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대표는 배터리 업계가 연내 부진의 터널을 빠져나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믿는 구석은 혁신 기술이 탑재된 차세대 제품들이다. 기술력으로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과 중국의 저가 물량 공세, 트럼프 2기 행정부 리스크 등 삼중고를 뛰어넘겠다는 각오다.
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막한 '인터배터리 2025'에서 국내 배터리 삼총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는 올해 양산을 앞둔 신규 배터리 실물과 차세대 기술로 꼽히는 전고체 배터리 등을 집중 소개했다.
LG에너지솔루션 부스는 '원통형 46시리즈 배터리'를 직접 보려는 관람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LG엔솔이 이날 처음 공개한 원통형 46시리즈는 주행거리, 충전속도, 안전성 등 배터리의 경쟁력을 결정짓는 모든 요소에서 진일보한 제품으로 평가된다.
이밖에 하이니켈 양극재와 실리콘 음극재가 적용된 파우치형 배터리가 탑재된 태양광 3륜 차량과 포르쉐 타이칸 터보 모델도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삼성SDI는 업계 최고 수준의 에너지밀도를 구현한 전고체 배터리(ASB)와 '열 전파 차단(No TP)' 기술을 전면에 내세웠다. 열 전파 차단 기술은 셀에 문제가 생겼을 때 다른 셀로 열이 전이되는 것을 물리적으로 막아 안전성을 높일 수 있다.
삼성SDI 배터리가 적용된 현대차·기아의 서비스 로봇 달이(DAL-e)와 배송 특화 로봇 모베드(MobED) 등에도 이목이 쏠렸다. 삼성SDI 관계자는 "현대차와의 협업을 시작으로 로봇 전용 배터리라는 새로운 시장 개척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주선 삼성SDI 대표는 "배터리 산업은 외부 요인에 큰 영향을 받지만 삼성SDI는 기술력으로 어려움을 극복하겠다"고 강조했다.
SK온은 3대 폼팩터(파우치형·각형·원통형 배터리)를 모두 선보였다. 특히 SK엔무브와 협력 개발하고 있는 EV 배터리용 액침 냉각 기술을 비중 있게 소개했다. 급속충전 등 발열이 심한 상황에서도 배터리 셀 온도를 일정 수준 이하로 유지해 화재나 폭발 위험을 대폭 낮춘 게 특징이다.
박기수 SK온 R&D 본부장은 "액침 냉각 기술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올해로 13회째를 맞은 인터배터리 행사는 오는 7일까지 진행되며, 688개 배터리 기업이 2330개 부스를 마련하는 등 역대 최대 규모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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