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외에서 사업 기회를 찾는 토큰증권 업체들이 늘어나고 있다. 토큰증권 법안 입법이 기약 없이 지연되면서 당장 확실한 수익 모델을 찾아야 할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토큰증권 발행업체로서 생태계 조성을 선도했던 펀블, 열매컴퍼니 등 기업이 해외 진출 계획을 구체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술품 투자계약증권 발행업체인 열매컴퍼니는 올해 일본에 현지 법인을 설립해 동·금 등 원자재 상품을 발행할 계획이다. 일본은 우리나라 자본시장법과 유사한 금융상품거래법에 의해 토큰증권을 발행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고 있다. 신종증권 시장이 이미 구축되어 있기 때문에 상품을 발행하는 즉시 상장해 유통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김재욱 열매컴퍼니 대표는 지난 4일 일본에서 '재팬 핀테크 위크 2025'에 맞춰 열린 디지털 금융 관련 세미나에서 '한국의 미술품조각투자와 일본 STO'를 주제로 발표하고 현지 업체를 만났다. 도쿄시는 핀테크 회사를 설립하면 약 2억원까지 비용을 지원해주는 등 해외 핀테크 업체를 유치하기 위해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부동산 토큰증권 업체인 펀블은 두바이 법인을 설립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지난 2월 산업통상자원부가 지원하는 해외 지사화 사업 참여 기업으로 선정되면서 정부 지원을 받아 법인을 설립하고 현지에서 토큰증권 상품을 발행하겠다는 계획이다. 두바이가 디지털금융 관련 시장 친화 정책을 펴고 있는 점도 배경이 됐다.
특히 MMF, 채권형 펀드 같은 전통적인 금융상품을 기반으로 토큰증권을 발행할 계획이다. 두바이는 비정형증권 뿐 아니라 정형증권도 디지털증권으로 발행하고 유통할 수 있도록 시장을 조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토큰증권 법제화가 투자계약증권, 신탁수익증권 등 비정형증권에 국한되어 이뤄지고 있는 것과 사뭇 다르다.
유럽 진출 기회도 모색하고 있다. 조찬식 펀블 대표는 스페인에서 지난 3일부터 오는 6일까지 열리는 MWC 2025에 부스를 차리고 현지 기업들을 만나고 있다. STO B2B플랫폼 '스플릿'을 소개하는 부스로, 지난 1월 미국 CES에도 부스를 운영한 바 있다. 조찬식 대표는 "유럽은 가상자산법(MiCA·Markets in Cryto-Assets Regulation)을 올해부터 본격 시행해 기업과 정부기관의 관심이 뜨겁다"며 "유럽 진출을 위해 파트너사들과 논의를 지속하고 있다"고 전했다.
두 회사 모두 싱가폴 진출도 염두에 두고 있다. 싱가폴 역시 토큰증권 제도가 정비된 데다가 동남아시아 디지털 금융 시장의 허브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해외에 제도가 갖춰졌다고 하나 토큰증권 발행업체들이 진출하기 위해서는 인프라를 구축하고 자격을 갖추는 등 추가적인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 이런 어려움을 무릅쓰고 토큰증권 업체들이 해외 사업 기회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국내 제도화의 불확실성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토큰증권 제도화가 지연되면서 시장 초기주자로 나섰던 스타트업들은 이미 수익성에 타격이 큰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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