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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테크] "1300조 신탁시장 선점해야"…은행·증권·보험사 경쟁 치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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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영 기자
입력 2025-03-0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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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년 간 18.2% 성장…"자산관리 상품으로 재조명"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우리나라가 초고령사회로 진입함에 따라 부자들의 전유물로 인식됐던 신탁이 새로운 자산관리 상품으로 재조명되고 있다. 그간 부동산, 퇴직연금 등으로 제한됐던 신탁제도가 보험금에도 허용되면서 금융사들 간 신탁 경쟁은 한층 치열해지는 분위기다.

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신탁 자산 규모는 1376조474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3년 사이 18.16%가량 증가한 규모다.

그동안 국내 신탁 시장은 재산 관리 기능보다 투자 목적의 금전신탁에 주력해 발전해 왔다. 지난해 말 전체 신탁 규모 중 금전신탁이 46%, 부동산 신탁이 37%를 차지한 반면 종합재산신탁은 0.05%에 불과했다. 미국·일본 등 해외에서는 보험금을 포함해 다양한 재산을 상속하는 데 신탁이 활용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보험금청구권 신탁에 관한 규정이 없어 은행·보험회사·증권사 등 신탁업자들이 보험금청구권 신탁을 출시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작년 11월 시행된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을 계기로 보험계약을 신탁재산으로 취급할 수 있게 되며 상황이 바뀌었다. 보험계약자(피보험자)가 사망하면 보험금이 유족이나 수익자에게 일괄적으로 지급되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이젠 신탁회사가 사전에 지정된 조건에 따라 일정 금액을 정해진 기간에 유가족에게 지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보험에 신탁이 결합하면서 유가족을 위한 다양한 재산 관리가 가능해진 것이다. 

이에 각 업권에서는 새 먹거리인 보험금청구권 신탁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PB센터를 중심으로 신탁사업을 주도해 왔던 시중은행은 관련 신상품을 출시하거나 그간 주력해 왔던 유언대용신탁을 통한 맞춤형 자산관리에 나서는 등 신규 시장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보험금청구권 신탁 도입 첫날 은행권 최초로 1·2호 계약을 체결하는 등 공격적인 영업에 나서고 있다. 다양한 신탁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법적 분쟁 예방과 효율적인 자산 분배 등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보험금청구권 신탁 도입 후 유언대용신탁과 금전채권신탁에 보험금 청구권을 포함해 계약할 수 있도록 조정했다.

은행권에 이어 신탁 자산 규모 2위인 증권업계도 보험계약자 고객을 중심으로 한 신탁 상품 수요를 효과적으로 흡수하기 위한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증권사들은 초고액 자산가 고객을 대상으로 법무·세무·부동산·상속·증여 등을 도와주는 패밀리오피스 서비스를 강화하며 신탁 사업을 확장 중이다. 증권사들은 타 업종보다 투자 수익률에 더 무게를 두고 차별화된 상품을 제공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간 신탁에 미온적이었던 보험사들도 종합 자산관리 서비스를 강조하는 등 고객 공략에 나서고 있다.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흥국생명 등 주요 생명보험사들은 지난해 종합재산신탁업 자격을 취득하고 시스템 구축에 박차를 가했다. 그 결과 삼성생명은 지난해 11월 12일 이후 한 달 동안 200건 넘는 신탁 계약을 체결하며 총 840억원 이상 신탁 잔액을 기록했다. 교보생명도 한 달 만에 120여 건의 계약을 성사시키는 가시적 성과를 냈다.

보험사들은 회사의 안정성, 금융상품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컨설팅 역량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삼성생명은 상속·증여, 투자, 세무 등 금융전문가로 구성된 WM팀을 통해 종합적인 자산 관리를 제공한다. 흥국생명도 금융전문가로 구성된 전담팀을 구성했으며, 고객 가입 문의에 응대할 수 있는 전용 전화상담 채널도 운영 중이다.

생명보험사를 계열사로 보유한 금융지주들은 보험과 은행 고객 간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KB금융지주 계열사인 KB라이프는 이달 초 종합금융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문가 조직인 'KB 스타 WM'을 출범시키며 보험금청구권 신탁과 관련해 은행과 협업 체계를 고도화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보험청구권 신탁은 고액의 사망보험금이 일시적으로 지급되는 것이 아니라 신탁을 활용해 매월 생활비로 나눠서 지급하거나 미성년자인 수익자에게는 성인이 되는 때 등 특정 시점으로 지급을 미루는 것이 가능하다는 점이 장점"이라며 "사후에 유족을 위한 부양 계획을 마련하는 자산관리 트렌드가 새롭게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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