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반도체법 폐기를 주장한 가운데 미국 양당의 주요 의원들이 반대하고 나섰다고 블룸버그통신이 5일(현지시간) 전했다. 특히 척 슈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이 보조금을 철폐하는데 실패할 것으로 내다봤다.
보도에 따르면 반도체법 통과를 주도했던 슈머 원내대표는 “미국이 기술과 인공지능(AI) 분야를 세계적으로 선도하고, 고임금 제조업 일자리를 미국으로 가져오는 데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그는 반도체법에 따라 이미 상당수의 공장이 건설 중이며 자금 지원을 폐지하면 진행 중인 프로젝트가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민주당과 공화당을 막론하고 이 법을 유지하려는 의원들이 압도적으로 많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에서 반도체 지원법에 대해 “끔찍한 법안”이라며 “미국은 그들에게 돈을 줄 필요가 없다”고 발언했다. 그는 보조금 없이 관세로 압박하면 기업들이 미국에서 반도체를 생산할 수밖에 없다며 정부 자금 낭비인 반도체법를 폐기하자고 주장했다.
하지만 반도체법의 혜택을 보고 있는 지역의 미국 의원들은 이러한 트럼프의 주장에 반대를 표했다. 특히 강한 반대 의견을 낸 슈머 원내대표의 지역구 뉴욕뿐만 아니라 공화당의 입김이 강한 오하이오, 텍사스 등은 반도체법의 혜택을 톡톡히 누리고 있는 곳들이다.
이에 토드 영 공화당 상원의원은 “(반도체법은) 우리의 가장 큰 성공 중 하나”라며 이 법을 계속해서 시행할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영 의원의 지역구인 인디애나주는 SK하이닉스가 차세대 고대역폭 메모리(HBM) 생산 기지 건설에 38억 7000만달러(약 5조 6000억원)를 투자하기로 결정한 곳이다.
영 의원은 “행정부가 이 공급망 회복과 국가 안보를 위해 계속 지원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다른 모델로의 전환엔 열려 있다”고 말했다. 그간 공화당 일각에서는 반도체법에서 노동자와 환경에 친화적인 규정과 같은 사회적 조항을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현재 미국 의회에서는 여당인 공화당이 상·하원 모두 절반 이상의 의석을 차지하고 있어 반도체법 폐기가 가능한 상황이다. 다만 공화당은 하원에서 총 435석 중 218석을 차지해 가까스로 다수당 지위를 유지하고 있고, 상원에서는 총 100석 중 53석으로 의석수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무력화에 필요한 60석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반도체법 폐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관측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의회 연설에서 한국을 대미 무역 흑자국으로 언급하며 “한국이 군사적인 도움을 주는 미국에 4배에 달하는 관세를 부과한다”고 주장했다. 이로인해 상호관세 등으로 한국을 곧 압박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커졌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나오고 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가 알래스카의 액화천연가스(LNG) 파이프라인 프로젝트에 참여하길 바란다고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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