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100 - 분양광고

[신율 칼럼] 선관위를 수술하자!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신율 명지대 교수
입력 2025-03-05 13:58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11
[신율 명지대 교수]
 
 
지금 시점에서 국민적 신뢰가 가장 필요한 국가 기관은 헌법재판소와 선거관리위원회일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대한민국의 운명을 가를 각종 탄핵 심판을 결정해야 하기 때문에 그렇고, 선거관리위원회는 우리 사회 일각에서 제기하는 부정선거 음모론을 완전히 불식시키기 위해서 국민적 신뢰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부정선거 관련 주장을 ‘음모론’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필자는 부정선거 주장을 믿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부정선거와 같은 음모론이 판치는 상황에 대해서 선관위는 책임을 느끼고 반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부정선거 주장을 단순히 부정만 할 것이 아니라 이런 음모론이 설득력을 갖지 않도록 제도적 차원의 ‘개혁’에 전념하는 모습을 보이며 선관위의 모든 행위가 국민적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했어야 했는데 선관위는 전혀 그런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현재 선관위의 몇 가지 문제점을 지적해야겠다.
필자는 정치학자이기 때문에 선거 시즌이면 선관위 공무원들과 많이 접촉한다. 그렇기 때문에 강조하고 싶은 점은 선관위 공무원 전체가 다 문제인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실제 선관위 공무원 대다수는 열악한 근무 환경에서도 묵묵히 자신의 직무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필자는 이런 선관위 공무원들을 보면서 이러니까 그나마 대한민국이 굴러가는구나 하고 생각했을 정도다. 현재 선관위에 대해 제기되는 비판과 비난은 고위직 일부의 행태에 국한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일부 고위직들의 ‘상상할 수 없는 부정행위’ 때문에 국민 대부분은 선관위 전체를 ‘부정과 부패의 온상’이라고 인식하는 것이 현실이다. 선관위 고위직들은 헌법기관의 독립성을 방패 삼아 선관위를 자신들의 친·인척을 위한 ‘이익집단’으로 전락시킨 것이 사실이다. 이는 당연히 비난받아야 할 뿐 아니라 사회적 ‘공정’을 해치는 이런 행위가 재발하지 않도록 선관위는 모든 대책을 강구해야 함은 당연하다. 선관위 스스로 못하면 외부의 힘으로 강제로라도 선관위를 뜯어고쳐야 한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헌법상 독립기관이라는 점을 내세워 헌법재판소는 ‘선관위의 이익집단화’가 드러나지 않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버렸다. 물론 헌재는 이번 결정이 선관위의 부패 행위에 대해 면죄부를 주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밝히기는 했다. 하지만 일반 국민은 감사원의 선관위에 대한 감사는 위헌이지만 선관위는 잘못했다는 식의 헌재 논리를 이해하기란 무척 힘든 것이 사실이다. 헌재의 논리대로라면 선관위 스스로가 자정 기능을 발휘해야 한다는 것인데, 선관위의 자체 감사가 그동안 얼마나 엉망이었는지를 생각해 보면 이런 헌재의 논리를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어쨌든 고위직들의 이익집단이 돼버린 선관위는 국민적 신뢰를 전혀 받을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 것은 분명하다. 이 와중에 전 선관위 사무총장이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이른바 ‘세컨드 폰’을 만들어 정치인들과 통화한 것까지 드러났으니 상황은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다. 세컨드 폰을 만들어주고 전화비를 대납한 주체는 물론 선관위였다. 이 정도 되면 선관위 일부 고위공직자들의 공직 기강과 공직 윤리는 사라졌다고 평가해도 무방하다. 상황이 이 지경이면 선관위원들은 관리·감독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고 할 법도 하다. 그런데 이들 중 누구 하나 그런 언급을 하는 이가 없다. 결국 문제는 계속 불거지는데 이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없고, 임명직 고위직들은 책임도 안 지고 버티고 있는 상황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선관위가 이 지경이니 ‘부정선거 음모론’이 국민들 사이에 뿌리를 내릴 수 있는 것이다.
부정선거 음모론이 먹힐 수 있는 또 다른 이유는, 제도에서 찾을 수 있다. 현재 부정 선거론자들이 가장 많이 문제 삼는 부분은 사전 투표다. 그렇기 때문에 부정선거 음모론을 완전히 뿌리 뽑기 위해서 사전 투표제를 폐지할 필요가 있다. 현재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사전 투표제 폐지를 주장하는데, 선관위는 이런 한 전 대표의 주장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일각에서는 선거에서 투표율은 선거 결과의 정당성을 담보하니 사전 투표제를 폐지하면 안 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그런데 이런 주장에는 두 가지 문제점을 포함한다. 첫째, 사전 투표제가 투표율 제고에 기여한다는 어떤 근거도 없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즉, 사전 투표제가 도입된 이후 획기적인 투표율 증가는 관찰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결국 사전 투표제를 통해 ‘투표 분산 효과’는 있을 수 있지만 투표율 제고와 연결 지을 수는 없다고 할 수 있다. 둘째, 설령 사전 투표제가 투표율 제고에 기여했다고 가정하더라도 부정선거 음모론자의 표적이 된 이상 굳이 사전 투표제 존속을 고집할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선거의 정당성 제고를 위해 투표율을 높이는 것보다 모든 이들이 선거 결과를 ‘의심’ 없이 받아들이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전 투표제를 폐지하고 차리라 본 투표일을 며칠 늘려 잡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볼 수 있다.
 
어쨌든 종합적으로 보면 선관위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선관위의 고위 임명직들이 집단으로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그래야만 국민이 선관위에 일말의 희망을 걸 수 있을 것이다. 선관위원들 말이 나왔으니까 말인데, 선관위원 구성도 개선이 필요하다. 이들은 현재 정당 추천 위원과 대통령 추천 위원, 그리고 대법원장 추천 위원으로 구성돼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한 근본적인 수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여기서 분명히 해야 할 부분은 이념 성향과 정파성은 구분돼야 할 각기 다른 존재라는 점이다. 현재 선관위원들은 이념 지향성과 정파성 모두를 가지고 있는데, 최소한 정파성을 사라지게 만드는 조치가 필요하다. 정당과 대통령 추천을 없애자는 말이다. 또한 선관위를 어떻게든 투명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 독립기관은 불투명해도 된다고 우리 헌법 어디에도 언급돼 있지 않다. 헌재의 ‘이론적·이상적 결정’ 말고 투명성 제고를 위한 현실적인 대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재의 선관위를 그대로 놔두면 앞으로도 부정선거 음모론은 계속 양산될 수밖에 없고 ‘음모론의 호소력’도 점점 더 커질 수 있다. 결국 선관위 스스로가 음모론의 발생 토양을 없애야 하는데, 이것이 여의치 않기 때문에 여론과 언론의 힘으로 선관위를 근본적으로 개조해야 한다.



필자 주요 이력 

▷프라이부르크대학교 정치학 박사 ▷한국국제정치학회 부회장 ▷전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