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축계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의 올해 수상자로 중국 건축가 류자쿤(69)이 선정됐다.
4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 등에 따르면 중국인이 프리츠커상을 받은 것은 2012년 왕수에 이어 두 번째다.
프리츠커상 심사위원단은 "류자쿤은 반복적인 수단이나 특정한 스타일에 의존하는 대신 건축 프로젝트마다 요구되는 구체적인 특성에 주목하는 전략을 개발했다"며 "지식이나 기술을 넘어 '상식과 지혜'를 가장 강력한 건축가의 도구로 만들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류자쿤은 1956년 청두에서 태어났다. 마오쩌둥 사후 개혁개방의 물결이 시작될 무렵 건축학을 공부하기 시작한 그는 동료 건축가의 전시회를 보고 '국가 주도 건축의 그림자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1999년 중국 최초의 개인 건축 사무소 중 하나로 꼽히는 '자쿤 건축'을 설립했고, 중국에서만 30곳 이상의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CNN은 류자쿤은 중국의 '건축 과잉' 시대에 자연환경이나 역사적 맥락을 품는 디자인으로 고층빌딩 등 과시적 조류와 차별화되는 건축 세계를 확립했다고 전했다. 이어 CNN은 "46년 전통의 프리츠커상은 보통 세계 곳곳에 자신의 '시그니처'를 새겨 온 고독한 천재들을 뜻하는 '아이콘 건축가'들에게 돌아가곤 했다"며 "눈에 띄는 스타일을 피하는 이에게 올해 상을 준 것은 건축계의 관심사가 바뀌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대나무 숲속에 자리 잡은 청두의 루예위안 석조 미술관 등은 이런 그의 건축 철학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꼽힌다. 축구 경기장과 녹지 주변으로 5층의 수직 통행로를 만들어 자연과 건축의 조화를 꾀한 청두의 웨스트 빌리지, 쓰촨 대지진의 잔해를 벽돌로 재활용해 지은 수이징팡 박물관 등에도 그의 철학이 녹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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