센터장 ▲중앙대학교 의회학과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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