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일본 출생아 수(외국인 포함)가 전년 대비 5% 감소한 72만988명으로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899년 이후 최저를 찍은 가운데 그 충격이 확산되고 있다. 일본은 한국 이상으로 육아를 여성이 전담하는 사회 분위기가 뿌리 깊다. 일본 정부는 저출산 대책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고 있지만 과제는 여전히 산적해 있다.
지난달 27일 후생노동성 발표에 따르면 일본 출생아 수는 9년 연속 사상 최저치를 경신한 것으로, 10년 전인 2014년(약 100만3000명)에 비해 30%가량 줄었다. 집계 대상을 일본인 출생아로 한정하면 70만명을 밑돌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가 2023년 4월에 발표한 일본 미래 인구 추계에 따르면 외국인을 포함한 출생아 수가 72만명에 그치는 것은 2039년이었다. 즉 정부 예상보다 15년 빠르게 저출산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2024년에는 코로나19 영향이 사라지면서 출생아 수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 같은 기대도 빗나갔다.
반면 저출산·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총인구에서 65세 이상 고령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상승 중이다. 2011년 29.1%였던 고령화율은 베이비 붐세대(1945~1964년 출생)가 65세 이상이 되는 올해에는 34.5%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현역 세대 인구가 급속도로 줄면서 일본에서는 사회보장제도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미쓰비시종합연구소에 따르면 의료, 연금 등을 포함한 사회보장급여비는 2040년에 169조엔(약 1644조원)으로 2020년 대비 28% 증가할 전망이다. 저출산이 지속되면 현역 세대가 부담하는 보험료 인상은 피할 수 없게 된다.
미래 연금 수령액도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지난 30년과 같은 경제 상황이 지속된다면 일본 모든 국민이 받는 기초 연금 지급 수준은 현재보다 30% 낮아질 것이라는 추산도 나온다.
상황이 이러한 가운데 일본 정부는 2030년대까지가 ‘저출산 전환의 마지막 기회’라는 위기감을 갖고 대책 마련에 서두르고 있다. 2023년 말에는 ‘차원별 저출산 대책’이라는 이름으로 2028년까지 연간 3조6000억엔 규모의 대책을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아울러 아동 수당을 대폭 확충하고, 맞벌이·공동양육 지원책으로 부부 모두 육아 휴직을 신청했을 시에는 급여액을 실수령액의 100%까지 인상하기로 했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역시 역대 최저 수준인 출생아 수에 “감소세가 여전히 멈추지 않고 있다”며 “저출산 대책과 육아 지원에 정부가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성별에 따른 역할 분담 등 무의식적인 편견 해소와 남녀 임금 격차 시정 등에 나설 생각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여전히 ‘육아는 여성’과 같은 성 역할 의식이 뿌리 깊게 남아 있어 문제 해결을 어렵게 하고 있다. 장시간 노동 관행 역시 여전하다. 아사히신문은 저출산이 멈추지 않는 요인에 대해 “아이를 낳는 여성 수의 감소에 더해 미혼화, 만혼화, 경제적 요인 등도 있다. 특히 커리어와의 양립을 위해 아이를 갖지 않는 선택을 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출생아 수에 큰 영향을 미치는 혼인 건수는 코로나가 시작된 2020년에는 전년 대비 약 13%나 감소한 54만쌍 미만으로 급감했다. 코로나 이후인 2024년에도 50만쌍 미만으로 부진한 상태다.
‘결혼하면 아이를 가져야 한다’는 의식 자체도 낮아지고 있다. 일본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의 2021년 조사에 따르면 이 같은 의식을 가진 미혼 여성은 37% 정도로 6년 전 조사보다 30%포인트 감소했다. 남성은 55%로 20%포인트 줄었다.
일본 지식인들로 구성된 ‘인구전략회의’는 지난해 일본의 744개 지자체에서 20~39세 여성 인구가 2020~2050년 기간 중 절반 이하로 줄어들고, 결국은 소멸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당시 분석에 참석한 반도 구미코 전 소비자청장관은 “지방에서는 젠더 편견이 걸림돌이 되어 인구 유출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구 감소가 진행되고 있는 이와테현 미야코시의 최연소 시의원 사사키 마코토씨(28)는 아사히에 “결혼해서 아이를 키우는 것이 여성의 행복이며 육아는 엄마의 담당이라는 가치관이 여전히 뿌리 깊게 남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여성들이 지방을 떠나는 이유에 대해 일자리 부족 때문만은 아니라며 “고향에 돌아갈 때마다 ‘아직 시집 안 갔냐’고 묻는 말이 듣기 싫다”는 지역 출신 여성들의 의견이 많다고 전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