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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화양'영'화] "로봇과 사람 이야기" 中 자장커가 AI로 만든 첫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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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배인선 특파원
입력 2025-03-0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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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틸라이프' 등 실험주의 감독 자장커

  • AIGC 6분짜리 단편영화 '보리수확' 제작

  • 인간과 휴머노이드 로봇 이야기 담아내

자장커 감독이 AI로 제작한 단편영화 보리수확 포스터
자장커 감독이 AI로 제작한 단편영화 '보리수확' 포스터


도시에 사는 왕리로부터 부모님의 밀 수확을 도와달라는 지령을 받은 휴머노이드 로봇이 고향 산시성 펀양시 농촌 마을로 향한다. 자신과 같은 휴머노이드 로봇 동료와 반갑게 인사하며 하이파이브를 하고, 자율주행차를 타고 도로를 달리다가 멈춰서서 휠체어를 탄 할아버지를 돕는다. 관광지에 들러 남녀 커플의 사진을 찍어주면서 자신도 기념사진을 찍어 기록으로 남기기도 한다. 5시간을 달려 산시성 펀양에 도착한 로봇은 밀을 수확하는 왕리의 부모님을 만나 친숙한 산시성 펀양 사투리를 구사하며 밀 수확을 함께 돕는다.

중국 독립영화 대가 자장커(賈樟柯) 감독이 최근 선보인 6분 짜리 단편 영화 ‘보리 수확(원제:麥收)’ 스토리다. 언뜻 보면 평범한 단편 영화 같지만, 사실은 AIGC(AI 생성 콘텐츠) 영화다. 중국 동영상 플랫폼 콰이서우의 AI 영상 생성모델 '커링(可灵, 클링)’을 활용해 제작했다. 중국에서 AI를 활용해 영화를 제작한 것은 처음이다. 영화는 카메라나 배우 없이 100% AI로만 제작됐다.

AI로 제작했지만 영화 ‘보리수확’은 로드 무비의 전통적인 영화 서사 기술과 콘티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6분 짜리 영화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도서관, 도로, 차량 내부, 관광지, 보리밭 등 장소의 이동을 따라가며 스토리가 진행된다. 정방향·역방향 촬영 샷은 물론 줌인·줌아웃, 프레임 속도조절까지, 자 감독은 전통 영화기법을 이 AI 영화에서도 자유자재로 활용했다.
 
자장커 감독의 AIGC 영화 보리수확 한장면
자장커 감독의 AIGC 단편영화 '보리수확' 속 한 장면. [사진=영상 캡처]

주인공 로봇이나 등장인물의 대화도 꽤 자연스럽다. 마지막에 노부부가 휴머노이드 로봇을 따뜻이 안는 장면은 기술 변화의 물결을 포옹하며 사람과 기술이 화해·융합하는 모습을 상징하는 듯 하다. 

자 감독은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영화 제작에서 AI 가능성을 시도하고 탐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특히 AI 영상 안면 훈련 모델을 활용해 등장인물로 하여금 산시성 펀양 사투리를 유창하게 구사하도록 하는 게 가장 큰 도전이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그는 “오늘날 영화 산업에서 AI 기술은 몇 달 단위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며 "과거엔 AI로 배우의 입술 동작을 만드는데 석 달이 걸렸다면, 지금은 한 달이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기술이 탄생할 때 누군가는 전통 영화산업에 대한 위협이라 생각할 수 있겠지만, 누군가는 새로운 도구를 추가하는 것이라고 느낄 수 있다”며 “창작자·과학자가 함께 경계를 건드려야 더 많은 응용 시나리오를 만들어냄으로써 AI는 더 빠르게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실 자장커 감독은 중국에서도 누구보다 실험적 영화를 시도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의 AI 영화 촬영 시도가 낯설지 않은 이유다.

중국의 현대화 과정에서 나타난 사회 문제를 다큐멘터리적 기법을 통해 사실적으로 그려내는 게 자 감독의 전매특허다. 국영 공장의 흥망성쇠와 노동자들의 삶을 다룬 영화 '24시티(二十四城記)'는 자 감독이 오로지 디지털 카메라에 의존해 촬영한 작품이다. 실제 노동자와 배우의 인터뷰가 함께 섞여 있는 영화는  다큐멘터리와 픽션의 경계를 모호하게 처리해 사실감을 극대화했다는 평을 받는다.

영화 ‘스틸라이프(三峽好人)도 중국 싼샤 댐 공정으로 수몰돼 가는 인근 마을과 이곳에서 강제 이주를 당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다큐멘터리적 기법을 통해 담아냈다. 이 영화는 2006년 제63회 베니스 영화제에서 대상인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

일부 작품은 노골적으로 중국의 불편한 현실을 다뤄 중국내에서 상영이 금지되기도 했다. 2013년 칸 국제영화제 각본상을 받은 '천주정(天注定)'이 그것이다. 이 영화는 중국의 고도 경제성장의 이면의 극심한 빈부격차 양극화 현실을 다큐멘터리처럼 그려냈지만, 중국 내에서는 상영 금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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