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줄리앙(Jean Jullien)은 종이로 만든 사람, 페이퍼 피플(paper people)을 통해 정체성을 확고히하며 100만명이 넘는 팔로워가 주목하는 아티스트가 됐다. 그의 작품은 유머와 따뜻함, 풍자가 공존하며, 일상의 사소한 순간들을 새롭게 바라보게 만든다. 그는 ‘페이퍼 피플’ 시리즈의 마지막 장을 공개하며, 자신이 그동안 탐구해 온 예술 세계의 하나의 마침표를 찍었다. 한국에서도 꾸준히 사랑받는 그가 서울 퍼블릭가산 퍼블릭홀에서 오는 3월30일까지 열리는 <장줄리앙의 종이세상(PAPER SOCIETY) 전시와 작업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장줄리앙 작가 [사진= 김호이 기자]
페이퍼피플은 그가 센트럴 세인트 마티스 (Central Saint Martins)에서 공부하던 시절 떠올렸던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종이로 만든 캐릭터들을 무대처럼 배치해 사진을 찍는 작업이었다. 이후 이 아이디어는 공공 조각 작업으로 확장되었고, 종이 대신 금속이라는 새로운 매체를 통해 더욱 견고한 형태로 발전했다.
"이 이야기는 창조자가 버린 아이디어가 스스로 생명을 얻어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에요. 처음엔 하나의 아이디어였지만, 점점 동반자가 생기고, 공동체를 형성하며 성장해 가는 이야기죠."
장줄리앙은 이 시리즈를 도쿄, 파리 등 여러 도시에서 선보였으며, 이번 전시를 마지막으로 ‘종이 사람들’ 이야기를 마무리한다고 밝혔다.
"그림은 저에게 가장 편안한 언어였어요.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이 자연스러웠고, 포스터와 책 작업을 의뢰받으면서 일이 되었습니다."
SNS가 그의 작품을 널리 알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인스타그램 초창기부터 일상적인 관찰과 유머를 담은 그림을 꾸준히 공유하며 인기를 얻었다.
"처음엔 단순히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공유했을 뿐인데, 많은 사람들이 공감해 주었어요. 팔로워가 점점 늘어나면서 제 작업에 대한 기대감도 커졌죠.“

[사진= 김호이 기자]
‘장줄리앙 스타일’이란 뭘까?
그의 작품은 한눈에 ‘장줄리앙답다’는 느낌을 준다. 이를 구축하기 위해 그는 단순함과 명확성을 유지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
"복잡한 요소를 배제하고, 단순한 도구로 작업해요. 너무 많은 것들을 담으려고 하지 않고, 전하고 싶은 메시지에 집중하죠."
그렇다면 ‘장줄리앙답다’는 것은 무엇일까? 그는 "단순하고, 유머러스하며, 다채로운 것."이라고 답했다.
예술가로서 이루고 싶은 꿈
그는 스스로를 예술가가 되기로 결심한 사람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예술가가 된 사람이라고 설명한다.
"그냥 좋아서 계속 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어요. 지금도 목표를 정해놓기보다는 마치 바다를 항해하며 새로운 섬을 발견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작업을 이어가고 있어요."
그의 현재 가장 큰 목표는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지금의 제 꿈은 아이들과 함께하는 거예요."라고 이야기한다.

[사진= 김호이 기자]
작업을 위한 습관과 영감의 원천
그는 작업 루틴을 만들려고 하지만, 일정이 많아지면서 점점 자유로운 방식으로 작업하게 되었다. 하지만 한 가지 변하지 않는 점이 있다.
"늘 주변을 유심히 관찰해요. 작업의 많은 부분이 현실을 반영하는 거라서, 제가 보고 경험한 것들이 곧 영감이 됩니다."
그는 특히 한국에서의 경험이 많은 영향을 주었다고 말한다.
"한국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교류가 큰 영감이 되었어요. 한국 관객들은 저를 지지해 줬고, 그들에게 빚진 느낌이에요. 책 사인회에서 사람들에게 그림을 그려줄 때의 순간들이 저에게는 특별합니다.“

장줄리앙 작가가 전하는 메시지 [사진= 김호이 기자]
SNS와 아티스트로서의 변화
장줄리앙은 SNS 덕분에 대중과 직접 소통하며 자신의 작업을 널리 알릴 수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SNS에 대한 태도도 변했다.
"처음엔 큰 기대를 가지고 있었지만, 이제는 소셜 미디어가 점점 덜 중요해지는 것 같아요. 지금은 단순히 프로젝트를 알리는 도구로 활용하는 정도죠."
SNS가 예술가들에게 기회의 창이 될 수도 있지만, 그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기록을 남기는 이유
그의 노트에는 수많은 아이디어와 작업 과정이 담겨 있다. "저는 이야기를 좋아해요. 그래서 제 작업도 하나의 여정처럼 기록해 나갑니다. 하지만 항상 완벽하게 기록하는 건 아니에요. 두 아이의 아빠이다 보니 바쁠 때는 덜 할 수도 있고, 여유가 있을 때는 더 집중할 수도 있죠." 그는 완벽한 계획보다는 자연스러운 흐름 속에서 작업을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진= 김호이 기자]

[사진= 김호이 기자]
좋아하는 한국 아티스트
그는 한국 아티스트 중에서도 특히 허재영 작가와 이원우 작가를 좋아한다고 밝혔다.
"이원우 작가는 정말 훌륭한 순수 미술가예요. 그의 재치 있는 표현 방식이 저와 비슷한 부분이 많아서 더욱 좋아해요."

장줄리앙 작가와 허재영 작가[사진= 김호이 기자]
젊은 아티스트들에게 전하는 조언
끝으로, 자신의 색깔을 찾아가는 아티스트들에게 조언을 남겼다.
"저는 단순히 꾸준히 작업을 했을 뿐이에요. 그리고 항상 진정성을 유지하려고 노력했죠. 시간이 지나면 작업들이 쌓이고, 그것이 자연스럽게 관객을 만나게 됩니다. 가장 중요한 건, 즐기면서 계속하는 것이에요.“
그가 걸어온 길을 보면, 진정성을 유지하면서도 유연하게 변화를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장줄리앙은 앞으로도 자신만의 색을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도전을 계속해 나갈 것이다.

장줄리앙 작가와 [사진= 김호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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