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본격적으로 관세 전쟁을 개시했다. 멕시코와 캐나다 및 중국 등 미국의 '톱3' 교역국을 대상으로 모두 관세를 부과하면서 '미국 우선주의'를 분명하게 내세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으로 각국의 관세에 상응하는 관세를 부과하는 상호관세 계획도 제시한 가운데 전 세계 국가들 역시 관세 전쟁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미 수출이 큰 베트남은 생산 전환의 이점을 얻을 수 있는 기회와 함께 무역 흑자로 인해 트럼프 정부의 감시를 받을 위험에 처하게 됐다. 말 그대로 위험과 기회가 공존하는 '위기'이다. 이에 베트남은 수출을 유지하고 미국의 눈초리를 피하기 위해 예방적 방안을 마련할 수밖에 없게 됐다.

베트남 내 주요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미 무역적자가 큰 파트너들과 협상하기 위해 계속 관세를 ‘무기’로 사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외교부 차관을 지낸 팜꽝빈 전 주미 베트남 대사는 "미국의 전략적 경쟁자는 여전히 중국이지만 미국과 무역 불균형을 겪고 있는 국가들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이에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미국 수입 수요가 약화되어 베트남을 비롯한 많은 국가의 수출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또한 공급망 관점에서 볼 때 미국의 관세로 인해 많은 기업이 높은 비용을 피하기 위해 중국에서 다른 지역으로 생산 시설을 이전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동남아시아에 대한 투자를 촉진할 가능성이 높으며, 특히 베트남은 잠재적인 목적지로 여겨진다. 그러나 이러한 대규모 변화에는 세금을 회피하기 위해 '베트남산'이라는 라벨을 붙인 중국산 제품과 같은 원산지 사기의 위험도 뒤따른다.
이러한 상황에서 베트남은 트럼프 2기를 맞아 위험과 기회가 공존하는 '위기'를 맞고 있다. 긍정적 측면에서는 베트남으로 해외 투자가 늘어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1기인 2018~2019년 당시 삼성, LG, 폭스콘 등 여러 대형 기술 기업이 비용을 절감하고 공급망을 최적화하기 위해 베트남에 시설을 확장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특히 목재 가공, 전자, 섬유, 신발 산업 등은 중국에서 미국으로 수출할 때 높은 세금이 부과되므로 베트남으로 이전하면 세금 압박을 어느 정도 피할 수 있다.
토머스 응우옌 사이공증권(SSI) 글로벌 영업이사는 "노동비, 지리적 위치, 인프라 개선 측면에서 베트남의 이점을 감안할 때 새로운 자본 흐름이 생산과 수출 성장을 가속화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외국 자본 유입은 때때로 중국의 '뒤에 숨은' 프로젝트를 동반한다는 것은 위험 요소이다. 이미 중국산 아연도금강판이나 구성품 관련 세금 탈루 조사 사례가 수차례 발생하면서 경각심이 높아졌다. 반면에 과잉생산된 중국산 상품이 베트남으로 흘러 들어와 베트남 국내 경쟁이 심화되고 국내 기업에 압박을 가할 수도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위험한 것은 바로 베트남의 상당한 대미 무역흑자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2기 들어 우선적으로 주요 대미 무역 흑자국들을 대상으로 각종 관세 조치를 내놓고 있는 만큼 베트남 역시 곧 타깃이 될 수 있다. 만일 미국이 베트남을 무역 적자의 원인으로 간주한다면 베트남의 관세 위험은 현실이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베트남은 우선 '우회 수출로'가 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원산지 규정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우선적인 경쟁 상대로 겨냥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의 우회 수출로로서 피해를 받지 않도록 조치를 취해야 하는 것이다.
또한 수출시장을 미국 외로 다각화하고 자유무역협정(FTA)의 이점을 확대하는 것도 중요한 방향이다. 베트남은 미국 시장에만 의존해서는 안 되며 유럽연합(EU), 일본, 한국, 동남아 등에서도 입지를 강화해야 한다. 아울러 미국에서 기술, 에너지, 장비의 수입을 늘리면 무역수지를 균형 잡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트럼프 2기 실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이끄는 스페이스X의 위성 인터넷 서비스인 스타링크 대한 라이선스를 긴급히 시범 시행하려는 것도 미국을 향한 긍정적인 제스처로, 이러한 호의적 자세를 취하는 것도 대책 중 하나다.
이 밖에도 베트남 기업들은 경쟁력 강화를 위해 낮은 가격으로 경쟁하는 대신 품질을 향상시켜야 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미국과의 대화 및 양자 협상 메커니즘도 중요하다. 베트남 정부와 산업협회는 베트남이 미국 영토 내에서 미국 기업과 직접 경쟁하지 않고, 주로 다른 국가와 경쟁한다는 사실을 적극적으로 분명히 해야 한다. 케빈 모건 미국-베트남 기업협회 회장은 "기업이 기술 혁신을 위한 레버리지를 창출하고 문제를 신속하게 해결하기 위한 대화 채널을 구축하기 위해 미국 파트너와 긴밀한 협력을 확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적인 관세 정책은 주요 대미 무역 흑자국 중 하나인 베트남에 위기를 초래했다. 관세가 부과될 위험이 언제나 존재하고, 특히 미국이 무역 흑자를 기록하는 파트너들을 면밀히 감시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그 위험이 작지 않다.
이러한 가운데 베트남이 주요 수출국으로서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환경에 적합한 대책을 적극적으로 실행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대책들이 마련돼야 베트남이 원하는 새로운 투자 유입을 기대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미국 컨설팅업체 풀크럼 매크로의 프랭크 켈리 설립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 정책은 양자 관계의 이야기일 뿐만 아니라 베트남이 점점 더 큰 역할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글로벌 공급망의 구조도 변화시키는 것”이라며 새로운 환경에 따라 베트남 역시 변화를 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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