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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춘 칼럼] 무소불위 트럼프 2기…일본의 선제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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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입력 2025-03-03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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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정성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연일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그러나 미국 통상정책의 전모는 아직 명확한 형태를 드러내지 않았다. 우리가 예상하는 것보다 더 광범위하고 더 강하게 우리를 몰아붙일 수 있다는 얘기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미국 우선 무역정책'(America First Trade Policy) 대통령 각서를 보면 대강의 방향성을 짐작할 수 있다.

이 대통령 각서는 무역정책과 관련된 정부 부처 장관들에게 정책 방향을 검토하여 4월 초까지 대통령에게 보고하도록 지시하고 있다. 동 대통령 각서는 무엇보다 먼저 무역 불균형 해소(각서 제2항)를 위한 각종 정책을 마련하도록 지시하였다. 미국의 무역적자를 조사하고 개선을 위한 구체적 방책(예: 관세)을 마련할 것을 상무장관에게 지시하였고 대외수입청 설치를 검토하도록 재무장관에게 지시하였다. 불공정 무역관행의 사례를 찾아내고 이를 시정하기 위해 미국의 법률과 미국이 체결한 무역협정을 총동원하여 구제 방안을 마련하도록 미국무역대표부에 지시하였다. 미국 수출업체의 상대국 시장접근 확대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자유무역협정 등 기존 협정의 재협상을 통한 압박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적 세금 부과 여부도 조사하도록 재무, 상무, 미국무역대표부에 지시하였고 무역상대국의 통화정책 및 환율 조작 여부를 점검하고 대응 방안을 마련하도록 재무장관에게 지시하였다. 심지어 미국 정부의 정부조달이 미국 근로자와 미국 제조업체에 유리하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지시하였다. 이처럼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가용한 모든 수단을 총동원하여 통상 압박을 가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우선 무역정책' 대통령 각서에서 주목해야 할 또 하나의 사항은 제4항의 경제안보문제이다. 경제안보의 관점에서 미국 산업과 제조업 기반을 점검하고 국가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는 수입품(무역확장법 232조) 조사 여부를 검토하도록 상부장관에게 지시하였고 철강, 알루미늄의 232조 관세 예외나 면제 등 실효성을 검토하도록 대통령 경제정책보좌관에게 지시하였다. 중국을 겨냥한 현행 수출통제정책의 개선 방안을 마련하도록 상무장관에게 지시하였고 해외직접투자 규제정책의 개선 방안도 마련될 예정이다. 이처럼 경제안보 관점에서 무역과 투자를 규제하는 정책이 한층 더 강화될 전망이다. 이미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해서는 25%의 추가 관세가 3월 12일부터 부과될 예정이고 자동차에 대해서도 25%의 관세 부과를 검토하고 4월 2일에 구체적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 외에 반도체, 의약품에 25% 이상의 관세 부과를 검토한다는 내용이 알려져 있으나 아직 구체적 사항은 결정되지 않았다.

미국의 통상정책과 관련하여 '미국 에너지 해방'(Unleashing American Energy:EO 14154) 행정명령도 주목해야 한다. 이 행정명령은 화석 에너지와 원자력 에너지를 중심으로 미국의 에너지 패권을 강화하고자 한다. 대표적인 정책이 미국의 LNG 수출 확대를 통한 에너지 주도권 확보이다. 원자력 정책을 강화하기 위해 우라늄을 핵심 광물에 포함시켰다. 또한 핵심 광물 공급망 강화를 위해 정부 지원을 강화하고 비축을 확대하며 타국에 대비한 경쟁력 확보책을 마련하도록 하였다. 핵심 광물과 관련한 통상 조치도 예고하였는데 예를 들면 강제 노동, 착취적 관행으로 생산된 광물자원에 대해 수출입을 통제하는 조치가 예상된다.

이처럼 미국의 거친 통상 압박이 몰려오는 상황에서 일본은 이에 대해 어떤 방식으로 대처하고 있는가? 일본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일본 자동차에 대한 관세 부과이다. 트럼프 제1기 행정부는 무역확장법 제232조를 근거로 자동차 관세 부과를 시도했으나 미·일 간 협상을 통해 도입이 무산된 바 있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제2기 행정부에서도 동일한 방식으로 자동차 관세 부과가 예고되었는데 예고대로 관세가 부과되면 일본은 상당히 큰 경제적 타격이 우려된다. 2024년 일본의 대미 자동차 수출은 130만대로 6조262억엔에 이르며 이는 대미수출의 28.3%를 차지한다. 일본의 주요 6개사(도요타, 혼다, 스바루, 마쓰다, 닛산, 미쓰비시)가 부담해야 하는 관세액은 무려 3조2000억엔(일본→미국 수출 대상 1조4200억엔, 멕시코와 캐나다→미국 수출 대상 1조7800억엔)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었다(일본경제신문 2월 20일자). 일본의 연간 자동차 수출 금액 6조엔대의 절반을 웃도는 수준이다. 따라서 일본은 미국의 자동차 관세 부과를 막기 위해 총력을 다할 것이다.

