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0년대 말 노동운동단체인 인천부천민주노동자회(인노회) 활동을 이유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던 두 명이 30여 년 만에 재심을 통해 무죄를 확정받았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숙연 대법관)는 국가보안법 및 노동쟁의조정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와 B씨의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지난달 13일 확정했다.
두 사람은 1988년 ‘이적단체’로 규정됐던 인노회에 가입해 이적표현물을 소지·배포한 혐의로 다음 해 체포돼 재판을 받았다. 특히 A씨는 장기 파업 중이던 회사의 쟁의행위에 개입한 혐의까지 추가로 적용됐다.
법원은 1989년 이들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각각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자격정지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이듬해 열린 항소심에서도 유죄가 유지됐으나, 형량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자격정지 1년으로 감경됐다.
그러나 2018년 A씨와 B씨는 인노회가 이적단체가 아니라며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다. 지난해 6월 서울고등법원은 이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고법 재판부는 “인노회가 노동자들의 권익 보장을 위한 활동을 했다는 사실은 인정되지만,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반국가단체 활동을 찬양·고무·선전하거나 이에 동조하는 행위를 목적으로 한 국가보안법상 이적단체로 볼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재심 과정에서 검찰 역시 기존 입장을 번복하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검찰은 “인노회가 노동자 권익 보호를 위한 단체로 볼 여지가 있으며, 다른 회원들에 대한 재심 판결에서도 이적단체성이 인정되지 않았다”며 인노회의 이적단체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재판부는 검찰이 이적표현물이라고 주장했던 문건에 대해서도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로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A씨와 B씨가 치안본부 수사관들에 의해 강제 연행되고, 문건 또한 불법적으로 압수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아울러 해당 문건을 이들이 소지하고 있었거나, 이적표현물임을 인식했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고 봤다.
A씨의 노동쟁의조정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이 이에 불복해 상고했으나, 대법원은 원심의 무죄 판결에 잘못이 없다며 이를 기각했다. A씨와 B씨는 30여 년 만에 무죄를 확정받으며 명예를 회복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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