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 MWC 2025가 6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폐막했다. 이번 행사에서 중국 기업들은 인공지능(AI) 혁신 기술로 글로모 어워즈를 휩쓸며 가장 큰 주목을 받았다. 한국 AI 업계는 중국의 가파른 성장에 놀라면서도 충분히 경쟁해볼 만하다는 자신감을 보였다.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기자간담회에서 “AI 분야에서 미국과 경쟁하려 했지만, 화웨이의 성장세를 보고 쉽지 않다고 느꼈다”면서도 “미국과 견줄 만큼 발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유 장관은 화웨이 부스를 방문한 뒤 “하드웨어 안테나 등에서 비약적인 발전이 있었다”며 우리도 민관 협력을 강화하지 않으면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다만 포기할 수는 없으며, 5년 내 승부를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올해 GPU 등 컴퓨팅 인프라를 확보해 국내 기업들의 기술 발전을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중국 기업은 총 344개사가 참여해 스페인(744개사), 미국(443개사)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참가 기업 수를 기록했다. 미중 패권 갈등으로 CES 참가를 줄인 중국은 MWC에 총력을 기울였다. 특히 화웨이는 8개 전시관 중 1곳 전체를 단독으로 사용해 글로벌 참가 기업 중 최대 규모의 부스를 운영했다. 삼성전자 부스의 약 5배에 달하는 크기로, 화웨이는 AI와 통신 기술 전 분야에 걸쳐 강력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반면 한국 대기업들의 존재감은 이전보다 약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MWC에 총출동한 이동통신 3사(SK텔레콤, KT, LG유플러스)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주요 기업 중 글로모 어워즈를 수상한 곳은 SK텔레콤이 유일했다. 그러나 국내 AI 스타트업들이 소프트웨어와 온디바이스 AI 등에서 혁신적인 기술력을 선보이며 가능성을 입증했다.

행사 기간 동안 산업통상자원부와 코트라는 MWC에서 '통합한국관'을 운영하며 한국 기업들의 글로벌 진출을 지원했다. 이번 통합한국관은 총 9개 기관과 147개 기업이 참여해 역대 최대 규모로 꾸려졌다. AI 융합 서비스와 혁신적인 ICT 기술을 내세운 국내 테크 기업들은 세계 시장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 선우커뮤니케이션은 6포트 기지국 안테나를 전시하며 공업용 자동화 기계장치용 안테나 수주에 성공했고, 딥엑스는 온디바이스 AI 신경망처리장치(NPU) 양산 칩을 공개하며 엔비디아의 GPU 대비 전력 효율과 가격 대비 성능이 10배 우수하다고 강조했다.
코트라는 유럽 무역관과 협력해 한국관 참가 기업들의 현장 상담을 주선했다. 개막 첫날 상담 건수는 162건, 상담액은 3260만 달러였으며 계약 추진액은 771만 달러에 달했다. 지난해 MWC 2024에서 한국관 참가 기업들이 기록한 최종 수출액은 8400만 달러로, 올해는 1억 달러 돌파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동통신 3사 역시 AI 스타트업 및 중소·중견기업 지원에 나섰다. KT는 마이크로소프트와 260억 원 규모의 AX 전략 펀드를 운영하며, KT가 130억 원을 투자하고 마이크로소프트는 GPU 등 컴퓨팅 인프라를 현물로 출자하는 매칭 펀드 방식으로 협력했다. SK텔레콤은 'K-AI 얼라이언스'를 통해 노타AI, 리벨리온 등 회원사들의 AI 솔루션을 세계에 알렸고, LG유플러스는 클레온의 AI 기술을 활용해 SM엔터테인먼트의 디지털 휴먼 '나이비스(nævis)'가 AI 기반으로 실시간 대화하는 기술을 구현해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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