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가총액 지형도가 바뀌고 있다. 관세 불확실성과 지정학적 리스크에 방산주와 조선주의 순위가 급상승한 가운데 이차전지 종목은 상위권에서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바이오주들의 약진도 눈에 띈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유가증권시장 시총 상위(우선주 제외) 9위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올랐다. 지난해 초만 해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시총 순위 50위권 밖에 있었던 종목이다. 이 기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시총은 6조5667억원에서 31조6789억원으로 382% 급증했다.
조선주인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각각 시총 11위, 12위에 올랐다. HD현대중공업의 시총은 지난해 초 대비 149.61% 증가한 28조1411억원까지 불었고 한화오션의 시총은 216.36%나 늘어 7조원대에서 24조6663억원으로 커졌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불확실성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방위비 지출 확대 필요성 등에 조선주와 방산주의 주가가 급등한 결과다. 이들 업종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반면 지난해 초 상위권에 포진해 있던 이차전지 업종은 순위가 크게 내려갔다. POSCO홀딩스는 6위에서 15위로 떨어졌다. 시총도 41조원대에서 22조원대로 44.64%나 줄었다. 9위였던 LG화학, 11위였던 삼성SDI는 시총 규모가 반토막이 나면서 각각 27위, 29위로 2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코스닥시장에서도 이차전지주는 존재감이 약해졌다. 지난해 초 시총 1위였던 에코프로비엠, 2위였던 에코프로는 전날 기준 3위와 4위로 낮아졌다. 특히 에코프로비엠은 시총이 27조7267억원에서 11조222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코스닥시장에서는 제약·바이오·헬스케어 업종의 강세가 두드러진다. 코스닥 시총 상위 20개 종목 중 11개 종목이 제약·바이오 업종이다. 지난해 초 23위였던 삼천당제약은 시총이 141% 넘게 증가해 6위로 상승했다. 휴젤도 21위에서 8위가 됐다.
전기차 수요 둔화에 이차전지주는 주가가 하락하고 순위도 줄줄이 미끄러진 가운데 기준금리 인하라는 환경에 성장주인 제약·바이오주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일부 바이오주는 신약 개발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주가가 뛰었다.
시장에서 조선과 방산업종의 강세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유럽의 방위비 증가 기대와 함께 미·중 갈등에 따른 조선업황 회복 등을 예상했다.
양형모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조선업 상승 사이클은 미·중 갈등에 기인한 해양 방산, 인공지능(AI)으로 인한 LNG 슈퍼 사이클일 가능성이 크다"며 "이런 모멘텀은 2025년 본격적으로 현실화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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