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도현 전라남도여수교육지원청 교육장. [사진=백도현 교육장]](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5/03/06/20250306103030555827.jpg)
우리 여수시는 지금, 인구 30만 시대를 지나 점차 인구수가 줄고 있다. 국가산업단지도 예전 같지 않다. 아니, 굉장히 어려운 시기를 살고 있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 것 같다.
여수 관광도 지난 엑스포 시기부터 활기를 띠던 순간이 과거형으로 남게 될 지경이라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아지고 있다.
여수가 직장임에도 여수에서 정주하지 않고 인근 순천의 신대 지구 등에서 출퇴근하는 사람들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그 주요 원인으로 여수의 ‘정주(定住) 여건’과 ‘교육 인프라’를 꼽는 사람들이 많다.
지난 2022년부터 중학교까지 여수시에서 다니던 중학교 내신 10% 이내 학생들 중, 해마다 50여 명이 타 지역 고교로 진학을 했다.
혹자는 여수의 고교들이 대학입시에서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해서 대학입시에 유리한 타 지역 학교를 찾아서 떠나는 것이라고 한다. 지난 2024년 9월, 이곳 여수교육지원청으로 발령을 받고 제일 먼저 확인하고 싶은 것이 고교를 타 지역으로 진학한 친구들과 관내에서 고교를 진학한 친구들의 입시 결과였다.
2022학년도 고교 입학생들을 네 구간으로 구분하여 대학입시 결과를 조심스럽게 확인해 보았다. 중학교 내신 성적 기준으로 1%, 3%, 5%, 10%의 네 구간 안에 있던 친구들을 관내와 관외로 구분하여 확인한 결과를 조사하였다. 관외로 진학했던 친구들보다 관내 소재 고교로 진학한 학생들의 결과가 돋보였다.
관외 소재 고교로 진학했던 친구들 중 상당수는 자퇴 후 검정고시를 거쳐 대학에 진학하거나, 관외 고교 입학 후 다시 관내 고교로 전학을 와서 고교를 졸업하는 경우가 있었다. 또한, 관외로 진학한 학생들 상당수는 수시보다 정시로 대학에 가는 경우가 많았다.
다르게 정리하자면, 결국 관외로 가서 대학을 가는 것보다, 관내에서 꾸준히 내신 관리와 생활기록부를 알차게 준비한 친구들의 결과가 더 나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2025학년도 중3으로 진급하는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우리가 조사한 결과를 ‘내 고장 학교 보내기 사업’때 설명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이야기한 대학입시 기준이 바람직한 교육적 관점인가에 대해서는 충분히 숙고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세간에서는 여전히 대학입시 결과로 우수 고교의 기준을 삼는 사회적 인식이 주류를 이루다 보니 불가피한 조사였음을 양지해 주기 바란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대학입시의 결과가 그 사람의 인생 행복을 결정짓는 시대는 지났다고 확신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이렇게까지 길게 설명하는 까닭은 결코 대학입시라고 하는 단순한 결과만으로도 여수 관내 고교들의 경쟁력이 결코 뒤지지 않다는 걸 강조하기 위함이다.
지난 21일 필자는 강원도 화천군을 직접 다녀왔다. 하루 전날인 20일에는 서울특별시교육청 시설관리본부를 들렀다. 두 가지 목적으로 이곳을 방문했다. 서울에는 ‘주교 복합 도시형 캠퍼스를’, 강원도 화천군에는 ‘화천커뮤니티센터와 화천학습관’을 둘러보기 위해서였다.
‘주교 복합 도시형 캠퍼스’는 서울시와 서울특별시교육청, 그리고 서울주택공사가 합작하여 지금 진행 중인 사업이다. 서울 종로구 효제초등학교 용지에 주거(住居)와 학교(學校)가 공존(共存)하는 시설을 만들고 있다. 2024년 12월, 인구 20만 도시에서는 주교 복합 도시형 캠퍼스를 신설할 수 있는 법률이 국회를 통과하였다.
이 법률에 따라 지방 의회에서 조례를 만들어서 추진하겠다는 것이 서울의 복안이다. 물론 이 법률은 서울 맞춤형이어서 우리 전남과 같은 지방 중소도시에서 추진하기 위해서는 보다 세밀한 법률 개정 작업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우리 전남도의회 교육위원회 소속 서대현 의원도 발 빠르게 제도적 검토와 조례 제정에 필요한 작업을 시작했다. 고무적인 일이다.
