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적으로 지속되는 경기 침체 속에서 전남 지역 지자체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제조업이 주 산업기반을 이루는 동부권의 경우 기업 경영난이 세수 감소로 직결되면서 재정 악화로 이어지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생태를 기반으로 도시를 설계하고 성장시켜 온 순천시의 노력은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202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를 기점으로 대도약을 이룬 순천시는 ‘생태가 곧 경제’라는 패러다임을 증명하며 국제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무자원 도시에서 ‘생태 경제도시’로 변신

불과 20여 년 전만 해도 순천은 산업적 강점을 가지지 못한 ‘무자원 도시’였다. 인근 여수와 광양이 중화학·철강 산업을 기반으로 성장하는 동안, 순천은 교육과 전통의 중심지로만 인식됐다.
이런 순천을 세계적인 생태도시로 탈바꿈시킨 건 ‘흑두루미’와의 인연이었다.
순천시는 전 세계 5대 연안습지 중 하나인 순천만의 가치를 발견하고, 습지 보호를 위한 과감한 정책을 시행했다. 악취와 오수를 배출하는 농장과 식당을 이전하고, 철새 서식지를 보호하기 위해 282개의 전봇대를 제거하는 등 적극적인 보전 활동을 펼쳤다.
그 결과 2000년대 초반 167마리에 불과했던 흑두루미 개체 수는 현재 8500마리 이상으로 증가했다. 여기에 천연기념물 201호이자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 보호종인 큰고니까지 발견되면서, 순천만의 생물다양성이 더욱 풍부해지고 있다.
이러한 생태자원을 기반으로 순천시는 2023년 정원박람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며 1조 5000억원의 경제적 파급 효과를 창출했다. 2024년 한 해 동안 835만 명의 관광객이 순천을 방문했으며, 그로 인한 경제효과는 543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도시의 고유한 자연자산을 활용한 전략적 정책이 경제 활성화로 이어진 대표적인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20여 년 이어진 생태정책, 국·내외 전문가로부터 호평

순천의 생태정책은 국내외 전문가들에게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1월 26일에는 국제두루미재단(ICF) 임원진이 순천만을 방문하여 순천의 생태 보호 노력을 직접 확인했다. 미국 위스콘신에 본부를 두고 50개국 이상의 민간 전문가 네트워크로 구성된 국제두루미재단은 창립 50주년을 기념하며 대한민국 순천에서 재단 이사회를 열고 철새들의 천국 순천만습지를 탐방했다.
ICF 관계자는 “순천은 인간과 자연이 동등한 생태계의 구성원이라는 철학을 실천해 온 모범 사례”라며, “흑두루미가 사람과 불과 20m 거리에서 공존하는 모습은 세계적으로도 매우 이례적”이라고 극찬했다.
지난 2월 18일 순천을 방문한 박용남 지속가능도시연구소장은 “순천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생태도시”라며, “지역 자원의 잠재력을 극대화하고 이를 실행으로 옮긴 점에서 세계적인 성공 사례”라고 평가했다. 박 소장은 브라질 꾸리찌바, 콜롬비아 메데진 등 생태도시 전환 성공 사례를 연구한 도시학자로, 순천의 성과를 글로벌 수준으로 인정한 셈이다.
생태수도 완성 주력, 기초지자체 최초 국제자연보전연맹(IUCN) 가입 추진

순천시는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적인 생태수도로 발돋움하기 위해 국제자연보전연맹(IUCN) 가입을 추진하고 있다.
IUCN은 세계 자원과 자연보호를 위해 1948년 UN의 지원을 받아 설립된 세계 최대 규모의 환경보호 관련 국제기구다. 1400개 이상의 기관과 1만8000여 명의 전문가 회원을 보유했으며 유네스코 세계 자연유산에 대한 자문·심사권, 유엔총회에 발언권을 가지는 권위 있는 기구다. 한국에서는 환경부, 해양수산부, 산림청 등 중앙기관과 제주특별자치도 등이 회원기관으로 가입되어 있다.
오는 3분기 중 가입이 확정되면, 순천시는 국내 기초지자체 최초의 IUCN 회원기관이 된다. 이를 통해 순천시는 순천만습지 복원과 정원박람회 개최 등 시가 20여 년간 추진해 온 모범적인 생태 정책을 국제사회와 공유하고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을 열어갈 방침이다.
노관규 순천시장은 “순천은 환경과 경제가 공존할 수 있음을 증명한 도시”라며 “IUCN 가입을 계기로 국제사회와 협력해 생태와 지속 가능한 발전이 조화를 이루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 가겠다”고 밝혔다.
순천이 증명한 ‘생태가 곧 경제’라는 패러다임은 이제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적인 모범 사례로 자리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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