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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 입찰 복마전] 국내 떠나 해외서 잇따라 '잭팟'…"제도 개선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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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선훈 기자
입력 2025-03-0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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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정식 운행을 시작한 광역전철 대경선의 전동차 모습 현대로템이 제조한 전동차다 자료출처현대로템
지난해 12월 정식 운행을 시작한 광역전철 대경선 전동차. 현대로템이 제조했다. [자료=현대로템]
국내 철도 시장의 저가 수주 관행에 지쳐 주요 업체들이 잇따라 해외로 진출하고 있는 가운데 경쟁국 대비 앞선 기술력으로 잿팟을 터뜨리는 사례가 늘고 있다. 

꾸준히 해외 철도 시장을 노크해 온 현대로템이 대표적이다. 현대로템은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모로코 철도청과 2034년까지 2조2027억원 규모의 2층 전동차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그동안 수주한 프로젝트 중 단일 건수 기준으로 최대 규모다. 이번 계약으로 통근형(도시 간) 메트로 차량 240칸과 도시 내 메트로 차량 200칸을 공급한다.

현대로템은 이전에도 1조4000억원 규모의 호주 NIF 2층 전동차 사업, 1조3000억원 규모의 호주 퀸즐랜드 전동차 공급 사업, 9000억원 규모의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메트로 전동차 공급 사업 등을 수주했다. 국내보다는 해외 전동차 공급 입찰에 집중해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우진산전은 지난해 5월 LA 교통국이 발주한 A650 전동차 개량 사업을 단독 수주했다. 계약 규모는 2억1000만 달러(약 2850억원)다. 국내 기업 최초로 해외 철도 차량 개량 사업을 따낸 사례다. 지난해 8월에는 미국 잉글우드시가 추진하는 경전철 사업 'ITC'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우진산전은 총 사업비 20억 달러 중 3억 달러(4100억원) 이상을 수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철도 시장과 관련해 내수는 포화 상태지만 해외 수요는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올림픽·월드컵 등 대형 스포츠 이벤트를 앞두고 철도 인프라를 확대하거나 도시 전체 철도 시스템을 개편하는 프로젝트가 많다. 

특히 최저가 입찰제 시행으로 수익성 방어가 쉽지 않은 국내와 달리 해외에서는 기술과 가격에 대한 종합 평가 점수로 사업자를 선정해 기술력에서 앞선 우리 기업들이 유리하다. 미국·이집트는 전체 평가의 70%, 대만은 80%가 기술 점수로 매겨지며 캐나다와 싱가포르 등도 기술·가격 점수를 합산하는 방식으로 종합 평가를 실시한다.

업계는 입찰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창원상공회의소는 지난해 4월 '철도차량 입찰 제도 개선 건의' 공문에서 "우리나라 철도 차량 생산 전문 기업 중에는 선진 시장을 공략해 실적을 거둘 만큼 우수한 기술력을 가진 기업이 있으나 오히려 최저가 입찰제를 고수하고 있는 국내 시장에서는 입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강경우 한양대 교통물류학과 교수는 "기술 평가를 어느 정도까지 적용할지에 대해서는 논의가 필요하다"면서도 "가격 평가를 유지하더라도 기술 평가를 지금보다 훨씬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기술 평가 점수가 일정 수준에 못 미치면 아예 입찰에 응할 수 없도록 하는 방식도 검토할 만하다"고 부연했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철도차량 입찰 특성상 현행 최저가 입찰제가 적합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며 "발주처가 내부적으로 예정 가격을 정해 프로젝트에 필요한 최소 기준 가격을 제시하는 식으로 제도를 개선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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