서울의 경우, 폐교(廢校) 위기 학교를 분교(分校)형 캠퍼스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학교 용지에 학생 가정의 입주를 지원하기 위한 주거 공간을 함께 건설하겠다는 것이다. 주거비용 부담과 교육 인프라의 상대적 선호도에 따라 여수를 떠나는 학생 가정의 여수 이탈을 잡기 위한 특단(特段)의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화천군의 경우, 학교 용지의 일부를 지자체가 매입해서 커뮤니티센터를 만들고 학교 정규 수업 이후 맞벌이 부부들을 위해 방과 후 돌봄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철저하게 지자체가 아이 돌봄 기능을 주도적으로 책임지는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중학생과 고교 재학생들의 방과 후 프로그램도 지자체가 해결하기 위해 ‘화천 학습관’을 10년째 운영해오고 있다.
이제 여수시가 적극적으로 나설 시간이다. 해마다 100억 원 이상의 세금을 교육경비로 지원하고 있지만 여전히 지역의 교육 인프라는 순천에 비해 밀린다는 것이 일반적인 판단들이다. 지금쯤 우리 여수시의 교육경비 지원 사업 전반에 관한 통시적(通時的) 검토가 필요하다. 보다 효율적이고 장기적인 교육 인프라 확대 강화를 위한 전략 수립이 필요한 시점이다.
관광산업 구조에 대한 주도면밀한 정책 개발도 요구된다. 단순하게 분절적(分節的)으로 접근하기보다 거시적(巨視的)인 통찰로 분석하고 적용하는 시스템 작동이 요구된다. 예를 들어, 인근 순천은 발 빠르게 대학과 산업을 연계하여 애니메이션 특화 사업을 진행 중이다. 지방 중소도시의 경쟁력을 ‘문화콘텐츠 산업’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우리 여수도 문화콘텐츠 산업 육성을 지역 소재 전남대학교 여수캠퍼스와 연계해서 육성할 필요가 있다. 우리 지역 출신으로 업계에서 선도적 역할을 하고 있는 카피라이터 정철 작가 등과 협의해서 우리 여수가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적인 카피라이터들의 플랫폼으로 성장하는 건 어떨까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장소와 소프트웨어 등 그들이 안정적으로 여수에서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종합적인 시스템이 확보되어야 할 것이다. ‘장도’ 같은 곳이라면 충분히 여수다운 입지 조건이라고 생각한다.
서울이라는 공간을 벗어나 여수라는 곳을 워케이션, 더 나아가 디지털노마드의 플랫폼으로 만드는 상상을 해본다. 전남대학교 측에서도 적극적인 학과 신설과 학생 유치를 위해서라도 힘을 합했으면 한다. 젊은 작가들과 그들을 만나고 싶어 하는 대중이 여수에 가면 카피라이터의 꿈을 가질 수 있고 현실로 이룰 수 있도록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
더 이상 지체(遲滯)할 수 없는 현실을 직시하고 다양한 시민사회 단체와 정(政)·재(財)계 리더들, 그리고 지역 오피니언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있어야 할 것이다. 그 중심에는 당연히 우리 여수시청이 주도적 역할을 담당했으면 한다. 그래서 다시 전남 제1의 도시, 여수로 당당하게 자리매김하기를 소망해 본다. 여수 시민으로 살아가는 것이 자랑스럽고 보람차기를 소망한다.
◆ 백도현 전라남도 여수교육지원청교육장 프로필
- 2024년 9월 ~ 현재 제20대 전라남도여수교육지원청 교육장
- 2022년 9월 ~ 2024년 8월 전라남도교육청 교육국장
- 2022년 3월 ~ 2022년 8월 중마고등학교 교장
- 2020년 3월 ~ 2022년 2월 전라남도교육청 민주시민생활교육과 장학관
- 2017년 9월 ~ 2020년 2월 부영여자고등학교 교감
- 2013년 3월 ~ 2017년 8월 전라남도교육청 학생생활안전과 장학사
- 2011년 3월 ~ 2013년 2월 전라남도광양교육지원청 장학사
- 1994년 3월 ~ 2011년 2월 전라남도교육청 산하 중등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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