이에 비해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 부과의 영향은 상대적으로 미미하다. 일본의 2024년 철강 수출은 3171만톤(t)으로 이 중 미국으로는 120만t이 수출된다. 일본 철강산업은 미국 시장 의존도가 낮은 편이고 미국 내에서 조달이 어려운 자동차용 고기능 제품을 주로 수출한다. 미국 수입기업의 신청으로 관세 적용을 개별적으로 면제받아 수출하다가 바이든 정부(‘22) 때 연간 125만t의 관세 할당을 도입한 바 있다. 이런 적용 제외 조치가 철회되더라도 철강에서 입는 피해는 자동차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미미하다고 볼 수 있다. 상호 관세에 대해서도 우려한다. 일본은 관세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국가이다. 미국에서 일본으로 수출하는 품목의 전체 평균 실효 관세율은 3.2%이며 특히 자동차 관세율은 0%이다. 그러나 일부 농산물에 고율 관세가 적용되고 있어서 미국이 만일 품목별로 상호 관세를 도입할 경우 쌀(204.3%)과 육류(23.3%) 등 농축산물이 대상이 될 수 있다.

미국의 통상 압박에 대해 일본은 과감한 선제 대응으로 맞섰다. 이시바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2.7)을 위해 예상되는 모범답안을 작성하고 암기하는 등 철저히 사전 준비를 했으며 특히 트럼프의 성격과 행동 원리를 연구하여 회담에 임했다고 한다. 예를 들면, 트럼프 발언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답변하지 않을 것, 결론부터 말할 것, 맞장구를 쳐줄 것, 역경을 극복한 성장 과정을 이야기할 것 등이 회담에서의 행동 지침 예이다. 그리고 미국 언론이 비굴하다고 할 정도로 철저하게 위 행동 지침을 따랐다. 특히 미국이 좋아할 만한 각종 제안을 선제적으로 쏟아내었다. 누적 대미 직접투자를 1조 달러까지 확대하겠다는 것이 대표적인 제안이다. 미국이 관세를 통해 무역장벽을 쌓는다면 일본 기업은 어차피 대미 투자를 확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일본은 대미 직접투자를 통한 미국 일자리 창출과 경제성장 기여를 시각적 자료를 통해 호소하는 전략을 구사하였다. 심지어 정상회담에서는 비공개 회담에서 전달할 예정이던 기업투자계획을 기자들이 있는 자리에서 공개하는 사례도 있었다. 이스즈 자동차의 3억 달러 투자 계획이 그것이다. 일본 총리로서는 일본 기업이 이렇게 열심히 미국에 투자할 예정이니 그 노력을 인정해 달라고 호소한 것이다. 또 하나 중요한 제안이 미국산 LNG 수입 확대이다. '미국 에너지 해방' 행정명령에서도 확인했듯이 미국은 에너지 패권에 강한 의지가 있다. 이러한 미국의 정책에 부응하는 전략이다. 일본은 에너지 안보 관점에서 수입선 다변화가 필요하며 이 제안 역시 상호 이익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시바 총리는 LNG뿐만이 아니라 바이오에탄올, 암모니아 자원도 안정적이고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받기를 희망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우리나라의 대미 무역흑자(‘24)는 660억 달러로 트럼프 제1기 행정부가 출범한 2017년에 비해 2.9배 증가하였다. 이에 비해 일본은 684억 달러로 2017년 수준에서 횡보하고 있다. 미국의 통상 압박이 일본에 비해 우리에게 더욱 거셀 수 있음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일본의 선제 대응이 미국과의 협상에서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그러나 선제 대응의 효과가 불확실하다고 하여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다. 일본 국민은 이시바 총리의 대미 외교를 굴욕적인 외교라고 비난하지 않는다. 국익을 위해서 머리를 숙인 일본 총리를 일본 국민은 오히려 지지하고 있다. 일본의 선제 대응이 미국 통상 압박에 얼마나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 흥미로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필자 주요 이력 

▷서울대 경제학과 ▷히토쓰바시대학(一橋大學) 경제학연구과 경제학 박사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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