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시언이 필름카메라로 담아낸 부산의 골목길과 오래된 공간들, 그리고 그 속에 녹아 있는 자신의 추억을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할매, 우리 왔다』는 단순한 여행 가이드북이 아니다. 부산에서 나고 자란 그가 익숙했던 골목들이 사라져가는 모습을 보며, 기억 속 공간들을 사진과 글로 남기고자 한 기록이다.
"부산에서 익숙했던 가게나 건물들이 점점 사라지는 걸 보면서, 그냥 흘려보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필름카메라로 사진을 찍으며 남기는 기록이 저만의 방식으로 부산을 기억하는 방법이기도 했죠. 이 책을 보시는 분들이 저처럼 옛날을 떠올리며 따뜻한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할매, 우리 왔다』는 단순한 여행 가이드북이 아니다. 부산에서 나고 자란 그가 익숙했던 골목들이 사라져가는 모습을 보며, 기억 속 공간들을 사진과 글로 남기고자 한 기록이다.
"부산에서 익숙했던 가게나 건물들이 점점 사라지는 걸 보면서, 그냥 흘려보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필름카메라로 사진을 찍으며 남기는 기록이 저만의 방식으로 부산을 기억하는 방법이기도 했죠. 이 책을 보시는 분들이 저처럼 옛날을 떠올리며 따뜻한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뱌우 이시언 [사진= 엘리필름]
필름카메라의 매력, 그리고 배우에서 사진작가로
"디지털 카메라처럼 선명하고 깔끔한 느낌보다, 필름 특유의 거친 질감과 예측할 수 없는 색감이 더 매력적이었어요. 사진을 찍고 바로 결과물을 볼 수 없다는 점도 흥미로웠죠. 기다리면서 상상하는 즐거움이 배가되더라고요."
사진을 찍으면서 그는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졌다고 한다.
"필름카메라는 필름 장수가 한정돼 있어서 셔터를 신중하게 눌러야 해요. 그러다 보니 평소라면 스쳐 지나갔을 순간들을 더 깊이 관찰하게 되고,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더라고요."
이러한 변화는 배우로서의 활동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순간의 감정을 포착하는 사진의 과정이, 연기에서도 디테일을 살리는 데 도움이 됐기 때문이다.
"연기를 할 때도 결국 감정과 분위기를 표현하는 것이 중요한데, 사진도 비슷한 점이 많아요. 필름카메라를 사용하면서 관찰력이 더 길러졌고, 연기에서도 순간의 감정을 더 섬세하게 바라보게 됐어요.“
"부산, 나의 고향 그리고 기억"
이시언에게 부산은 단순한 고향이 아니다. 그의 학창 시절과 가족, 추억이 깃든 곳이자, 지금도 마음속에서 따뜻한 온기를 품고 있는 공간이다.
"좌천동에서 배우 생활 전까지 살았어요. 그래서 『할매, 우리 왔다』에도 좌천동 골목길의 모습이 많이 담겼죠. 특히 ‘호천마을’은 제가 가장 애정하는 장소예요.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듯한 풍경이 펼쳐져요. 부산에 오신다면 한 번쯤 걸어보시길 추천합니다."
책을 출간한 후 가장 기뻤던 순간은 가족들의 반응이었다.
"특히 친척 이모들이 너무 좋아하셨어요. 오래된 골목과 풍경들이 익숙해서 그런지, 책을 보면서 '옛날 생각이 난다'고 하시더라고요. 단순한 사진집이 아니라 가족들과도 공감할 수 있는 기록이 된 것 같아서 더 뜻깊었어요."
” 사진을 잘 찍는다는 것?“
이시언에게 ‘잘 찍은 사진’이란 단순히 기술적으로 완벽한 사진이 아니다.
"사진을 통해 감정을 얼마나 잘 전달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멋진 사진이 아니라, 나한테 의미 있는 사진, 다시 봤을 때 그 순간의 공기와 냄새까지 떠오르는 사진이면 그게 잘 찍은 사진 아닐까요?" 그는 사진을 어렵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조언한다.

이시언이 전하는 메시지 [사진= 김호이 기자]
"무조건 멋있게 찍으려고 하기보다는, 내가 보고 싶은 걸 그대로 담아내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그래도 저는 수평, 수직은 맞추려고 하는 편입니다(웃음)."
배우로서 탄탄한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이시언. 그는 연기뿐만 아니라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을 표현하고자 한다.
"연기도 결국 기록하는 작업이에요. 캐릭터의 감정을 담아내고 표현하는 과정이죠. 사진도 비슷한 점이 많아요. 결국 연기와 사진, 두 가지 다 저를 표현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그가 생각하는 배우 이시언, 사진작가 이시언, 그리고 인간 이시언은 어떤 사람일까?
"배우로서는 현실적인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은 사람, 사진작가로서는 순간을 기록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 그리고 사람 이시언은 즐기면서 재밌게 살고 싶은 사람입니다. 어렵게 생각하면 재미가 없잖아요. 그래서 늘 즐기면서 하려고 해요."
그가 앞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직업이 있을까?
"예전부터 라디오 DJ를 해보고 싶었어요. 20대 초반, 공장에서 일할 때 강변도로를 달리면서 듣던 라디오가 참 좋았거든요. 따뜻한 감성이 있는 매체라서 언젠가 한 번 도전해보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끝으로, 다양한 경험을 통해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에게 그는 이런 말을 전했다.
"처음엔 잘 안될 수도 있고, 생각했던 것과 다를 수도 있어요. 그래도 계속 부딪쳐 보면 어느 순간 나만의 길이 만들어지더라고요. 너무 정해진 틀에 갇히지 말고,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게 뭔지 고민하면서 꾸준히 나아갔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계속 도전하고 배우면서 가보려고 합니다. 끝까지 즐기면서요."
배우에서 사진작가로, 그리고 또 다른 길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이시언. 그는 지금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기록하고 있다. 그가 담아낼 또 다른 이야기가 기대된다.

이시언 배우와 [사진= 김호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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