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총리의 정부공작(업무)보고와 함께 중국 양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와 전국인민대표대회) 하이라이트로 꼽히는 외교부장(외무장관)의 내외신 기자회견이 7일 열린다. 작년과 마찬가지로 중국 ‘외교사령탑’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이 기자회견에 참석해 중국의 올해 대외 전략을 발표할 예정이다.
특히 올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후 미중 갈등이 심화한 상황에서 열리는 기자회견인 만큼 대(對)미국 정책 기조에 이목이 더욱 집중될 전망이다. 왕 부장이 호전적인 언행으로 상대를 위협하는 중국 '전랑(늑대전사)외교'의 대표적 인물이긴 하지만, 미중 정상회담 등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고려해 언사를 완화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6일 전인대가 공개한 일정에 따르면 왕 부장은 7일 오전 10시(한국시간 오전 11시) 국내외 기자를 대상으로 중국의 외교정책과 대외관계 관련 질문에 답할 예정이다.
특히 미중 정상회담 가능성을 열어두고, 이를 위한 긍정적인 분위기 조성을 위해 언사를 완화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싱가포르 싱크탱크 ISEAS-유소프 이삭 연구소의 팡중잉 선임연구원은 왕 부장이 미국 관련 발언을 할 때 외교적인 수사를 더 많이 구사할 것이라면서 미국과 중국 양측이 정상회담을 준비하고 있다면 중국은 "좋은 분위기와 유리한 조건을 만들고 싶어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영국 런던 대학교 동양·아프리카학부(SOAS)의 스티브 창 중국 연구소장도 왕 부장은 미국의 관세와 기술 제재에 대해 “경고”하겠지만, “단호하되 도발적이지 않은” 단어를 선택할 것이라고 했다.
앞서 트럼프는 지난달 19일 구체적인 일정은 언급하지 않았지만 “시 주석이 미국을 방문하길 기대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다만 중국은 트럼프의 전략을 파악할 시간을 충분히 가진 후 천천히 정상회담을 개최하길 원한다는 분석이다. 창 소장은 왕 부장이 신중하고 계산된 단어를 사용해 올해 2분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트럼프 간 대화 가능성을 열어둘 것이라면서도 “중국은 언젠가 트럼프와 직접 소통해야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트럼프의 전략적 의도와 대규모 협상에 포함될 수 있는 문제가 더 명확하게 드러나길 원하기 때문에 지금은 시간을 버는 것에 만족할 것”이라고 했다.
중국이 이번 기자회견을 국제사회에서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기회로 삼으려는 전략도 있다는 분석이다. 트럼프가 우크라이나와 유럽을 사실상 배제한 채 러시아와의 종전협상을 밀어붙이고 가자지구 주민들을 주변 아랍국으로 보내고 휴양지로 개발하겠다는 구상을 밝히는 등 미국 우선주의에 기반한 일방주의 외교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트럼프와 대비해 중국을 안정된 세력으로 묘사할 수 있는 기회로 본다는 것이다.
왕 부장은 최근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중국은 우크라이나 평화 회담에 도움이 되는 모든 노력을 지지한다"고 했고, 중동 문제에 대해서는 "가자지구와 서안지구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고향이지 정치적 흥정 대상이 아니다라고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을 비판하기도 했다.
유지에 연구원은 "세계는 중국이 어떻게 대응하는지 보고 싶어한다"며 우크라이나 전쟁, 대만문제, 남중국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문제를 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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