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미 연방 의회에서 국정 구상을 발표하며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정책을 더욱 강력히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43일 만에 진행된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에서 “미국의 황금기(Golden Age)가 시작됐다”며 전임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을 전면적으로 뒤집고 새로운 시대를 열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한 달간 경제, 이민, 외교 등 전 분야에서 빠르고 단호한 정책을 시행했다고 자평하면서 “43일 동안 대부분의 행정부가 4년, 혹은 8년 동안 한 것보다 더 많은 성과를 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연설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을 폐기하고 새로운 기조를 확립하기 위한 조치들을 구체적으로 나열했다.
그는 “우리 행정부는 미국인이 필요로 하는 변화를 가져오고, 마땅히 누려야 할 미래를 위해 싸우고 있다”며 연방 공무원 고용 동결, 해외 원조 축소, 환경 규제 폐지, 전기차 의무화 철회 등의 정책을 대표적인 사례로 들었다.
특히 파리기후변화 협약 및 세계보건기구(WHO) 탈퇴,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 정책 폐지, 여성 스포츠에서 성전환자 출전 금지 등의 조치를 열거하며 보수적 가치에 기반한 정책 추진 의지를 재확인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더 이상 ‘워크(Woke)’가 없다”며 진보적 가치를 배격하고, 상식에 기반한 정책을 펼치겠다고 선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내 경제 성장과 인플레이션 해결을 위해 에너지 개발 확대와 강력한 감세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 영토 내에서 에너지를 개발해 에너지 비용을 낮출 것”이라며 알래스카 천연가스 개발 및 파이프라인 건설 프로젝트를 언급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과 일본이 해당 사업에 참여 의사를 밝혔다는 점도 언급해 관심을 끌었다.
관세 정책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며 “관세 정책이 대규모 투자 유치를 이끌어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소프트뱅크, 오라클, 애플, TSMC 등 글로벌 기업들이 최근 몇 주간 1조7000억 달러(약 2270조원)를 미국에 투자했다“며 이를 성과로 내세웠다.
또한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한 반도체법 폐지를 예고하면서 ”반도체 기업들이 미국에서 공장을 세우려는 이유는 보조금이 아니라 관세 덕분“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협상 의사를 밝혔다며 ”전쟁을 끝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파나마운하와 그린란드 문제를 거론하며 미국의 영향력을 확대할 필요성을 시사했다.
그는 ”파나마운하는 미국의 피와 재화로 건설된 것이며, 지미 카터 행정부가 1달러에 넘겨준 것은 심각한 실수였다“면서 ”이를 되찾을 것이며,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책임지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그린란드 국민들이 미국에 오고 싶다면 환영한다“며 ”미국의 국제 안보를 위해 반드시 그린란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부 개혁과 관료주의 척결을 강조하며, 연방 관료에 대한 대대적인 개편을 단행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는 ”이 변화에 저항하는 연방 관료는 즉시 해고될 것“이라며 ”선출되지 않은 관료들이 통치하던 시대는 끝났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사회보장 프로그램의 허점을 지적하며 ”100세부터 360세까지 사망한 사람들이 여전히 등록돼 연금을 받고 있다“는 주장도 펼쳤다. 이는 연방 정부 효율화를 위한 개혁 조치를 정당화하는 근거로 제시됐다.
연설을 마무리하며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곧 황금기를 맞이할 것이며, 지금까지 본 적 없는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과학의 광대한 영역을 정복하고, 인류를 우주로 이끌고, 화성에 성조기를 꽂을 것“이라며 미국의 우주 개발 및 미래 기술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날 연설에서 ‘동맹’이라는 단어는 등장하지 않았으며, ‘우방과 적’이라는 표현이 한 차례 사용됐을 뿐이다. 이는 동맹과의 협력보다는 미국 중심의 일방주의 정책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이날 연설에서 ‘지정 생존자(designated survivor)’로 더그 콜린스 국가보훈부 장관이 지정됐다. 콜린스 장관은 2020년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 재판 당시 변호인단에 합류했던 인물로, 대표적인 트럼프 충성파 정치인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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