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동산 시장 침체의 파고를 넘지 못하고 연초부터 중견·중소 건설사들이 연이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4월 위기설'이 재점화하고 있다. 공사비 등 건설 원가 상승, 미분양 급증 등 건설 경기 침체를 버티지 못한 탓이다. 건설 경기 전망이 좋지 않은 데다 시장 불확실성이 계속되고 있어 업계에는 줄도산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6일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올해 들어 6곳의 중견 건설사가 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1월 시공능력평가 58위의 신동아건설을 시작으로 대저건설(103위), 삼부토건(71위), 안강건설(138위), 대우조선해양건설(83위), 벽산엔지니어링(180위) 등이다. 서울회생법원은 이날 삼부토건의 회생절차 개시를 결정했다.
건설사들의 경영 상황이 급격히 악화한 것은 원자재값·인건비 인상으로 공사비가 치솟으면서 건설원가가 상승하고 있다는 점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중견·중소 건설사의 경우 주택 사업의 비중이 높아 건설원가 상승에 더욱 취약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주택 시장 침체로 미분양 주택이 급증하면서 건설사들의 자금 조달도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대출을 받아 집을 지은 뒤 분양대금으로 이를 갚아야 하는데 미분양이 늘어나면서 유동성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국토부가 발표한 '1월 주택 통계'에 따르면 전국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2만2872가구로, 2013년 10월(2만3306가구) 이후 11년 3개월 만에 가장 많았다.

공사비 상승에 따른 분쟁이 원도급사와 하도급사 간의 갈등으로 확대되는 점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하도급금이 지연되면 자금 여력이 낮은 건설사들은 유동성 위기에 놓일 수 있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조정원에 따르면 10대 건설사의 하도급 관련 분쟁접수 건수는 2021년 31건, 2022년 33건, 2023년 53건으로 늘었다. 지난해에는 1~8월까지 44건이 접수됐다.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PF 위기가 불거졌던 작년보다도 분위기가 더 좋지 않은 것 같다"며 "더 이상 버티기 힘든 수준까지 리스크가 가중된 상황이고, 시장 불확실성도 커 막막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지방 미분양 대책 등 지역 건설경기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는 등 위기 대응에 나섰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줄곧 건설업계에서 요구했던 세제, 금융 지원책이 빠졌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건설경기 회복은 결국 수요가 살아나야 하는 만큼 거래 활성화를 위한 추가적인 세제, 금융지원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준공 후 미분양은 물론, 지방 미분양 전체에 대해 취득세 중과를 배제하거나 감면하고, 양도세를 100% 감면해 주는 등 적극적인 수요 진작책을 통해 미분양 해소에 나서야 숨통이 트일 수 있다는 것이다. 세제 혜택 외에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3단계 지방 적용 유예 등의 금융 지원책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정부의 간접적인 대책으로는 지금의 상황을 타개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결국 실수요자들이 주택을 살 수 있도록 수요진작책을 통해 시장이 움직이도록 해야 건설사들의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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