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인공지능(AI) 연간 투자금액이 1000조 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한국 스타트업의 투자 유치 환경은 녹록지 않아 보인다.
특히 AI 스타트업에 대한 벤처캐피털(VC) 투자가 눈에 띄게 줄었다. 불안정한 정국과 해외 VC 이탈이 주 원인이다. VC 투자가 성과를 내는 후기 단계 스타트업에 집중되면서, 빅테크 기업에 비해 성과가 낮은 스타트업 및 중소기업의 투자 유치가 어려워지고 있다.
4일 벤처캐피털 분석 기업 더브이씨(THE VC)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이날까지 국내 스타트업에 대한 VC 투자액은 8292억원으로 전년 대비 20% 감소했다. 같은 기간 국내 AI 스타트업의 투자액은 881억원으로, 전년 동기(2431억원) 대비 무려 63.76% 감소했다. 투자 건수도 52건에서 32건으로 38.46% 줄었다. 건당 투자액은 47억원에서 27억원으로 감소했다.
AI 및 반도체 중심의 글로벌 경제 회복과 금리 인하 초기 효과 등을 반영되면서 지난해 해외 VC 투자액은 소폭 증가했다. 하지만 트럼프 정권 출범 이후 글로벌 자금이동과 미중 기술 패권 다툼이 심화하며 국내 첨단산업의 성장이 정체를 겪으며 해외 VC들이 국내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줄이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스타트업의 초·중기 단계(시드~시리즈C) 투자유치 감소추세도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더브이씨의 ‘2024년 한국 스타트업 투자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스타트업·중소기업의 초·중기 단계 투자유치액은 5조768억원으로 전년(6조4106억원) 대비 20.81% 감소했다. 같은 기간 후기 단계(시리즈D~시리즈G)의 투자 유치액은 3507억원에서 6162억원으로 70.71% 증가했다. 후기 단계 투자액 증가율은 높게 나타났으나 전체적인 액수는 1조원 가량 감소하면서 투자 가뭄 현상이 심해졌다.
초기 단계 투자감소의 원인으로는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투자 심리 위축 △국내 투자시장에서의 투자회수 제한 △후기 단계 지원에 집중된 정부 정책 등이 꼽힌다. 해외 VC들이 위험요소가 큰 초·중기 단계 투자보다 성과를 내기 시작한 후기 단계 투자를 선호하는 추세가 이어지고 국내 AI 스타트업들의 성과는 부족해 전체 투자액은 꾸준히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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